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칼럼] “인생의 정답”

전문가 칼럼

[정병국 칼럼] “인생의 정답”

인생에는 정담이 없다고 옛날 노인들이 말씀하셨다. 세상을 살아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인생의 정담을 굳이 정의한다면 그 정답은 자기 자신이 쓰는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은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손님이 오면 강아지처럼 뛰어나가 반가이 인사하고 반기면 장사는 잘된다고 했다. 그 사람의 내일이 궁금하면 그가 오늘을 어떻게 사는지를 잘 살펴보면 알아낼 수 있다. 말하자면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내일의 답이라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은 “좋은 날만 계속되면 건조해져서 못 쓰고 햇볕만 늘 쨍쨍해 봐라. 그러면 땅은 사막이 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모래사장이 되고 만다. 땅은 비가 오고 바람도 불고 태풍도 불어야 나쁜 것은 빠지고 좋은 것만 남는다.” 우리 인생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가는 나쁜 날씨가 이어질 때가 아니라 구름 한 점 없는 날들이 계속될 때라고 했다. 인생이 한세상 살면서 궂은일이 닥치면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래서 인생이 계속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인생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궂은일이 닥치면 쓰러졌다가 잠시 생각하고 쓰러진 김에 무엇이든 잡고 일어나면 된다. 잡고 일어날 것이 없으면 죽을힘을 다해 혼자서 일어선다.

인생이 한세상 살면서 재능이 뛰어난 사람보다 어려움을 잘 견뎌내는 사람이 더 훌륭하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임을 가르쳐줬다. 진정으로 멋진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사람이다. 인간은 어렵고 힘든 것을 겪어내야만 인생의 쓴맛과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고생하고 힘들게 일을 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고 그 아픔을 품을 수 있는 법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예를 보면 부잣집 자식들보다 보통 가정이나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자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부잣집 자식들도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하여 성공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부하고 연구하는 동안 어려움 없이 과정을 끝낸 자식들보다는 가난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돈을 벌어가면서 공부한 사람들이 성공한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요즘엔 돈 많은 부잣집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출세하는 때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우리 세대는 한국의 경제 사정과 생활 수준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그리고 돈 많은 부자가 있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고학으로 혹은 자신이 학비를 마련하여 공부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 활동하면서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새벽에 일터로 나가 일하다가 밤에 별이 보일 때 집에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 형제자매는 부모님의 희생적인 수고로 지금 잘 사는 것이다. 요즘 나 자신이 늙어가면서 부모님 생각이 나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가 지금 이렇게 편하게 사는 것은 모두 부모님의 희생적인 노고의 덕이다. 우리 고향에는 우리 일가들만 300여 호가 모여 살았다. 


그중에 부잣집은 단 두 집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가난한 농부의 가정들이었다. 그중에 우리 부모님은 열심히 일을 남들보다 더하면서 우리를 고등교육까지 시키셨다. 물론 고등학교에 입학시킨 후에는 학비를 댈 형편이 안되어서 우리는 고학(신문팔이나 가정교사)을 하면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의 교육열과 열성이 우리를 잘살게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 형제들은 부모를 잘 만나서 공부를 끝까지 할 수가 있었다. 그런 부모님이 지금은 모두 하늘나라로 이사를 하셨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오직 자신이 그 정답을 쓸 수가 있다. 그 답을 전에는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했는데 내가 늙어가면서 요즘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부모님의 희생과 고난을 알았으니 불효막심한 자식이다. 내 자식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기사 세상이 얼마나 변하고 바뀌었나? 지금은 달나라도 가고 인공위성이 우주를 돌면서 지구 주위의 항성들을 모두 관찰하고 연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가 아니라 지금은 달에 가서 모든 것을 다 관찰하고 거기서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인생의 정답을 내가 쓸 시기가 되었다. 그 정답은 이미 우리 부모님이 쓰고 가셨다. 우리는 다만 그것을 알고 그대로 복사하며 이용하고 살아갈 뿐이다. 이만하면 인생의 정답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상은 나도 답변할 수가 없으니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인생은 그렇게 살다가 정답을 뒤로 미룬 채 살다가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로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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