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너무 아끼지 말자”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너무 아끼지 말자”

어느 혼자 사는 할머니가 죽은 후에 그의 장롱 속을 딸이 뒤져보고 놀랐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차곡차곡 개어 둔 채 가끔 꺼내서 먼지만 털고 다시 넣어둔 옷들이다. 더러는 좀이 먹어서 구멍이 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새 옷들이었다. 


그 할머니는 늘 두 벌 옷만 입고 평생을 지냈다. 딸이나 며느리에게 주지도 않고 왜 입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우리 나라 어머니들이나 할머니들은 옷이나 세간살이를 사용하지 않고 잘 쌓아 두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다. 


결국 나중에 딸이나 며느리들이 입고 사용할 것인데... 하기사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다. 죽음 직전에 겨우 꺼내어 보고 입어보려고 했지만 하나도 맞는 옷이 없었다. 딸이나 며느리도 그런 옷은 옛날 옷이라고 입지 않는다. 


결국은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 고인이 쓰던 모든 것들을 모두 불태워 버린다. 옷장 속에 들어있던 새로운 옷들, 예쁜 옷들.... 잔칫날 갈 때 입는다고, 혹은 결혼식에 갈 때 입는다고 모아 두었다가 결국은 모두 불태워 버린다. 


요즘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좋은 옷들은 자식들이 입는데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돌아간 분의 옷이나 장신구는 모두 불태워 버렸다. 요즘 어머니들은 안 그러겠지만 옛날 어머니들은 모두 좋은 새 옷은 장롱 속에 고이 개어 두었다가 입어보지도 못하고 하늘로 이사를 간다. 


요즘 자식들은 옛날 옷은 유행이 지나고 진부하다고 입지 않는다. 결국은 태워서 재가 된다. 참으로 허무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옛날 어머니들은 그렇게 세상을 살다가 가셨다.

간직하는 마음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음 속에 간직했던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까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 나타나기도 어렵고 설령 나타난다 하도 그 사람 취향에 맞자 않으면 입지 않는다. 


아끼고 간직하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고 몸에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된다. 청춘은 잠깐 머물다가 가는 것이고 사랑하는 마음도 간직했다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사라지기 전에 챙겨 입고 좀이 먹기 전에 입어야 한다. 


좋은 옷이 있으면 생각날 때 입어야 한다. 화사한 봄이 오면 장롱 속에 있는 옷을 일단 꺼내 입어야 한다. 좋은 음식도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 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고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라. 예전엔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사랑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다. 


그러다가 그 상대가 다른 사람에게 가버리면 먼산 만 쳐다보고 한숨만 쉬다가 한 평생을 보냈다. 예전엔 마음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 만 있다가 나비처럼 꽃을 찾아 날아가 버린다. 


지금 당신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고 사랑하라. (나태주의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중에서) 진실은 나의 입술로, 관심은 나의 눈으로, 봉사는 나의 손으로... 


그리고 정직은 나의 얼굴로, 친절은 나의 목소리로, 그리고 사랑은 나의 가슴으로....”(좋은 글 중에서) 또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조급 해하지 말아야 한다. 급하면 실수를 하게 된다.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화를 내면 이성을 잃어 가슴을 멍들게 한다.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너무 낙심하지 말라. 절망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게으르지 말라. 게으름은 스스로를 파괴시킨다. 얼굴을 찡그리지 말라. 인생의 승패가 얼굴에서 시작된다. 


얼굴에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고 여유가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개성을 살려 자신은 물로 이웃에게 여유와 유머를 선물하라. 상대방이 엄청 좋아하고 자신도 마음이 기쁘다. 


인생의 한 평생이 참으로 짧은데 찡그리며 화를 내면서 살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환하게 웃는 얼굴은 보기도 좋고 삶의 여유가 있어 보인다. 돈이 별로 없어도 부자처럼 보인다. 우리가 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마음껏 발산하고 발표하라.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새롭고 살 만한 세상이 된다. 찡그린 얼굴은 보기도 싫지만 마음의 병을 가져오기도 한다. 늘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살아라. 그러면 그 웃음이 행복과 사랑을 불러 오기도 한다. 


웃는 얼굴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찡그린 얼굴은 도깨비처럼 무섭고 보기 싫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웃으며 상대방에게

다가가면 아름답게 보인다. 


좋은 옷만 아끼지 말고 웃음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껴야 할 것은 재물과 돈뿐이다. 다른 것은 모두 아낌없이 사용하고 선물하라. 그러면 그 이상으로 재물과 선물이 돌아온다. 


좋은 것은 아끼지 말고 사용하고 귀한 사랑을 서로 나누고 살면 행운이 그 이상으로 돌아온다. 아끼지 말고 베풀며 살자. 귀한 것을 아끼다가 써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억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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