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한국여행(3)-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한국여행(3)-1


크리스마스 전날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레지나 ,

서울에 후드 앤 아카데미 김수진 원장님이 돌아가셨대!


나는 친구에게 아니 무슨 소리야!


내가 지난달 한국 가서 만나 뵙고 식사도 하고 여러 가지 얘기도 함께 나누고 또 원장님이 내가 미국 사람 과 우리 교포 자녀들에게 한식 요리 강의하는 것을 알고서는 당신이 아끼시는 생활한복 서너 벌을 챙겨주시면서 


레지나 소장, 한식을 가르칠 때는 웬만하면 한복을 입고하면 더 한국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 내가 한복 몇 벌 준비했으니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들러서 한복을 가지고 가세요.


원장님이 보내주신 메시지를 받고서는 광화문 경복궁 옆에 있는 후드 앤 아카데미 연구소에 들러서 김수진 원장님이 준비해두신 생활한복 4벌을 선물로 받아들고 왔었다.


또 한복을 받아들고서는 원장님이 우리 자주 못 만나니 맛있는 것 먹으로 갑시다라고 말씀하시며 북창동에 있는 유명한 약선 한식집 한가람으로 함께 가주셔서 한가람의 특식인 한방게장 과 연잎밥 등 여러 가지 약선음식(허브를 사용하여서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을 주문을 하여서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눌 수가 있었다.


북창동에 가면 한가람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건강식으로 요리가 되어서 나오는 한식 전문집인데 맛이 담백하고 속이 편한 그런 음식을 요리하는 집이었다.

1980년 초에 미국에 오게 된 나의 입맛에 현재의 한국 음식의 맛은 대체로 달고 매운데 이곳 한가람의 음식은 편안한 자연스러운 맛으로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음식이었다. 


11월에 내가 한국을 방문하는 중에 김수진 원장님은 아직도 후드 앤 아카데미라는 쿠킹 연구소를 운영 중이시라 무척 바쁜 스케줄이셨고 나 역시 여러 가지 볼일이 많아서 시간을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금년 한국방문 때에는 바쁜 중에도 원장님을 세 번이나 뵐 수 있었다. 


원장님하고의 인연은 2014년 내가 오랜 시간 동안 매일 매일 정신줄 놓은 내 사무실 고객들하고 일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에 한국의 한식 문화원이 각 미국의 도시(시애틀, 뉴욕, 엘에이) 등지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한식 요리 교실을 열었었는데, 나는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많고 마침 정신줄 놓은 고객들과의 매일 반복되는 일들에 지쳐버린 내가 어떠한 특별한 돌파구가 필요했던 터라 시애틀에서 3주간의 요리 교실에 직장에 휴가를 내고서 신청을 하였는데, 3주간에 이 시애틀 지역에서 요식사업을 하시던 분들 중 좀 더 한식을 발전시켜보고자 하시던 많은 분들이 한식요리교실에 참여를 하였는데, 그때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첫 번째 자격조건은 현재 요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요리를 가르치는 분들이었는데, 나는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많고 요리는 사랑과 정성이라고 믿고 있었고 그때 나는 우리 사무실에서 경증인 정신질환 환자들과 중독자들에게 요리를 통한 테라피로 쿠킹 교실을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3시간씩 요리준비부터 요리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신체의 청결 등을 내세우며 또한 요리를 통하여 서로가 소통하는 법과 서로 돕는 법을 나눌 수 있는 그리고 특별한 요리를 정해서 음식을 만들어보며 완성된 음식을 나누어 먹는 우리 사무실에서 인기가 있는 그런 쿠킹테라피 시간이었다.


늘 새로운 요리를 만나면 눈이 번쩍 뜨이는 나는 쿠킹테라피 시간이 한국요리, 이탈리안요리, 일본요리 멕시칸 음식 등을 각 전문가를 초청해서 선을 보이기도 하고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해보지 못한 내 고객들이 스토어에 가서 재료를 사는 법도 알게 하고 또한 우리 쿠킹교실에 오려면 손톱과 몸이 청결하고 깨끗한 옷을 입어야 했기에 자기를 관리를 못하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도전이기도 하였으나 매주 금요일 12시부터 3시까지 우리 사무실 카페테리아에서 퍼지는 다양한 맛있는 음식에 매료된 우리 정신줄 놓은 고객들은 나의 쿠킹교실에 들어오려고 깨끗이 단장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손톱도 깎았다며 손도 내밀어 보여주고는 하였다. 


