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존재는 “우주 전체”이다. Mom and Dad are beings like the Universe.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존재는 “우주 전체”이다. Mom and Dad are beings like the Un…

우리 둘째 딸의 아들인 2살짜리 손자가 우리 집으로 왔다.

둘째 딸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비영리단체에서 청소년전문 케이스매니저로 일하다가 더 공부하겠다며 유덥 대학원에 진학해서 전문상담가가 되었다. 그러고는 주 정부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전문상담가로 일을 하면서 결혼은 뒷전으로 미루고 시간만 나면 배낭 메고 세계 각국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행은 3명의 여자친구 셋이 함께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는지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고 염려도 되었지만, 여행 다니는 일도 한때려니 생각하며 ‘그래! 젊어서 여행 다니는 것도 괜찮아!’라며 이해해보려 했지만, 딸아이가 30살이 넘고 31살, 32살이 되어가면서 은근히 저렇게 일하고 여행만 다니다가 남자 친구는 언제 사귀어서 결혼하려나!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33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집에 손님을 데리고 온다고 하더니 금발의 키가 큰 청년을 데리고 왔었다.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 친구인데 외국 여행 중 새로운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사귀게 되었다는데 이미 사귄 지 몇 개월이 되었고 나이가 찬 두 사람이 심각하게 결혼을 생각 중이라는 이야기에 우리 가족은 딸아이가 나이가 점점 많아지자 무조건 환영했었다.

두 사람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9개월 전에 만남을 시작한 터라 팬데믹이 닥쳐오자 결혼식은 상상도 못 하고 일단 두 사람은 시청에 혼인 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팬데믹이 끝나면 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결혼 생활을 시작하였다. 


기나긴 팬데믹 시간 동안 딸아이와 사위는 발라드의 방 하나인 아파트에서 잘 지내는가 싶더니 어느 날 얘기를 하는데 사위가 항상 유기농 농장을 하고 싶은 게 꿈이었다며 사위는 스노호미시 지역에 14에이커의 땅을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미 마련을 하였다는 것이다. 사위가 유기농 농장을 하려고 했던 계획 중에는 사위의 부모님이 이곳 워싱턴지역에서 크게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여서 아마도 어릴 때부터 농장에서의 삶을 보고 자란 아들이 그게 그렇게 보기가 좋고, 즐거운 생활이었다고 한다.


사위의 부모님 두 분이 중학교 선생님을 하시다가 사위 아버지의 부모가 하는 농장을 물려받게 되면서 두 부부가 학교 교편생활을 그만두고 40대 초반에 농장을 시작(20에이커)하였다고 얘기를 했다. 사위의 부모님이 하는 농장은 워싱턴에서 유명한 농장으로 그곳은 각종 과일과 유기농 채소들을 재배하고 키우면서 가을이면 지역학교 학생들이 현장 학습을 가기도 하는 놀이 게임도 있고 각종 동물도 만나볼 수 있는 키즈 농장이기도 한데 어릴 적부터 농장 생활을 보고 자란 사위와 형제들이 일단은 대학을 마친 후 교편생활들을 하다가 농장 일에 뛰어드는 중이란다.


사위는 농장 일을 시작하면서 14에이커의 땅을 일구고 온실을 짓고 온실에서 각종 채소를 유기농으로 재배하는데 사위를 바라보는 내가 감탄하게 된 일은 우리는 참으로 부지런한 성격들인데 미국에서 살면서 사위 가족처럼 부지런한 가족들은 보지를 못했다. 사위는 노르웨이 계통의 미국인인데 온 가족이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부지런한 성격들이라 내가 아무리 살펴보아도 어떻게 저렇게 일을 할까 싶게 부지런들 했다.역시 사위도 부지런한 부모님 밑에서 사는 삶을 보고 배운 것이고 주일이면 신앙생활도 철저해서 온 가족이 교회에 나가 함께 찬양도 하고 교회에 봉사도 하는 전형적인 미국인 가정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농장을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의 농장에 가끔 가보면 사위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사위는 농장에 딸린 헛간(마구간을 개조해서 집으로 만들고 14에이커의 땅 한쪽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커다란 온실을 혼자서 짓더니 곧 여러 가지 유기농 채소들을 키우기 시작했고 또 한쪽에서는 이동식 닭장을 만들어 닭장을 잔디 있는 곳들로 찾아가 그곳 잔디를 다 먹고 나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그곳에서 닭을 키우며 여기서 낳는 알이 신비롭기도 한 것이 껍질이 아주 두껍고 껍질의 색이 무척 아름다우며 달걀을 깨보면 노른자가 아주 예쁜 노른자로 노른자가 잘 터지지도 않았다.


