[레지나칼럼] 수잔씨 잘 가요!(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수잔씨 잘 가요!(1)

3개월간의 병가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를 하니 너무나도 일이 많이 밀려서 그야말로 꺄악!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인데..

감사한 일은 나는 어려운 상황이 되면 대체로 침착해지는 편이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쉽게 낙담하거나 당황해하지 않는다.

아, 그래! 그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지?


생각하는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아무튼 전화 메시지만도 80여 개 그리고 쌓인 이메일도 너무나 많다. 

병원에서, 쉘터에서, 법정에서 우리를 만나는 고객들과 인생 길을 함께 걸어가다 보니 그야 말로 오만가지 사건 전화를 다 처리하려니 시간이 모자란다.


사무실에 복귀하고 2주간은 너무 바빠서 고객들의 거주지 방문은 좀 뒤로 미루었다. 그러나 밀린 일을 정리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신경 쓰이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나를 만나러 오는 고객 중 한국여자분 한 분이 계신 데 나이는 69살인데 정신병을 갖고 있다. 이 여자는 조울증과 우울증이 심하다.


그리고 이 여자는 한국 사람에 대한 미움이 엄청 커서 한국말을 하기 싫어한다.

나하고 9년간 만나고 있는데 9년 전 나는 내 사무실 일로 우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쉘터로 출장을 갔었다. 쉘터는 킹카운티 법원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쉘터 안에는 정신줄 놓은 고객들이 혹시라도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까봐 창문을 모두 5인치 정도만 열게 해놓고 더 이상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쉘터는 옛날 건물이라 건물에 더 이상 전력을 넣을 수 없었는지 한여름인데도 더운 공기와 쉘터 안에 있는 정신줄 놓은 고객, 중독자들, 노숙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게 꽉 차 있고 또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노숙자들로 역겹고 시큼한 그리고 오래 썩은 듯한 냄새들로 숨을 쉬기가 불편했었다.


그야말로 숨을 쉬기가 불편해서 코를 막고 있고 싶은데 그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니 그냥 숨을 꾹 참고 쉬고 있다가 숨을 겨우 몰아쉬면서 냄새를 참아 보려고 있는 중 에 쉘터 한구석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미국 여자 홈리스 여자 두 명과 동양 여자인 듯한 여자가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중인데 잠시 지켜보자니 쉘터에서 일하는 직원이 싸움을 말리려는 듯한데 싸움하는 곳 가까이 가서 사건을 들어보니 동양 여자는 한국말로 쌍소리를 해가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중이었다. 


아마도 쉘터 직원이 불공평하게 한국 여자 노숙자에게만 밖으로 나가라는 듯하여서 나는 쉘터 소장과의 미팅을 기다리던 중 이 사건을 보게 되어서는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참견을 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쉘터 직원에게 나를 소개하고 미국 여자 두 사람(중독자)와 싸우던 여자는 한국 사람인데 내가 얘기를 들어보고 공평하게 누가 쉘터에서 밖으로 나가야 되는 지를 가려 보아야 되지 않겠냐고 말하니 쉘터 직원은 내 가슴에 달린 직원 뺏지를 보더니 자기 짐을 꾸려 밖으로 나가려는 한국 여자를 불러세우더니 나에게 물어보란다.


여자는 모든 사람이 영어로만 떠들고 있던 자리에 별안간 한국말을 하는 내가 나타나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더듬거리는 한국 말로 설명을 하는데 이 분은 이름은 수잔 권씨였다. 


수잔씨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설명을 하는데 자기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앉아 있었는데 옆의 두 백인 중독자 여자들이 자구 이상한 소리로 중얼거려서 조용히 하라고 몇 번씩 주의를 주었더니 두 여자가 자기에게 마시던 물을 뿌려버려서 자기 옷이 다 젖었단다.


그래서 싸움이 일어났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쉘터 직원이 백인 여자 편만 들고 있어서 그 직원에게도 쌍욕을 해대는 중이었단다. 결론은 그 직원이 직원에게 욕했다고 권수잔씨를 밖으로 내보려고 하는 중이었다.


나는 직원에게 네가 하는 일이 공정치 못하다고 얘기를 하니 그 막무가내 직원은 직원에게 욕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이 안 된다며 권수잔씨를 밖으로 내보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너, 그럼 레이시즘(인종차별)으로 내가 고소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고 나는 킹카운티 00프로그램 리드 카운슬러인데 너희 소장하고의 미팅 때문에 온 것이라고 말하니 직원은 그럼 자기에게 한국 여자가 사과를 하면 된다고!


나도 조금은 화가 오르는 상태라(같은 한국사람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순간) 그래! 그럼 네가 일 처리를 제대로 해야지 누가 잘못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세 사람 모두에게 주의를 주든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너는 너식대로 하고 나는 내식대로 할 거라고!

그때 마침 쉘터 소장인 친구가 나와서 이야기를 듣고 중재를 했다.


물론 쉘터 직원이 권수잔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먼저 하고 권수잔씨도 쉘터 직원에게 사과를 하고 또 중독자 두 백인 여자들도 권수잔씨에게 사과를 하고..

쉘터 안에는 범죄자, 전과자, 도둑놈 출신, 강도 출신, 중독자 정신병자, 


거리의 여자 등등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다 모여들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저녁 잠자리로 보내기까지 하루를 보내는데 물론 목욕하는 샤워룸과 화장실이 있지만 수용시설에 비하여 사람이 더 많으니 모든 냄새와 소음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여기였다.


그날 내 사무실로 돌아오기 전 권순자씨를 쉘터 사무실로 불러서 말을 시켜보니 그동안 한국 사람들한테 받은 상처가 골이 깊어서 한국 사람하고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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