우리 사무실 카페테리아 키친에서 가르칠 수 있는 인원은 6명이 제한이었는데 6명을 한 번에 캐어가 안되니 4명으로 줄여서 혹시라도 요리수업 중 발병이 나서 이상 행동을 보이면 그야말로 너무나 무서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이들이 사용해야 할 칼들은 미안하지만 플라스틱 케이크 칼로 대체로 썰어지기는 하는데 제대로 썰어지지 않는 그런 칼이었다.(썰어야 할 재료들은 이미 내가 미리 썰어 준비해서 나누어주고 이들이 썰 것은 아주 쉽게 썰어지는 야채 등이 있었다)


나의 쿠킹교실은 돌아가면서 매달 다른 고객들의 참여를 하게 하였는데 쿠킹교실이 오래 진행이 되면서 서로서로 쿠킹테라피 교육시간에 들어오려고 하는 우리 고객들이 더 많아질 무렵 코로나가 발생하여 그만 두게 되었다. 


2014년 경복궁 옆에 후드 앤 아카데미라는 연구소를 운영하시던 김수진 원장님하고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서로 연락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고 김 원장님이 이곳 시애틀 지역으로 방문하실 때는 만나서 시간을 함께하며 얘기의 꽃을 피우기도 하였는데, 내가 한국 방문을 가면 원장님의 연구소에 들어서 수업도 참관하고는 했었다.


원장님은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다. 

우리 큰언니가 한국에서 살고 계시는데 2017년 언니가 대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입맛이 없으셔서 식사를 못하고 있다는 나의 얘기를 그냥 흘려버리지 않으시고 얼마 후 우리 언니가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과 시원한 물김치, 맵지 않은 김치를 한아름 요리를 하셔서 택배로 우리 언니 집에 보내주시기도 하여서 멀리 시애틀에서 언니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나의 마음을 감동하게 하며 울게 하셨었다.


그렇게 좋은 분이 지난달 내가 한국에서 만나 뵈며 좋은 얘기도 해주시고 연구소에서 직접 음식도 조리해 주시고 또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며 훌륭한 음식점에서 약선 한식요리를 사주며 많이 먹으라고 우리 또 뭐 먹을까?라고 어린애처럼 밝게 웃으시던 그런 분이 며칠 전 크리스마스날 운명을 하셨다니 정말 인생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김 원장님의 소식에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고인다. 

사람의 만남에 이별의 통고도 없이 그렇게 빨리 가시다니…..


우후! 원장님의 밝은 미소가 그립다.

1984년도에 남편과 나는 공부를 마치고 위스콘신의 작은 도시로 인턴을 하러 갔었는데 그곳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가까운 지역에 킴벌리 클락(회사 제품으로는 얼굴 티슈 허기스 기저귀 등등이 있다)이 있었다.


그 시절에 킴벌리 클락에서 한국의 유한양행에 기술을 제휴하게 되었는데 1980년도에 한국에는 모나리자라는 상표의 화장지와 유한양행에서 나오는 티슈 정도 등이 있었는데 유한양행에서 미국 킴벌리 클락에 기술제휴를 청하게 되고 킴벌리 클락 회사에서는 숙련된 직원들 40여 명을 한국으로 파견하기 1년 전 이들에게 한국의 역사, 문화, 음식, 언어 등에 대하여 가르칠 강사를 뽑는데 그 때에 킴벌리 클락의 회사대표의 소개로(내가 애플톤 컬리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을 때에 모임에서 친하게 된) 내가 이 분들에게 1년간 킴벌리 클락과 계약을 맺고 한국역사 강사가 되어 이분들에게 한국의 역사, 문화, 음식 등등을 일주일에 3번씩 가르쳐주게 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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