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I am nothing (2)
ㅇㅇ 엄마가 며칠 전 보여준 이메일 내용은 장장 일곱 장이나 되었습니다.
삶이 싫고, 삶이 괴롭고, 세상이 싫어지는 ㅇㅇ는 어릴 때 아빠가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ㅇㅇ 엄마는 언니의 초청으로 아들아이가 7살 되던 해에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7살 된 아들아이를 데리고 온 미국은 중학교밖에 공부하지 못한 엄마에게는 벽이 더 많았습니다. 식당에서 주방일을 돕기도 하고 남의 집 청소도 하고, 산모 도와주는 일도 하면서 살아가려고 했지만, 미국 생활에 내야 하는 돈은 얼마나 많은지 항상 돈이 귀했습니다.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산 언니도 살기는 빠듯해서 동생을 돌아볼 처지가 안되었습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을 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있는 동안 아들아이는 엄마가 해놓은 밥하고 된장국을 먹으면서 빈 아파트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학교 갔다 와서 밥을 먹고 나면 숙제하고 심심해서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알면 혼자 있는 것이 불법이라 큰소리를 내지 않으며 조용조용 집안에서 움직입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저녁이 되어서 주위가 캄캄해졌습니다.
배가 고파서 아까 먹었던 김치하고 된장국에 또 밥을 먹습니다. TV에서 Wheel of Fortune이 방영 중입니다. 9살 ㅇㅇ는 생각합니다. 나도 저런데 나가서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의 돈 걱정을 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고…. 엄마는 페인트칠하는 아저씨를 자주 만나더니 함께 살게 되었다며 ㅇㅇ를 데리고 셋이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함께 식사한 며칠 후 아저씨는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얼굴이 예뻐서인지 좋은 아저씨들이 많이 호감이 있어 했지만, 엄마는 공부 못한 자기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과 살게 되면 구박받는다며 자기하고 입장이 비슷함 이하고만 만났습니다.
엄마가 만난 이 아저씨는 인상이 좋았습니다. 셋이는 그런대로 행복했습니다. 아저씨에게는 두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들은 지금 LA에 있지만 조금 후 아저씨가 안정되면 이곳으로 와서 함께 살 계획이랍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다가 늦게 오는 날이면 아저씨는 어디엔가에 나가서 늦게 돌아와 ㅇㅇ에게 짜증을 내며 구박했습니다.
“야! 인마 넌 뭐 그렇게 하는 일도 없이 집안은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야! 인마 너 그것도 공부라고 했냐?”
“야! 인마 음식 먹을 때 그렇게 먹으니까 네가 이렇게 복이 없지!”
“야 인마 물 좀 떠와라? 야 인마 너는 물 두고 올 때 어른에게는 쟁반에 바쳐서 가져오는 것도 모르는 바보구나?”
아이에게는 아저씨는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늘 야단을 치니까요. 아저씨를 무서워하면서도 엄마에게는 한마디도 못 했습니다. 아저씨와 함께 살면서 엄마는 돈 걱정이 줄어들었다고 했으니까요. 아이의 이메일 내용에는 아저씨에 관해서도 쓰여있습니다. 엄마는 학교에 가서 카운셀러에게 이메일 내용을 들으면서 그날로 아저씨와 대판 싸운 후 아저씨는 욕을 해대며 집을 나갔습니다.아이는 또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얘기를 합니다.
I am nothing!
저는 아이에게 내 사무실에 있는 내가 쌀쌀할 때에 어깨를 감싸 안는 내가 아끼는 security blanket으로 어깨를 감싸주며(나도 마음이 아파서 속이 상할 때면 사용하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아이와 엄마를 마주 보게 하고 엄마에게(아무런 변명도 하지 말라고 부탁을 드리며) 아들아, 네 마음 몰라주어서 미안해! 사랑해! 라고 말씀하시라고. 엄마는 눈물이 빗물이 되어 아들아이에게 얘기합니다. “ㅇㅇ야 나는 네가 전부야 나는 네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두 사람은 마주 보다가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서로 안아줍니다.
나는 아들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You are something! You are belo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