두 젊은 부부는 부모인 우리가 보아도 정말로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었다. 딸아이는 주 정부에서 전문상담가로 일하면서 사위를 도와서 농장 일을 담당하면서도 사는 모습에 내가 보아도 감탄할 정도로 부지런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두 딸은 요즘 젊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명품이라는 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지도 않는데 아주 예쁘다. 그리고 있는 모습 그대로인데 아주 예쁘다. (어쩌면 내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올해부터 이곳 농장에서 각종 채소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채소가 얼마나 신선하고 단맛이 나는지 왜 유기농 농산물을 먹던 사람들이 유기농을 찾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거의 모든 채소는 익기 전에 따서 배나 비행기를 타고 오니까 그동안에 채소나 과일들이 익어가니 맛이 덜하다. 다 익어진 상태에서 배에 실리거나 차에 실려서 오게 되면 금방 시들어버리니까 상품의 가치가 없어지니 익기 전에 미리 따서 운송 중에 익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유기농 채소들은 화학 비료 없이 자연 재배하며 다 익은 다음에 수확하니 어떻게 맛이 안 좋을 수가 있는지!


며칠 전 사위가 가져다준 마늘종으로 한국 음식이 아닌 이탈리안 페스토를 만들어 파스타로 몇 분들에게 대접하게 되었는데 식사를 마친 분들이 그 맛에 반해 요리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셨다. 또한 다른 채소 역시 채소가 달았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유기농 채소를 사서 식탁을 꾸리는 분들이 충분히 이해되는 그런 마음이었다. 이곳 미국의 집들은 땅들이 넓으니 각종 채소를 직접 심어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겠다 싶다. 내가 딸아이농장에서 자라는 채소들로 식탁을 꾸미고 난 후에 유기농 채소 과일 예찬론자가 아니 홍보대사가 된 것 같다.


딸아이 부부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우리도 딸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의 한주에 하룻밤을 손자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데 손자는 이제 2살 하고 2개월 아직 어린데 2달 전 예쁜 여동생을 보아서 아기의 자리를 빼앗기게 된 아기였다. 사위의 부모님은 농장을 운영하다가 큰아들에게 농장을 물려주면서 농장 일을 가끔 보아주고 계시는데 사위의 부모님은 집이 얼마나 큰지 그곳에는 사람들이 늘 북적북적하는데 특별히 사위가 막내인데 누나 가정의 세 아이와 둘째 형의 아이들은 국민학생들로 이 아이들이 농장 안에 있


는 집, 각 가정들의 커다란 집들이 한 농장 안에 있어서 수시로 할머니 집에 모여서 놀고 지내고 하는데 아마도 딸아이 부부의 두 살짜리 아들아이도 가끔 그곳에 데려다 놓고 저녁에 데리러 가거나 하는데 두 살 손자가 또래보다 조금 큰 아이들과 자라면서 말을 일찍 배우고 자기 것 챙기지 않으면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먹는 음식이 나오면 손자는 한 개를 집은 게 아니라 무조건 손바닥을 펴서 한주먹 가득히 쥐어서 자기 몫을 만들고는 했다.


사위에게 물어보니 사위의 누나의 애들이 5살 3살 2살인데 누나의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농장을 뛰놀며 한 지붕 아래서 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자기도 하면서 크다 보니 사회성들이 아주 좋아서인지 아이들 발육이 참 좋았다. 언어습득과 환경적응이 보통 아이들보다 빠른 것 같았다. 두 살짜리 손자가 웬만한 말 표현은 거의 다 한다.

며칠 전 딸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 우리 토요일 파머스마켓에 채소 내다 팔 건데 손자 좀 하룻밤만 봐주세요?”


금요일은 반나절만 근무하고 난 후라 ‘그래! 집으로 데리고 오자!’ 생각하고 두 살 손자를 데리러 갔는데 손자의 귀에 염증이 생겨서 밤새 아프다가 항생제를 먹는 중인데 아이가 아프니까 그 잘 먹는 먹방 손자가 먹는 것도 싫고 기운도 없어 하니 엄마가 좀 불편해도 하룻밤만 데리고 자주세요! 부탁한다. 기운이 없이 아픈 손자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는데 평소에 먹방인 손자가 좋아하는 과일을 여러 가지 내놓아도 아예 흥미도 없고 김하고 밥을 싸서 주면 엄청나게 잘 먹는 손자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고는 나에게 얘기를 한다.

“하무니 하무니 엄마 집에 갈래!”

“하무니 하무니 엄마 집에 갈래!”

내 대답은 “어떻게 하지 엄마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조금 있다가 손자가 다시 얘기한다.

“하무니 하무니 아빠 집에 갈래!”

“하무니 하무니 아빠 집에 갈래!”


내 대답은 “어떻게 하지 아빠가 농장에서 일하는데!”

내 답에 손자는 “하무니 하무니 내가 아빠 농장 도와주어야 해!”

손자를 바라보는데 몸이 아프니까 더욱 엄마 품이 그리운 손자가 너무 딱해 보여서 딸에게 전화를 걸고 손자를 차에 태워 가 딸 집으로 가는데 뒤 카시트에 앉은 손자가 나에게 얘기를 한다.


“하무니 하무니”

“하무니가 인디(2달짜리 손녀) 안아줘”

“하무니 하무니 하무니가 ‘인디’ 안아줘?”

“하무니 ‘인디’ 안아줘”

“하무니 ‘인디’ 안고 엄마는 나를 안아줄꺼야!”

“아빠도 나를 안아줄 거야”

“하무니는 ‘인디’ 안아줘!”

몸이 아프니까 동생을 안고 젖먹이는 엄마 동생을 안고 있는 엄마 아빠 품이 더욱 그리운 손자의 얘기에 가슴이 뭉클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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