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고타강령비판과 과잉생산론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고타강령비판과 과잉생산론

칼럼 793호에서 본 마르크스의 “안로분배” 방식은 공산주의 제1단계의 사회를 위한 것이었다. 공산주의 체제의 능률과 공정성이 높아진 상태 하나하나를 “선진단계”라 하고, 그 선진 단계들 중 어느 단계에 이르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할 수 있게” 된다.“선진단계”라 했다. 고타강령비판에서 그 선진단계를 말하는 한 문단 전체를 인용해 본다. 


(인용문 1) “In a higher phase of communist society, after the enslaving subordination of the individual to the division of labor, and therewith also the antithesis between mental and physical labor, has vanished; after labor has become not only a means of life but life's prime want; 


after the productive forces have also increased with the all-

around development of the individual, and all the springs of co-operative wealth flow more abundantly –


 only then can the narrow horizon of bourgeois right be crossed in its entirety and society inscribe on its banners: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  


공산주의 사회의 단계가 높아지면 언젠가는 개인이 분업에 예속되는 것과 정신 노동과 육체 노동 사이의 대립이 사라지고, 노동은 삶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삶의 주요 욕구가 되고, 개인의 전인적 발전과 함께 생산력도 충분히 증가해 있고, 협동부유의 모든 샘이 보다 풍부하게 흐를 것입니다. 


그 때에 가서야 비로소 부르주아 권리의 좁은 지평은 완전히 사라지고 사회는 그 깃발에 이러한 표어를 새길 수 있습니다: 일은 능력에 따라, 분배는 필요에 따라!”

줄친 부분은, 공산주의 사회 제1단계는 생산력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임을 말해주고 있다. 마르크스는 고타강령비판(1875)에서 생산력 부족을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마르크스는 27년 전 공산당선언(1848)에서 “과잉생산”을 자본주의의 결정적인 문제로 보았다. 공산당선언의 그 관계 부분을 확인하려면 다음 문장으로 검색하여 그 주변을 보면 된다. 


(인용문 2) “In these crises, there breaks out an epidemic that, in all earlier epochs, would have seemed an absurdity — the epidemic of over-production. 이러한 (생산물 및 생산시설 파괴가 일어나는) 위기 동안에는 일종의 전염병, 즉 과거 시대라면 말도 되지 않는 일로만 보였을,  과잉 생산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한다.”


인용문 2를 다른 말로 하면, 산업혁명 이후 때때로 일어난 생산시설 파괴와 관련하여 고려할 때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과잉생산이다. 과잉생산이란 산업혁명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자본주의가 생겨났고, 거기에 과잉생산이라는 고질병이 따라붙은 것이다. 


과잉생산만 아니라면 임금의 하향평준화도 없다. 왜냐하면, 과잉생산으로 인하여 생산력 파괴가 일어나면 실업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실업은 노동의 값을 떨어뜨린다. 임금의 하향평준화란, 높은 임금이 낮은 임금쪽으로 자꾸만 내려가고 낮은 임금은 더욱 내려가서 겨우 생존할 판큼의 임금 수준에서 모든 임금이 같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까지 검토했을 때, 과잉생산에 관한 마르크스의 생각에 심각한 의문이 일어난다. 만일 과잉생산 문제를 완화하여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막을 수 있다면, 굳이 공산주의로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공산주의에 들어가면 생산력 축소의 현상이 나타나고, 자본주의를 지속하면 과잉생산이 일어나고 이어 생산력 파괴가 따라온다. 그 생산력 파괴를 방지하는 것이 공산주의로 가는 것보다 쉽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고타강령비판에는 마르크스가 저 의문을 던질 만한 문맥이 없다. 고타강령비판은 27년 전 공산당선언 속의 “자본주의에서 과잉생산 문제를 완화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이다” 하는 전제 위에서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이 전제를 실증하려는 듯, 고타강령비판 2년 전인 1873년에는 미국과 유럽에 공황이 시작되어 있었다. 이 공황을 불러온 요소 중 마르크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것은 철도의 과잉생산이었다. 


그 공황이 만일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만들어 냈다면, 앞 문단에서 제기된 의문에 대한 답은 “공산주의 외에는 길이 없다” 로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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