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수잔씨 잘 가요!(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수잔씨 잘 가요!(2)

이날은 일단 내 사무실로 돌아간 후 권순자씨가 갖고 있는 아이디를 알아낸 후에 백그라운드 조사를 사무실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니 조울증과 우울증이 있는 여자로 미국에는 20대에 왔는데 오래전 미국 남편과 이혼하고 정신병으로 길거리를 헤메이다가 이곳 쉘터로 들어온 상황이었다.


나는 다음날 권순자씨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보내려고 알아보던 중 오로라 길에 있는 알로하 인(알로하 여관)에 쉘터바우처(바우처는 가톨릭 단체에서 마련해주는 것으로 6달간 싸구려 모텔의 비용을 대주는 것이다)를 얻어다가 머물게 해주고 그때부터 정말 머리에 땀날정도로 열심히 권수잔씨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자 열심히 노력을 한 결과 권수잔씨가 알로하인에서 6개월 간을 머물고 난 후에는 가톨릭 단체에서 주관하는 플리마우스하우징에 입주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는 남편이 시민권 신청을 해주지 않고 이혼을 해버려서 아직도 영주권자인 권수잔씨의  전 남편을 어렵게 찾아내어 모든 서류를 일임받고 권수잔씨가 시민권을 받게 해주고 정부의 베네핏을 찾아주며 우리 사무실 고객으로 등록시키면서 지금까지 매달 두 번씩 나를 만나러 오게 하고 또 한 달에 한 번씩은 내가 권수잔씨를 만나러 수잔씨 하우징에 갔었다.


오늘은 친구가 전해준 케익(고맙게도 베이커리 하는 친구가 가끔씩 우리 고객들에게 케잌이나 빵들을 도네이션 해준다)을 예쁘게 싸가지고 권수잔씨가 살고 있는 하우징을 방문하는데 하우징 입구에 새로운 리셉셔니스트가 나를 보면서 누구냐고 묻는다.


나는 킹카운티 멘탈 헬스 프로그램 리드 카운슬러 “레지나 채”라고 애기를 하며 권수잔씨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문 앞 사무실에 앉아있던 직원은 자기는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으니 잠깐만 기다리란다.


아니 내가 이곳에 드나든 지가 9년째인데 왜 나를 기다리라고 하지?

아! 이 불길한 마음은 뭐지? 직원이 기다리라고 하는 의자에 앉아서 15분 정도를 기다리니 권수잔씨를 담당했던 백인 하우징 직원이 “나오더니 유창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면서 인사를 한다. 


그래서 아니, 어떻게 한국말을 하지? 물어보니 자기 아버지가 주한 미군 장교로 한국에서 9살 때부터 16살까지 한국에서 살아서 한국말은 물론 한국 음식 광 팬이란다. 

한국 음식은 무조건 좋아하고 특별히 떡볶이, 순대 등을 좋아한다고…


잠시 이 직원과 수다를 떤 후 참! 그런데 권수잔씨는 어디에 있지? 라는 나의 물음에 여직원의 눈가에 눈물이 어리며 저, 언니 참! 미안해요 수잔씨는 한 달 전에 죽었어요.

아니, 뭐라구? 

아니, 왜?


원인은 아직 잘 몰라요.

다만 수잔이 방에서 쓰러져서 죽은 후 이틀 후에 발견했어요.

다른 주에 살던 수잔씨 언니를 찾아서 수잔씨의 상황을 설명을 하니 시체해부를 원치 않는다고 가족들이 포기한다고 해서 우리가 화장했어요.

그럼 화장하고 남은 재는? 


아, 네 언니가 산에 버린다고 가져갔어요.

아니, 수잔씨는 정신적 문제는 있었어도 몸은 건강했는데 별안간 왜? 

이제 67살인데!

보고 싶어 하던 언니와 화해를 하여야 한다고 했는데… 

그리워하던 언니를 죽어서 만나다니!


수잔씨의 언니가 미국 사람하고 결혼을 해 먼저 미국에 와서 동생인 20대의 수잔씨를 초청해 수잔씨는 미국에서 칼리지를 졸업을 했는데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공장을 다니면서 동생들과 가족을 돌보던 언니가 수잔씨가 대학을 마치고 좋은 직장에 다니게 되자 내


가 너 를위해 희생을 했으니 너도 나를 도와야 한다고 늘 괴롭혀서(언니는 남편과 이혼하고 알코올 의존증이 되어있었다고) 언니가 살던 주를 떠나 이곳 시애틀로 와서 결혼도 하고 살다가 조울증과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 거리를 떠돌며 살고 있었다.


수잔씨는 한국 라면을 아주 좋아해서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수잔씨에게 컵라면 한 박스를 사다 주면 수잔씨는 냄비에 밥을 해 라면 국물에 밥을 넣고 말아먹고는 했었다.

수잔씨 하고 친해지는 데 2년이 걸렸다. 


2년간은 수잔씨를 찾아가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 내 사무실로 와야 한다고(그래야 우리가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으니까) 아무런 표정도 안보이고 그냥 왔다 갔다 하다가 수잔씨가 당뇨로 발가락을 자르게 되어 내가 당뇨환자가 신는 신발을 자비로 사다주면서부터 3년 째부터 나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을 했었다.


수잔씨는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상처받은 얘기는 절대로 안 해주었다. 

그냥 나쁜 인간들이라면서!


그리고 매달 두세 번 만나면서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었는데…

수잔 권씨가 고달프고 힘든 긴 여행을 마치고 떠났다.

수잔씨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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