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삶을 재정비하는 '아름다운 추억'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 이야기] 삶을 재정비하는 '아름다운 추억'

집을 나와 떠도는 생활을 하고 보니, 집시들의 자유롭고 평화로움도 느낄 수 있었으나 오랜 시간을 운전을 하면서 허리와 어깨가 저려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제 돌아가자, 할 일이 있고 낯익은 얼굴들이 있는 곳으로… 생각만 해도 돌아가는 길은 까마득하였다. 자동차만 없다면 비행기로 바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운전대를 잡고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지도를 보면 유타주에서 몬태나주까지는 세워 놓은 고구마 같이 길고 긴 아이다호주가 중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지루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초기의 계획처럼, 아이다호주에 들러 감자 박물관을 둘러보고 다시 북으로 직진 운전을 하였다.

이미 30년 전에 가 본 옐로우스톤을 건너뛰고, 시애틀 한인들이 자주 들린다는 라돈 동굴에 들려 심신을 가다듬은 뒤 벨뷰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몬태나주에서 금, 은 광산을 둘러보고, 라돈 동굴에서 3일을 보내고 보니 집을 떠나온 지 꼭 보름이 된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생각하며 이 기회에 오래 전에 돌아본 30개주 외에 나머지 20개주 미주 횡단을 마치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겨우 10개주 횡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머지 10개주는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음날 아이다호주의 코달렌에 들러 호수를 둘러보고, 스포캔을 거쳐 모제스 레이크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되었다. 마지막 밤을 호숫가 코아(KOA)에서 보내고 새벽에 눈을 뜨니 맑은 호수 위에 비춰진 정겨운 동네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자동차는 4,970마일을 달렸다고 알려준다. 이제부터는 생활의 시작이다. 바로 레스 슈와브에 가서 앞뒤 타이어 4개를 모두 바꾸고 겨울 산을 오를 준비를 하였다.

소나무는 겨울을 지나야 그 푸르름을 알 수 있듯이 15일간의 나그네 생활은 슬픔도 시련도 세찬 소나기가 지나간 후의 첫날 같이 청명하게 맑았다. 나의 삶을 재정비하는 기회와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준 멋진 자동차 여행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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