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스트레스와 건강(1)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스트레스와 건강(1)

요즘처럼 스트레스(stress)라는 말이 많이 쓰인 적은 없을 것이다. 가족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다가도 조금만 의견이 달라지면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고 한다. 친구끼리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병(stress disease)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스트레스라는 말의 뜻은 "강박관념, 정신적 긴장, 심리적 압박감, 또는 불안감" 등이 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전에는 아무리 불안하고 긴장감을 느꼈어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의학적으로도 스트레스가 하나의 병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잘 알 수 없는 증세가 나타나면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모두 스트레스병 환자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는 없었고, 물질문명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핵실험, 쓰레기 처리 문제, 공해문제 등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머리가 터질 듯이 복잡하다. 


주위 사람들이 돈 자랑, 권력 자랑, 지식 자랑, 옷 자랑하는 것도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므로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 교회에서 성도라고 하는 사람들의 가식적인 신앙, 교역자들의 모습도 우리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할 때가 많으므로 역시 종교생활을 하는 데도 스트레스가 생긴다.  


어느 신문을 보니까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를 강도 순으로 정리해 놓은 그래프가 있었다. 이 표에 의하면 배우자의 죽음이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고(강도 100점), 이혼 73점, 별거 65점, 무슨 일로 감옥살이를 할 때 63점, 가족의 죽음(배우자 외) 63점, 자신의 부상이나 질병 53점, 결혼 50점, 직장에서의 해고 47점, 사이 나빴던 부부가 화해할 때 45점, 은퇴 45점, 진급 45점, 월급이 올랐을 때 45점 등으로 나타나 있다.  


이상의 열거에서 보면 스트레스의 원인 중에 가정에 관계된 것이 반 이상을 차지했고, 점수로 치면 거의 2/3 이상이 된다. 역시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형통하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이 통계는 미국에서 나온 자료이므로 서양 사람들에게도 가정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이슈임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는 불행한 일 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경사스러운 일, 좋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위의 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결혼이나 진급, 부부간의 화해 등 좋은 데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일평생을 그저 덤덤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관리법이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 가족이 생겨서 기쁜데도 39점의 스트레스를 받고, 개인적으로 영예로운 업적을 세우는 것도 28점, 휴가를 얻는 것이 13점, 크리스마스를 맞는 데도 12점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인간이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가만히 있어도-사실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새 가족이 생기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진급도 되고, 월급도 올라가고, 영예스러운 일도 일어나는데 이럴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다. 인간이 살아가다 보면 경사스러운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생기게 마련인데 이런 것을 모두 무시하고 산다면 혼자서 산 속에서 살다가 가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유명한 사람, 일류 영화배우, 세계적인 영웅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더러는 명대로 못 살고 일찍 죽었는지도 모른다. 


젊었을 때 나는 예쁜 여자를 보면 공연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떨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런 것이 모두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은 탓이었나 보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간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정신적인 불안감이 생기고 심한 경우에는 건강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의학계에서는 말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암(cancer)이라는 무서운 병이 많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데서 생겨날 수 있다는 어느 의학박사의 발표가 있었다. 


옛날에는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이 기계화되면서, 또 지금 전자나 컴퓨터의 힘으로 거의 신에 가까운 창조를 하고 있는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런 문명병도 생긴 것 같다. 


위의 통계를 분석해 보면 일 년 동안 쌍인 스트레스가 150점 미만이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200점 이상이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며, 우울증이 생기고, 이 스트레스로 인하여 각종 병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300점이 넘는 사람들이 지금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이 이혼을 했고(73), 또 그로 인하여 병이 생겼고(53), 가족 중 누가 아팠거나 집을 나갔다면(44), 또 사업을 확장했거나 축소했다면(39), 경제적으로 변화가 생기고(38), 집을 옮기고(20), 자녀가 진학이나 기타 이유로 집을 떠났고(29), 종교생활이나 사교생활에 변화가 일어나는 일(18)이 일 년 동안에 생겼다면 A의 스트레스 총점은 314점으로 위험 수위에 놓여 있다. 


이 정도 점수는 심한 심장병이나 위장병 같은 무서운 병을 초래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이처럼 무서운 병인데 인간으로 태어나 한 세상을  살려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다 겪어야만 한다. 말하자면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먼저 죽는데 이 경우 벌써 100점의 스트레스가 생긴다. 가족이 아플 수도 있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거나 바꿀 수도 있으며, 늘리거나 축소할 수도 있다. 또 미국에서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문제점이 많이 생긴다. 


본의 아니게 이혼을 할 수도 있고, 별거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 큰 요인이 된다고 하면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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