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비비안나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차들도 다니기 힘든날 비비안나는 제 사무실에 들어섰습니다. 비비안나의 온몸은 눈에 젖었고 얼굴은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어서인지 빨갛다 못해 터질 것 같은 모습입니다. 신고 온 털부츠는 눈에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나는 얼른 일어나 내 두 손으로 비비안나의 얼굴을 감싸주면서 묻습니다. “Weather like this you don’t have to come to my office?”
비비안나는 얼마나 추웠는지 나의 품에 살며시 안기면서 오지 않아도 되는 걸 하는 말에 비비안나는 씩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Because we have an appointment today!”
비비안나는 우직할 정도로 성실한 사람입니다. 나하고의 만남이 있은 지가 거의 2년이 다 되어갑니다. 많은 domestic violence homeless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도 해보지만 비비안나처럼 자기의 계획을 잘 실천하며 꿋꿋이 나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처음 비비안나가 우리 프로그램에 와서 내가 비비안나 담당자로 만나게 되면서 비비안나는 왠지 말이 없었습니다. Intake를 하느라고 여러 가지 질문에 관해서 물으면 아무 표정이 없이 물은 말에 대답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얼굴엔 아무 감정의 표현이 없었고 앉은자리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비비안나의 카운셀러로 만나게 되었는지도 두 달이 흘렀습니다.
마침 계획에 없던 우리 프로그램에서 퍼머낸트 타운하우스 2 bedroom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비비안나가 입주하게 되는 퍼머낸트 아파트에 살던 00가 마약을 상습 복용하는 바람에 이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비비안나는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women shelter(여성 보호소)에서 있었고 비비안나의 아이인 리키는 청소년 보호소에 있으면서 모자가 함께 살 집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리키는 13살입니다. 동그란 눈에 아주 완벽히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의 매력적인 소년입니다.
비비안나가 새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비비안나가 새로 입주한 타운하우스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어서 나는 Goodwill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레이첼에게 전화를 합니다. “Hello Rachael, Do you want to be angel again?” 레이첼은 내가 이렇게 전화하면 언제나 이렇게 대답합니다. “Regina, you are angel, I am the angel’s boss!” 우리는 서로 장난을 하며 서로를 높여줍니다.
며칠 후 나는 가까운 지인의 트럭을 빌려서 man program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 몇 명의 남자 노숙자들에게 부탁하여 Good will에 가서 비비안나와 리키가 살기에 필요한 가구들과 집기들을 가지고 와서 비비안나가 새로 입주한 방을 꾸며줍니다. 물론 헌 가구이지만 그래도 쓸만한 것들을 모아서 가지고 온 터라 가구가 채워진 방은 무엇인가 꽉 찬 기분이었습니다.
가구가 들어오자 보통 거의 아무 말이 없던 비비안나가 얼굴엔 생기가 돌고 기쁜 얼굴로 나에게 말을 겁니다. “Regina can I have watercolor?”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은 것 같아서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What do you need? Watercolor?” 내가 몇 번을 물어보자 비비안나의 목소리가 다시 작아집니다. 나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묻습니다. 비비안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다가 고개를 숙이며 “Never mind!” 하고는 입을 닫습니다.
나는 이제 우리의 만남이 시작인데 처음부터 대화가 안 되면 서로 고생을 할 것이 뻔한 터라 다시 재차 묻습니다. “Vivienne, tell me what do you want?” 이제 비비안나는 입을 꽉 다물고 아예 얘기를 안 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꿈쩍도 하지를 않습니다. 나도 더는 물어볼 수가 없어서 이날은 그냥 가야겠구나 하고 집을 나서는데 리키가 내 뒤를 따라 나옵니다. 그리고 역시 수줍은 얼굴로 나에게 얘기합니다. “My mom love to have water color because she likes painting…. Do you think you can get water color for her?”
다음 주에 나는 비비안나더러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지난번 아는 자매님이 한국에 갔다 오면서 나에게 선물해준 수채화 물감 한 통과 커다란 도화지 set을 주었습니다. 나도 기회를 만들어 수채화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비비안나에게는 전혀 예상을 하지 않았던 선물이어서인지 비비안나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흐릅니다.
우리는 매주 만나면서 비비안나의 앞길에 대해서 계획을 하고 리키는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비비안나의 집을 방문한 나는 벽에 걸려 있는 정말로 너무도 멋있게 그린 풍경화에 눈이 갔습니다. 그림은 밝은 색조의 풍경화였습니다. 마치 희망을 말하는 것처럼! 비비안나에게 물어보니 지난번 레지나가 준 물감으로 자기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너무나 감탄을 해서 한참을 말을 잊고서 그림만 바라보았습니다. 비비안나에게 이런 솜씨가 있다니!
비비안나는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의 등에 업혀서 미국으로 밀입국해온 비비안나는 네바다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비비안나의 엄마는 미국 사람 집의 파출부로 일하며 두 사람은 열심히 살았지만, 엄마가 혼자 버는 돈으로 생활은 늘 빠듯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비비안나가 공부를 잘하고 또 특별히 미술에 소질이 많아서 각종 상을 타고는 했습니다.
엄마는 비비안나에게 희망을 품고 정말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비비안나가 11살 되던 해에 엄마는 트럭을 운전하는 역시 스페인계인 과테말라 출신의 프레드를 만나서 데이트를 하더니 얼마 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샀습니다. 엄마는 남편인 프레드가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가 있어서 집 근처에 있는 양로원에서 밤에 일하게 되었고 비비안나는 밤에는 새아빠와 함께 있어서 무서운 줄을 몰랐습니다.
비비안나에게는 엄마에게 말을 할 수 없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밤에 일을 나갈 때면 새아빠인 프레드가 비비안나를 그냥 두는 것이 아닙니다. 비비안나는 울면서 나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을 해보았지만, 프레드의 협박에 그냥 말없이 당하게 됩니다. “내가 이혼하면 너와 네 엄마는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할래”
14살의 비비안나는 임신을 했고 그 아이가 지금의 리키입니다.
엄마도 같은 시기에 임신해서 비비안나에게는 같은 아버지를 둔 동생과 아들이 있습니다. 얼마 후 점점 불러오는 배를 숨길 수가 없게 된 비비아나는 이 모든 사실을 엄마에게 실토하게 되었고 분노에 찬 엄마의 고발조치로 프레드는 과테말라로 도망을 가게 되었고 비비안나는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함께 임신 중이었던 엄마와 비비안나는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다가 비비안나의 결정으로 비비안나는 아무런 연고지도 없는 이곳 시애틀에 아들과 함께 오게 된 것입니다.
지금 비비안나는 A 스토어에 베이커리 디파트먼트에서 케이크 디자인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제 비비안나는 웃기도 하고 눈물도 흘립니다. 나는 비비안나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통증이 옵니다. (그렇게 힘든 생활을 했으면서도 이렇게 밝은 그림이 나오다니!) 그리고 비비안나를 가만히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합니다.
Vivian, you are the greatest p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