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강원도 홍천을 관광하며 - 시애틀한인로컬문학칼럼
이성수(수필가‧서북미문협회원)
한국에서 한 50여 일간 체류하면서 전라도 남원과 전주를 관광하고 이번엔 강원도 홍천을 다녀왔다. 외손녀가 다니는 회사의 배려로 2박 3일간 오래간 만에 강원도 여행을 하고 왔다.
충남 예산에서 막내딸이 운전하는 자가용으로 서해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방향으로 한참을 가다가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진입하였다.
경기도 가평 근처 휴게소에 들러 양양~고속도로에 관한 상세한 홍보물을 입수하게 되었다.
강원도는 36년 전에 와 보고는 처음이다. 그 때하고는 완전히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루고 있다. 가도 가도 산인데 터널을 뚫어 곧게 길을 내어 씽씽 달린다. 굴속을 한참을 달리다 밖으로 나오면 또 굴이다. 굴속을 달리다가 밖에 나오기를 반복하며 이렇게 한 없이 달렸다.
지금 달리고 있는 서울~양양간 고속도로는 총 길이가 150.2km인데 그 중 동홍천에서 양양까지 71.7km를 2017년 6월에 개통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서 양양까지 이동거리가 25.2km나 짧아졌고 주행 시간도 40분이 단축되었다.
이제 인천공항에서 바로 고속도로를 타고 양양까지 2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홍천~인제~양양을 잇는 동서 관광벨트가 조성되어 내린천, 방태산, 자작나무숲, 양양 오색약수, 하조대, 낙산사 등 강원북부 지역과 설악산국립공원 등의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 세상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2017년에 개통된 동홍천~양양 구간은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악지형을 통과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전체 연장 71.7km 중 터널이 35개소 길이 43.5km, 교량이 58개소 길이가 8.6km나 된다니 공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또한 영상감지 CCTV 등 첨단 방제시설을 설치하고, 터널 길이에 맞는 환기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터널 천정에 별·무지개 등 경관조명을 설치하여 운전자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도록 했다.
본래 계획은 홍천까지 가는 여행이었지만 양양고속도로에서 제일 긴 터널,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터널을 통과해 보려고 양양까지 가기로 하였다. 국내에서 제일 긴 터널 길이가 11km(10,965m)이며 세계 11번째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참 대단한 나라이다. 어떻게 저런 공사를 해낼 수 있었을까? 이 터널을 뚫는데 2년 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연간 5만 여명의 인부가 투입되고 중장비만도 2,900대가 동원되어 하루 평균 25m를 굴착했다고 한다.
11km 터널 속을 달려갔다. 엄청 긴 굴이다. 말이 길이가 11km이지 실지 달려 보니 아주 까마득했다. 세계 1위 터널은 노르웨이 라르달 터널로 24.5km이다
굴속은 캄캄한 게 아니고 첨단 방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전자의 졸음을 예방하기 위해 s자 선형으로 설치하고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터널 내부는 400m마다 숲의 쾌적함, 구름, 하늘의 개방감. 빛의 아름다움, 물방울의 형상화. 수족관 분위기의 경관 조명으로 터널 내부를 밝혔다. 또 1시간에 100km로 주행할 경우 3.6초간 터널 천장부에 아름다운 그림이 나타나도록 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나는 터널에 아름답고 환상적인 조명을 설치한 굴은 처음 보았다. 홍천에 와서 국내에서 제일 긴 굴을 직접 통과해 보니 이 굴을 뚫기 위해 수고한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아울러, 자연과 조화되는 고속도로 전 구간에 야생동물 유도울타리를 설치하고, 수달 서식지 등을 조성하는 한편,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최대로 살려 국내 최초로 도로 위 휴게소인 내린천 휴게소를 만들어 관광명소가 되게 하였다.
국내 최장 굴속을 신나게 통과하여 양양까지 갔다가 홍천으로 되돌아왔다.
돌아보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백두대간 험준한 산맥에 굴을 뚫고 육교를 놓아 이렇게 훌륭한 고속도로를 개통한 우리나라 저력이 자랑스러웠다.
홍천의 맛 집은 10집도 더 되었다.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하여 유명한 돼지고기화로구이 음식점을 찾아갔다. 이 음식점은 한자리에서 30여 년 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며 지금은 연간 80만 명이 다녀가고 있다고 한다. 방송국에서 유명연예인이식사하는 사진을 홍보하고 있었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고추장 돼지고기 숯불 화로구이’를 주문하여 저녁을 먹었다. 많은 사람들로 식당은 붐볐다. 주말에는 번호표를 줄 정도로 만원이라 한다.
