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통증(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통증(2)

<지난 호에 이어>

 

그 이후로 이 친구는 자주 연락을 해왔는데 내가 머리가 아파 답장을 멈추어버리고 있다. 

물리치료사의 처방대로 운동하여도 다리의 통증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잠을 자면서 뒤척거릴 때마다 몰려오는 통증에 잠을 못 자니 나는 매사가 짜증스럽고 금방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파도 사무실에는 일주일에 3일씩 가서 사무 일을 보려는데 요즈음 우리 사무실 일손이 부족하니 몰려든 환자 고객(정신과 상담)들의 태도에 은근히 핀잔을 주고는 한다.

그래! 너 왜 시간 맞추어서 약 안 먹지?


그래! 주사 시간 놓치면 네가 엑팅아웃이 (발작할 수도) 되어서 다른 사람도 괴롭힐 것인데 또 잡혀갈래?


평소의 나는 우리 고객들과 직원 간에 마음씨 좋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우리 사무실의 빅베어 마마라는 품성의 소유자라고 존경받으며 일하고 있었는데 나의 싸이아릭 통증은 나를 세상에 둘도 없는 마귀할멈 같은 인상과 말투로 만들어가서 나는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었다. 


마치 정조준하고 총을 겨누고 있는 사격수와 같이 자! 덤빌 테면 덤벼봐? 나 지금 준비 다 되어있어!라는 자세로.… 

보통 조금 늦게 내 사무실에 도착한 정신줄놓은 고객들에게” 너 오늘 10분 늦어서 내가 다른 일을 하기 힘드니 다음 주에 와? 라고 말하고 다른 때 갚으면 그래! 늦었구나! 다음부터는 제시간에 와야 해 오늘은 늦게라도 와주어서 고마워!라고 말했던 나였는데….


나의 말투와 나의 변한 모습에 슬슬 눈치를 살피는 내 직장동료들에게는 평소에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대하던 나였는데 이들은 지팡이를 짚고 인상이 찌그러져 걸어오는 내가 저만치 보이면 입만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거의 눈까지 뒤집어쓰면서 나에게 자기들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으려 하며 슬슬 피해 가는 게 보였다.


어느 날은 하도 무릎의 통증이 심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 지팡이 밑바닥에 야광의 테니스볼을 잘라서 끼워 넣어서(사람들이 야광 볼을 보고 나를 피해 가게 하려고) 만들어 지팡이를 의지해 출근하려는데 젊은 여직원 한 사람이 나를 보더니 반갑다고 인사를 해오다가 나에게 지팡이 형광색의 컬러하고 너의 바지에 있는 색하고 매치가 된다고 깔깔거리는데 평소 같으면 그렇구나!라고 웃어넘기던 내가 그 직원을 무표정하게 보면서 그래서! 그게 어떻다고? 라는 나의 말투에 상처를 당한 듯한 직원은 나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잽싸게 도망을 가버렸다.


아하! 내가 왜 이런 거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먹어보아도 통증은 나아지지를 않고 결국 MRI를 찍어보니 역시 같은 증상인데 수술은? 수술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니 여기저기 아는 분들이 다 아우성이다!


허리 수술은 웬만하면 안 하는 거지. 허리 수술하고 나아졌다는 사람들을 못 보았다고….

수술을 하고 나서 또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니까 라고 말하면서 아이고, 웬 전문 의사들이 별안간 이렇게 많이들 나타나는지! 모든 사람이 전문가들이다!


사람들은 우선 좀 더 지켜보고(지금 내가 아파죽겠다는데 어떻게 더 지켜보냐고???)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래,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보는 거야

이날부터 나는 물리치료, 침, 카이로 프래틱 등을 다해보는데 통증은 그대로 아니 이제는 무릎의 통증까지 더해져서 저절로 아이구구! 소리가 난다.


두 살배기 손자는 딸 손에 이끌려 우리 집에 방문왔다가 늘 씩씩하고 재미있게 놀아준 하무니가 이상해 보이는지 나의 걷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깔깔대며 내가 내는 신음소리를 따라 한다. 아이구구! 아이구구! 아이고 저걸 때려줘 말아? 아이구, 애가 뭘 아는 나이여야지!

믿음이 돈독한 친구는 나에게 겁나게 권면을 준다.


레지나, 아프겠지만 하나님은 당치 못할 고통은 안 주셔 참아봐!(나는 속으로 너나 참아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신실한 믿음의 친구는 나에게 레지나, 아무리 아파도 기도 줄 꼭 붙잡고!

아하 그래! 그 기도 줄 놓치면 안 돼 알았지!


아파서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나는 별안간 믿음의 깊은 친구에 의해서 믿음이 부족하고 마귀의 장난질에 놀아나 금방이라도 지옥 불에 떨어져 가는 마귀 새끼가 되어버린 느낌도 함께 주면서 말이다.

이날 나는 다시 벨뷰의 병원 어전트케어에 실려 갔다.


와우! 아침 9시에 어전트케어에 가서 5시간을 기다렸는데 어전트케어 닥터는 10분간 나를 살펴보더니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다.

몸이 아파서 짜증이 극도로 올라와 있던 나는 어전트 캐어 의사에게 너는 나를 보러오는데 내차트를 검토도 안 하고 왔느냐고 물어보았다. 거의 시비조로 말이다.


닥터에게 내가 여기에 들어오는 동안 내 차트를 보지도 않고 왔네? 다시 확인을 해보니 오늘 너무 바빠서 아직 너의 차트를 읽어볼 틈이 없었다고…말한다. 


