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을 온 몸으로 받으시기 전에 겟세마네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는 고통의 기도를 먼저 드리셨습니다.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는 바로 이 겟세마네 기도를 통하 여 나아가는 생명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왜 성도가 이 땅을 살아가면서 삶의 매 순간 기도해야 할까요? 왜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요 15:7) …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 요16:24) …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 이렇게 기도하라 말씀 하신 것일까요? 예수님의 제자라면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 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십자가의 길과 겟세마네 기도는 하나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성도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겟세마네 기도 속에 담긴 의미들을 살펴보며,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남기신 그 일곱 마디 말씀! 가상칠언을 향한 믿음의 여정을 떠나보려 합니다. 

막 14: 32-33a) 그들이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실새 마가의 다락방에서 유월절 만찬을 나누셨던 예수님은 감람산으로 향하십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겟세마네라 하는 작은 동산에 이르십니다. 누가는 그곳 겟세마네 동산이 예수님과 제자들에게는 아주 친근한 곳임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눅 22:39) 예수께서 나가사 습관을 따라 감람산에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갔더니 여러분은 예수님의 기도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저는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과 떨어지는 땀방울이 핏방울이 된 이 겟세마네 기도입니다. 왜냐하면, 이 기도는 삶과 죽음의 갈 림길에서 드려진 특별한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특별한 기도는 사실 특별한 장소, 특 별한 내용으로 드려진 기도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습관처럼 가셨던 바로 그 곳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그 주기도의 내용을 붙들고 하나님 앞에 서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삶 그 마지막까지 그것을 붙들고 씨름하셨던 것입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특별한 믿음을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제자훈련 1, 2, 3단계를 거쳐야지만 특별한 제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하나님 앞에 엎드 리던 그 기도의 골방이 마지막에도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능력이 되는 것이고, 교회를 다니면 서 가장 먼저 배우고, 외웠던 그 주기도문의 내용 하나하나를 삶으로 체험하는 것이 바로 믿음 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겟세마네 기도는 우리가 매일 매일 살아가는 그 일상의 영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기도입니다.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간 다니엘의 이야 기는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그 가운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그 사자 굴의 다니엘 이야기 입니다. 자신을 시기하던 사람들의 모함 앞 에서도 다니엘은 평소 하던 대로의 모습 그 대로 살아갑니다. 

단 6:10) 다니엘이 이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 다니엘만 생각하면, 저는 늘 이 한 문장이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그가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 언제부터 인가 우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면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믿음의 영역에서도 꼭 특별한 것을 찾고,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된 듯 합니다. 

그렇게 특별한 것에 마음을 쏟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영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에 하던 대로 무심한 듯 살아가는 그 평 범한 일상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에 하던 대로 예배를 드리고, 전에 하던 대로 기도를 하던 우리 부모님! 새벽이나 밤이나 문제 앞에서 전에 하던 대로 교회를 찾고, 전에 하던 대로 성경을 읽으며 철야와 금식을 하시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그 모습이 과연 지금의 내게는 얼마나 남아있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또 하나, 우리가 이 겟세마네 기도에서 체험하는 은혜는 예수님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만나는 예수님은 결코 초월적이거나, 능력이 한이 없으신 모습이 아닙니다. 슬픈 모습 그대로, 두려워하시는 마음 그대로 제자들에게 보이 시고, 함께 기도할 것을 부탁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여지없는 소시민적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 라, 예수님은 늘 말씀하시던 그 십자가를 당당하게 맞이하시기 위하여 기도하시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마치 문제 앞에서 요동하는 우리처럼 연약한 인간의 모습 그대로 예수님은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에서 말씀 한 마디로 바람과 풍랑을 잔잔케 하시고, 귀신 을 떨게 하시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마가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상태를 이렇게 말해줍니다. 막 14:33b-34)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말씀 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있으라 하시고 이런 예수님의 모습이 익숙하십니까! 

낯설지요! 더군다나, 예수님의 기도를 한번 들어보세요! 막 14:35-36a) 조금 나아 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이 또한 낯선 모습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는 바로 예수님의 이런 모습, 이런 기도 때문에 우리의 기도를 그 근원부터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 드리는 기도에는 어떤 특별한 형식이나 절차, 태도가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기도는 정답을 아뢰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할 때에 억지로 내 감정 을 누리고 감추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 아시는 아버지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도가 내 감정을 다 토해내고, 내 억울 함을 하소연 하고, 내가 진정 바라고, 기대하는 것을 하나님께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이 겟세마네 기도는 보여줍니다. 겟세마네 기도의 핵심은 바로 이 한 단어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 어떤 단어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여러분 이것이 기도의 축복이요! 이것이 기도의 본질 아닐까요! 기도는 연약한 나의 뜻, 불완전한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도할 때에 그분의 그 함께함의 임재를 체험하는 것입니 다. 

그래서 우리는 오직 기도를 통하여 그렇게 간절한 나의 뜻, 나의 바램이 어느 순간 눈 녹듯 이 사라지고, 영원히 변치 않는 그 하나님의 뜻을 나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그렇게 그 뜻 안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는 나의 삶 속에 담겨진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마음을 체험케 하는 믿음의 역사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역시 이 신앙의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고백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원대로 하옵소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