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당신을 사랑합니다(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당신을 사랑합니다(1)

앞에 앉아서 밥만 쳐다보며 정신없이 먹던 0씨가 밥그릇에 수북이 쌓인 밥을 다 먹고도 무엇인가 부족한 듯이 주위를 살피더니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 묻는다

저 레지나 선생님 밥 더 있어요?

물론이죠! 

밥은 얼마든지 있어요 라는 나의 대답에 밥을 다시 먹기 시작하면서 밥에만 시선을 둔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0씨를 살펴보니 밥을 먹는 0씨의 어깨가 간간이 들먹거리는 것 같다. 

난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0씨가 밥을 먹는 가까이로 가서 0씨에게로 슬며시 살펴보니 밥만 먹는 줄 알았던 0씨가 울고 있는 것이다.

0씨가 먹는 밥은 배고파서 먹는 밥보다도 더욱 슬픈 삶의 허기에서 오는 밥인 것이다.

그 마음을 나도 안다.

나도 몇 년 전 사랑하는 두 오빠들을 같은 주중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버린 상실함에 두 달간 밥을 제대로 먹지를 못하다가 어느 날 남편의 동료가 다른 동료가 은퇴하는 마지막 파티 때 차려진 밥상에서 정신없이 접시 6개를 수북이 담아서 정신없이 입으로 퍼넣었던 경험이 있었다.

마침 0씨가 나에게 전화를 해왔을 때에 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이기도 하고 나도 식사를 하려고 한참이라 괜찮으시면 우리 집으로 오셔서 밥을 먹지요? 라는 내 질문에 0씨는 그래도 될까요? 라고 잠시 망설이다가 곧바로 우리 집으로 왔었다.

누군가가 상담을 하는 카운슬러들은 바운드리가 정확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때로는 이 바운드리라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의 식사 초대에 우리 집에서 정신없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 집어넣는 0씨가 염려스러워 조심히 0씨에게 저, 밥은 충분한데 밥을 천천히 들어요?

아니면 밥을 그만 먹으면 어떨까요? 라고 물어보니 밥을 입안 가득히 넣고 눈물이 범벅이 된 0씨가 별안간 소리를 지른다. 

아니, 뭐라고요?

나를 초청해서 밥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나보고 밥을 먹지 말라고요?

나더러 밥을 그만 먹으라고요? 

레지나 선생님이 초청해서 밥을 먹으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밥을 먹고 있는 중인데 나보고 그만 먹으라고요?

레지나 선생님이 뭔데 나보고 밥을 그만 먹으라고 하느냐고요?

레지나 선생님이 뭔데 나보고 밥을 그만 먹으라고 하느냐고요?

밥을 먹던 0씨가 악에 받쳐 소리소리 질러대며 급기야는 얼굴을 식탁에 파묻고는 가슴이 터져나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엉엉 목이 터져라 외치며 울고 있는 0씨를 가만히 감싸 안으며 0씨에게 실컷 울어도 돼요!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많이 우세요!

라며 0씨의 등을 토닥토닥 살짝 두드려 주니 0씨의 울음이 더 커져진다.

한참을 통곡을 하던 0씨가 고개를 들며 말한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서 말이 아니다.

0씨가 말을 한다.

레지나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이 저를 초청해주시고 식사까지 준비해주셨는데 저 정말 죄송해요.

이러려고 한 것이 아닌데 어떡하죠? 라며 또다시 눈물샘을 터뜨린다.

괜찮아요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요.

0씨는 한참을 울었다.

0씨가 너무 울어서 몸이 아플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거의 두 시간을 한없이 통곡하던 0씨가 울먹거리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젊었을 때 오랫동안 교제해오던 남자와 파혼이 된 0씨는 상처 당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열심히 더 직장생활에 임하던 중 혼기가 넘은 딸아이가 염려스러운 부모님 친구들의 주선으로 재미교포와의 혼담이 있었다.

직장생활에 모든 마음을 걸던 0씨는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인 여자가 혼기를 넘치면 똥값이 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터라 중매장이를 통해서 들어온 선보는 날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우아한 옷을 입고 맞선 장소에 나갔었다.

맞선을 보는 상대 남자는 18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20년 이상을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는데 중매쟁이를 통해 말만 듣고 호기심이 있었는데 막상 선 자리에서 보니 키도 훌쩍 크고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조용조용한 말씨를 가진 사람이었단다.

남자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하나 걸리는 것은 이미 남자는 한 번 결혼을 하고 전 부인과 헤어진 경험을 한 사람이었다.

선을 보고 온 날 0씨는 부모님께 선보는 남자가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이미 이혼을 한번 해서 좀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니 노처녀를 시집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한 0씨의 부모는 아니, 요즘 세상에 한 번 이혼이 뭐가 큰 흉이냐면서 그래도 자식이 없으니 얼마나 괜찮은가? 라며 0씨를 설득하였단다.

이미 선을 보며 마음속으로 저 남자 괜찮다고 생각을 하던 0씨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공세에 그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그리고는 결심을 했단다.

이미 상처를 당해보았던 이 남자의 마음을 보듬고 잘살아보아야지!

막상 신랑이 될 사람과 여러 가지 얘기를 해보니 한 번 이혼한 것 말고는 별다른 흠이 안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단다.

남자하고 선을 보고 빨리 미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남자의 계획 때문에 남자를 만나지 두 달 만에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남자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은 후 0씨는 이민 가방에 파티복 대여섯 벌을 챙겨 넣고 미국행에 올랐단다.(아마도 미국 가면 파티를 자주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인포메이션을 가지고 있었던 듯)

장시간의 비행에 지친 0씨가 도착한 공항에 내리자 남편은 0씨를 기다리고 있었고 남편의 집에 도착해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데 남편은 지하층으로 0씨를 안내하며 미안한 모습으로 내가 사실은 사업에 실패해서 갖고 있던 것을 다 잃어버리고 겨우 여기 지하실 방에 월세로 살고 있는 중이었는데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했는데 미안하지만 가지고 온 돈이 있으며 그 돈으로 하늘이 보이는 1층 집으로 이사를 가면 좋겠다고 했단다. 

남의 집 건물의 반지하인 집은 밤이면 손가락만한 생쥐들이 들락날락하고 혹시라도 음식을 뚜껑을 못 닫고 있으면 바퀴벌레들이 김치찌개 안에서 수영을 하던 그런 곳이었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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