나는 나를 진료 려거든 닥터에게 지금 당장 가서 내 차트 읽어보고 와서 얘기를 하자고 하니 닥터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잠시만 기다리리라고 말한 뒤 급히 나가더니 다시 돌아와 하는 말이 너는 현재 싸이아릭 통증인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진통제와 근육 완화제뿐이란다.


그럼 진통제는 이미 사용 중이니 그만두고 근육 완화제는 왜 필요하냐고 물으니 네가 진통으로 모든 근육이 경직되어있으니 먹어보라고? (아니, 이게 사탕도 아니고 먹어보라고?) 일단은 근육 완화제도 받아왔다.


좀 더 해줄 것이 없다는 어전트케어 의사의 말에 절망에 빠진 내 다리의 통증은 더 심해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먼저 의사가 정해준 진통제와 어전트캐어의 의사가 준 근육 완화제를 먹자니 부작용인지 위도 아프고 화장실도 못 가겠고. 온몸이 가려워지며 이것 또한 견디기 힘들다.


한국의 언니가 전화가 왔다. 나의 사정을 들은 언니는 무조건 한국으로 오란다. 지금 너의 몸 상태 같으면 한국 같으면 입원 치료해서 금방 낫게 해줄 거라고… 무슨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모양이냐구! 


사람이 죽어가는 꼴을 봐야만 치료가 시작되냐면서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을 형편없는 아프리카어느 외진 지역에 있는 후진국같이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한다. 내가 미국에서 살지를 않기를 정말 다행이지! 네가 오라고 해서 내가 미국에 가서 살았으면 지금은 자기는 무덤 속에 들어가 있을 거라며! 혀를 찬다.


참! 우리 집 형제들은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사건을 확대 비약해서 자기들이 이미 죽은 목숨이 될 것을 미리 예견도 하니 말이다. 

나는 주변의 말들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려고 애를 써가며 요즈음같이 의료가 발달한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아플 때까지 참아야 하는가 ? 라며 혼자서 질문을 해보다가 아파도 사무실 일다 처리하고 볼일 다 보고 다니면서 스스로 최면을 건다.


아프다고 누워있으면 더 아픈 것 같아서 잠깐 아픈 거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야! 괜찮아지고 있는 거야? 조금 더 참아보자고! 통증을 참아보다가 실소가 나온다. 

울다가, 웃다가 너무 아파서.. 이러다 미치겠구나! 정신줄놓은 사람들하고 오래 일하더니 함께 미쳐간다는 소리를 듣겠구나!


지난주 일요일 아침 너무 아파서 병원에 전화하니 전화 받는 닥터가 오늘 아침(금요일) 물리치료와 더불어 스페셜 닥터를 만나라고 나에게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전화로 메시지가 왔었다. 병원 도착을 10분 전에 해야 한다고. 금요일 아침 9시인데 병원에는 8시 50분까지 도착해야 돼?라며..


금요일 오늘 너무 할 일이 많다. 

병원에 갔다가 내 사무실에 가서 나하고 예약되어있는 고객 두 명을 상담해야 하고 또 지난주에 시애틀시에서 우리 교포이신 분이 강도에게 총 맞아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마침 내가 시티프로젝트로 아웃리치를 할 때 만나 뵌 가족분들이라 너무나 억울하게 돌아가신 000분의 장례비를 찾아 주기로 해서 오늘 낮에는 시애틀시하고 빅텀 에보케이트 미팅도 해야 하고 하는데…..


그래도 나의 통증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위로를 해가며 스스로를 위로해보며 아침 8시 30분까지 병원에 와서 8시 50분에 병원 창구로 가서 도착했다고 보고하니 나를 불러낸 물리치료사 보조가 나의 차트를 보더니 자기는 물리치료사가 아니고 보조이기 때문에 너의 아픈 다리는 치료를 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그동안 참고 있었던 나의 아픈 분노가 터져버렸다.


“왔어! 0댐 하스피털 시스템 they informed me that I had to be this dame hospital at 8:50 to see specialist today. Now, you can't check on me?

리셉션 리스트는 아엠 쏘리 위돈 해브 유어 치료 인포메이션 투데이!(의사의 처방전이 도착을 안 해서란다) 그리고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보조 물리치료사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댐유! 0유,  

너희는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냐고 소리를 쳐보다가 정신을 차리며 냉정하게 목소리를 쫘악 깔고 원투 쓰리 따져보기 시작한다.

너희가 나보고 8시 50분까지 오라고 한 것은 뭐냐구?


8시 50분까지 도착하고 나니까 뭐라고 치료 스케쥴이 도착을 안 했다구? 치료 스케쥴에 발이 달렸냐? 날개가 달렸냐? 지금 내 치료 스케쥴이 아직도 안 왔다고 말하게? 

통증 때문에 반 미쳐버릴 것 같은 나는 이미 정신줄놓아 버리기 일보 직전이라 벌써 할 수 있는 욕은 다해버린 상태이고 이때의 나의 모습은 교양과 모양새는 다 빠져나가고 이미 웬 미쳐가는 여자만 거기에 서 있었다.


아하! 내가 이렇게 미쿡 욕을 잘하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언제 이런 욕들은 내 머릿속에 준비되어있었던 거지?


9살 때 두 살 터위 언니가 내가 먹고 있던 과자를 빼앗아 가버려 언니에게 “나쁜 년”이라고 했다고 아버지에게 싸리 빗자루로 온몸을 맞으며 잘못했다고 빌고 겨우 우리 아버지 싸리 빗자루 타작에서 벗어나며 그 이후로는 절대로 입에 욕을 올리지 않았는데 …


아하! 내가 왜 이리 화를 내지!

지금도 날카로운 쇳조각으로 내 뼈를 건드리는듯한 통증이 나를 아프게 하는데…. 어떻게 월요일까지 기다리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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