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이야기] 캐필라노 흔들다리
벌써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나 보다. 올 초에 기차여행으로 다녀온 추억을 더듬어가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가족여행이 될 수 있는 아이들 방학 선물로 소개하고 싶은 명소가 있다.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지만, 시애틀 다운타운의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기차에 올라타니 좌석이 2층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처럼 '심쿵'한 여행이었다.
기차가 출발하자 잔잔하고 수려한 퓨젯 운드 바다를 바라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쉬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하였다.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일단 미국에 와서 처음 타본 기차여행 경험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에서 내렸다.
평소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최고급 워터프론트 호텔도 함께 간 일행이 많다보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모두들 신혼여행이라도 온 듯 황홀한 기분으로 노을이 지는 거리로 나가 수백 년 된 스팀시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보라빛 스페이스 니들(?)이 걸려 있는 게스타운 하늘의 별을 세어 보기도 하였다.
아침 일찍 스텐리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그랜드 빌 섬 퍼블릭 마켓도 잠시 들린 후에 그로우스산을 거쳐 드디어 유명한 캐필라노 흔들다리 공원(Capilano Suspension Bridge Park)에 도착하였다.
미로를 열어가며 코너를 돌 때마다 방문객들의 환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진다. 디즈니랜드 분위기나 벤프 분위기도 아닌데 자연을 그대로 보존, 하늘에 떠 있는 구름다리는 어디서 타잔이라도 나올 듯한 우거진 숲속에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숙연해지는 감동을 온몸으로 느껴며 창조주의 섬세함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캐나다인들이 당대의 자식들과 다음 세대의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나무 하우스를 짓기 시작하였던 장인의 역사가 묻혀 있는 곳이다.
담력이 얼마나 센지 알아보고 싶어 제식훈련 하듯 힘차게 걸으니 공중을 나는 한마리 새가 되어 온몸이 튕겨지는 기분이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아름다운 걸작으로 탄생시킬 수 있었던 한 가족의 깊은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났다.
카필라노 공원은 한인들도 긴 여름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가면 좋은 곳이라고 꼭 소개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