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칼럼] 631. 이자율 조정과 케인즈 화폐론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재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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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목회계칼럼] 631. 이자율 조정과 케인즈 화폐론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재무칼럼

칼럼 627호(유로화의 약점)부터 지난주까지 네 개의 칼럼에서 마이너스 이자율의 해악을 검토했다. 이번에는 사태를 거기까지 몰고 간 이론 속으로 들어가 본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들은 (옳든 그르든) 물가를 약간 올릴 필요가 인식될 때마다 이자율을 낮추어서 물가를 올리려(1) 한다. 그러한 구상은 “이자율을 낮추면 화폐 공급량이 늘어난다(2)” 하는 실무적 경험과  “화폐의 공급량이 많아지면 물가가 올라간다(3)” 하는 믿음의 조합이다. 이 (3)의 명제는 화폐수량설이며, 화폐 현물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화폐수량설을 믿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다른 것이 있다. 

이자율과 화폐 공급량을 연결시키는 위 (2)의 명제는 “화폐는 이자율을 가격으로 하여 수급된다(4)” 하는 케인즈의 생각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으므로, 우선 그것부터 검토해 본다. 화폐 수급에 관한 케인즈의 생각을 가장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것은, 힉스가 IS-LM 모델을 만들면서 그려 넣은 LM 곡선이다. 이 곡선은 칼럼 448호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거기에 있는 내용은 다음 문단과 상통한다.

LM 곡선의 요지를 위의 문맥에서 파악하면, “정부가 화폐 공급량을 움직이지 않게 틀어쥐고 있는 상태에서, 화폐 수요량이 늘어나면 이자율이 올라가고 화폐 수요량이 줄어들면 이자율은 내려간다(5)”로 정리된다.  

앞 문단의 논리는 일반적 수요공급의 원칙에다 “정부가 화폐 공급량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을 보탠 것이다. 일반적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화폐 수급의 가격인 이자율이 내려가면 화폐 공급량은 내려가는 힘을 받는다.(6) 이때 정부가 이자율 아닌 다른 수단을 발휘하여(7) 화폐 공급량을 늘리는 쪽으로 힘을 준다면, 이자율 하락으로 인하여 줄어들려고 하는 화폐 공급량이 줄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늘이게 할 수도 있다. 이 문단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전체적 수요공급의 법칙은 아래 링크에 길고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수요공급의 법칙 링크: https://blog.naver.com/samahncpa/221752115752

이제 위 (2)의 명제를 다시 보면, 명제 (2)에서는 정부가 이자율 하향 조정만을 통하여 화폐 공급량을 늘인다고 했는데, 앞 문단의 명제 (6)과 (7)을 보면 이자율 하향 조정만으로는 화폐 공급량을 오히려 줄이게 된다. 그러므로 위 (2)의 명제와 케인즈 화폐론은 양립할 수 없다. 둘 다 틀렸을 수도 있지만, 하나가 맞으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틀렸다 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개 중앙은행의 실무 문헌을 참조하면, 케인즈의 화폐론은 폐기되고 위 (2)의 명제는 살아남는다. 연준이 발행한 문서 “Modern Money Mechanics”를 자세히 읽어보면, 미국 돈의 발행은 언제나 화폐 수요에 응하여 수동적으로 이루어짐을 알아낼 수 있다. 같은 취지의 실무적 문헌이 유럽 중앙은행 사이트에서도 발견된다. 

유럽중앙은행 문헌 링크: https://blog.naver.com/samahncpa/221724091933

“The issue of euro banknotes need not be subject to quantitative or other limits, since putting banknotes into circulation is a demand driven process. 유로화의 발행에는 수량 또는 다른 제한이 필요 없다. 유로화의 유통을 시작시키는 일은 수요에 응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8)”

위 (8)의 인용문은, 이자율이 내려가고 화폐 수요량이 증가했을 때 (이자율은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상태에서) 화폐 공급량이 증가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며, 그렇게 해서 위의 명제 (2)를 성립시킨다. 실무에서는 위 (8)에서처럼 화폐가 수동적으로 공급되므로, 케인즈 화폐론은 이 시대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임이 확인된다. 누군가가 위 (2)를 생각해 내면서 케인즈 화폐론을 참조했든 하지 않았든, 위 (2)는 케인즈 화폐론과는 다른 생각이다.

정부는 이자율 조정을 통하여 화폐 공급량을 조정하고, 그것은 위 (2)의 명제와 통한다. 그러나 위 (5)의 명제를 믿는 교과서에는 그것이 거꾸로 설명되어 있다. 즉, 정부는 화폐 공급량을 조정하여 이자율을 조정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은 칼럼 449호(공개시장조작)에도 설명되어 있다. 이 칼럼에서는 이자율과 화폐 공급량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보았고, 다음 주에는 이 글 첫 문단 (3)의 명제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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