드디어 고추장 돼지고기 화로구이가 나왔다. 참나무 숯 위에 지글지글 빨간 고추장으로 옷 입은 돼지 삼겹살이 익어갔다.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고추장의 개운한 맛과 어울려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이렇게 환상적인 돼지고기 맛은 처음이었다.
연하고 부드러운 상추쌈에 맛깔스러운 쌈장을 첨가하여 맛있게 먹었다. 빨간 고추장이 범벅이 되어 있는 데도 돼지고기는 맵지가 안했다. 입에 척 안기는 것은 무슨 소스를 첨가했기에 맛이 이렇게 좋을까. 우리는 식당을 나오며 또 오고 싶을 충동을 느꼈다.
저녁을 먹고 산 속에 있는 숙소인 대명리조트로 향했다. 깊은 산속에 고층 건물이 수도 없이 서 있었다. 시설도 좋았다.
다음 날은 홍천 온천을 하러 나섰다. 산속 길을 한참을 달려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홍천원탕온천에 도착하여 곧 입욕(入浴)을 했다.
사람은 많지 않고 한산했다. 나는 온양온천, 도고온천, 덕산 온천, 수안보온천, 동래온천. 미국의 솔덕온천, 캐나다의 여러 온천을 다녀왔는데 이 홍천온천 온천물은 ‘세상에 어쩜 이런 물이 있을까’ 싶도록 부드러웠다.
물에 잘 지워지지 않는 여자들의 색조 화장조차 쉽게 지워진다고 한다. 온천수 중 알칼리성 수질이 특히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물은 강알칼리성이다. 특히 게르마늄이 다량함유하고 있어 매끈매끈한 촉감에 반하여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뜨거운 욕탕에서 몸을 담갔다. 시설은 노후 되어 있지만 물이 좋아 오랫동안 입욕했다.
목욕이 끝나고 식구가 다 모였다. 얼굴이 수분을 머금어 뽀얗게 예뻐 보였다. 이게 다 게르마늄이 많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얼굴이 보들보들하여 기분이 좋았다.
바로 온천 건너편에 홍천 하이트 맥주공장이 보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가까웠는데 빙 돌아 정문으로 가니 꽤 먼 거리였다.
수위실에서 견학 왔다고 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견학을 하지 않는 날이라고 했다. 공장을 견학하고 싶은데 되돌아가기가 섭섭하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부러 왔다며 사정을 하였더니 마음씨 좋은 수위가 사무실과 한참을 통화 끝에 특별히 견학할 수 있게 배려 해주었다.
우리는 걸어서 공장으로 갔다. 벌써 안내하는 여직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여직원의 안내를 따라 1층에서 2층을 오르내리며 견학을 하였다.
이 하이트 진로 공장은 현재 강원공장(홍천), 전주공장, 이천공장, 청주공장이 있는데 하이트 맥주와 진로(참이슬)소주를 생산하고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강원도 홍천 도둔산 백두대간 자락에 위치한 이 공장은 동양 최대 규모와 더불어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환경 친화 공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에는 지하암반수를 퍼 올려 썼는데 오염되어 쓰지 않고 강물을 정화하여 쓴다고 한다.
보리 싹을 원료로 맥주를 만드는 공정을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세계 주류 전시장(酒類 展示場)도 있어 한눈에 술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친절한 여직원의 자세한 설명과 안내로 우리 일행은 전시관을 두루 두루 구경했다. 견학을 마치고 휴게실에 앉아 회사 측에서 주는 하이트맥주를 시음(試飮)하였다. 홍천강이 흐르는 전망 좋은 시음장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목으로 넘어가면서 톡 쏘는 독특한 호프 맛을 느꼈다. 목도 마른 참에 한 컵을 다 마셨다.
우리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직원들이 너무 고마웠다
견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허술한 식당에서 막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점심을 잘 먹어서 저녁생각이 없었지만 막국수와 같이 나온 감자부침개와 모시 떡을 먹었다. 부침개는 노릇노릇하고 바싹바싹 씹히는 식감이 막국수맛보다 더 좋았다. 그리고 덤으로 주는 쑥 개떡을 닮은 모시 떡은 쑥 개떡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