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1 (법치주의)
지난 주 칼럼에서 제시된, 2021년 신 대서양헌장에서 부각된 위 두 가지 요지, 즉 ‘법치주의’와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 등 두 가지 개념은 흔히 왜곡된다. 전혀 법치주의를 하지 않고 있는 국가들이 스스로 법치주의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개념을 확실히 해두려고 노력하는 논자들은 2004년 유엔 사무총장(코피 아난)의 이름으로 안보리에 제출된 문서의 일부를 자주 인용하고 있다. 다른 번역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해당부분 원문을 그대로 가져와 번역해 본다.
원문 출처로 가는 길: https://blog.naver.com/samahncpa/223089075707
“The rule of law is a concept at the very heart of the Organization's mission. It refers to a principle of governance in which all persons, institutions and entities, public and private, including the State itself, are accountable to laws that are publicly promulgated, equally enforced and independently adjudicated, and which are consistent with international human rights norms and standards.
법치주의는 조직 사명의 심장부에 위치하는 개념이다. 그것은 공개적으로 포고되고 평등하게 집행되고 독립적으로 판결되는 법률에 대해 모든 개인과 공적 사적 기관 및 법인은 물론 국가 자체까지가 준법 의무를 지는, 그리고 국제적 인권 규범과 표준에 어긋나지 않는 통치 원칙을 의미한다.
It requires, as well, measures to ensure adherence to the principles of supremacy of law, equality before the law, accountability to the law, fairness in the application of the law, separation of powers, participation in decision-making, legal certainty, avoidance of arbitrariness and procedural and legal transparency. 또,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법의 지존(至尊) 지위, 법 앞의 평등, 준법 의무, 법 적용의 공정성, 권력 분립, 의사 결정에의 국민 참여권, 법률의 확정성, 독단적 해석 여지의 회피, 절차와 법의(法意)의 투명성 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위 인용문 속에서 “국가 자체”에만 밑줄을 그은 이유는, 독재자의 정부는 법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형법 353조에는 공격적 전쟁을 개시한 자는 10년 내지 20년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 푸틴은 그것을 회피하려고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 하지 않고 특수 군사작전이라 했다. 놀라운 것은, 그 뒤에 추가 동원을 목적으로 푸틴 정부가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닌 뒤에도 러시아 형법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독재 국가의 지존은 법이 아니라 독재자라는 뜻이다.
미국 정부의 공무원은 자신의 범법 가능성을 지적 당하면 두려움에 떤다. 법이 지존이며, 자신을 범법 처벌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법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이 법을 두려워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공무원이 법을 두려워하면 민중은 공무원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법이 공무원의 횡포로부터 민중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법이 민중을 지켜주지 못하면 그 국가에는 법치주의가 없다. 민중을 지켜준다는 것은 민중의 인권을 지켜준다는 뜻이다. 인권이 무시당하는 국가에는 법치주의가 없다.
인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칼럼 790호(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5)에 인용되었던 다음 한 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Freedom means the supremacy of human rights everywhere. 어떤 곳에서든 자유란 것은 인권이 최우선인 것을 의미합니다.”
1941년 루즈벨트 제3기 첫 연두 의회 연설 속에 들어 있던 말이다. 그 연설 속에 공포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가 처음 등장하고, 그 두 가지 자유는 같은 해에 작성된 대서양헌장에 반영되었고, 1948에 가서는 세계인권선언으로 흘러들었다. 세계인권선언을 유엔의 공식 문서로 편입시키는 투표가 있던 날(12/10/1948), 그 회의를 주재하던 엘러노어 루즈벨트(1884-1962)는 그것이 “전 인류를 위한 국제 마그나 카르타가 될 것”이라 했다. 그 연설 장면은 유튜브에서 “Eleanor Roosevelt International Magna Carta”로 검색된다.
세계인권선언의 본질은, 독재자가 국민을 국가라는 울타리 속에 가두어 놓고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인권문제에서는 누구든지 타국의 내정을 간섭할 명분을 가진다. 독재자들은 인권문제를 “국내문제”라 하기 좋아하지만, 그것은 유엔 체제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주장이다. 유엔 체제에서는, 인권을 빼고 법치주의를 논할 수 없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