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이야기] 페인티드 힐 1,600마일을 달리다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이야기] 페인티드 힐 1,600마일을 달리다

시애틀 날씨는 9월 14일에서 16일에 흐리고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나왔다. 금요일 오전에 도시에서의 업무를 부랴부랴 정리를 하고 오리건주 동남쪽 오지 중의 오지인 페인티드 힐(Painted Hills)로 떠났다.


금요일 오후의 I-5의 교통체증을 고려하면 차로 10시간은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핸들을 I-90로 돌려서 야키마를 지나 사막길을 쉬지 않고 달려 오초코 디비드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칠흙같이 어두운 밤 9시가 넘고 있었다. 


태양광 램프를 켜고 장작불을 피우며 하늘에서 은싸라기 같은 별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첫째날 밤을 맞이했다.


아침에 새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하늘이 청명하였다. 설날을 맞은 기분으로 떡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다시 1시간 30분을 달린 구불거리는 돌산길은 얼마나 높은지 벌이 윙윙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 정도다.


먼 길을 오긴 하였지만, 기대에 어긋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민둥머리 산들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드디어 이집트의 스핑크스처럼 생긴 파스텔톤의 붉은색, 하얀색, 검은색을 온몸에 두른 봉우리들이 옹기종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산이나 멀리 있는 산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와 풀들을 서서히 잃어가며 석회석의 민모습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리건주의 경이로운 7곳 가운데 하나인 페인티드 힐. 끝없이 앉아 있고 싶은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었지만, 다음의 목적지인 시사이드와 아스토리아로 가기 위해 19번 도로를 찾아 길을 떠났다. 


수백 년 전 존 데이가 털가죽을 팔고 사며 다니던 고독하고 외로운 이 길이 금방 존 웨인이 ‘황야의 무법자’ 같은 서부 개척지 촬영장 같은 풍광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84번 도로는 콜롬비아강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강변을 타고 달리다 시사이드 KOA 캠프장에 도착하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하였다. 


캠핑을 포기하고 부근의 샤일로 인에 들어가 여정을 풀었다. 다음 날 아침 몇 번이나 가고 오고 싶은 아스토리아 다리가 변함없는 우아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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