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사랑이 세상을 바꾼다(2)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사랑이 세상을 바꾼다(2)

<지난 호에 이어>

L목사는 목사가 된 후 그 장교부인을 백방으로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단다. 어느 하늘 아래에서 TV를 통해 L목사를 본다면 그 부인은 얼마나 가슴 뿌듯할까! 자기를 찾는다는 L목사의 축축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장교 부인은 지금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감사의 눈물 말이다.  


L목사의 교회는 법무부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이런 교회가 더 있으면 세상이 휠씬 더 살 만할 텐데... 그리고 형이상학적인 사랑을 맛볼 수 있을 텐데....  

오래전(20년쯤 전)에 살인범으로 감옥생활을 하다가 형장의 이슬로 하늘나라에 간 K라는 사람을 기억할 것이다. 일가족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그가 하나님을 영접하게 된 동기를 독자 여러분은 잘 모를 것이다.  


평소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사랑도 큰 역할을 했지만 매주 한두 번씩 유치장에 찾아가서 기도해 주고 성경말씀을 들려준 여인이 있었다. 처음에는 기독교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 여인은 더욱 간절하게 기도하고 열심히 말씀을 전했다. "나 같은큰 죄인도 구원을 받을 수 있나요?" 어느 날 K는 눈물로 호소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예수님은 원래 죄인들을 구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라고 얘기해 주었다. 마침내 K는 무릎 꿇고 예수를 구세주로 영접했고, 그때부터 성경을 몇십 번이나 읽었으며, 하루 24시간 중 주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거의 전부였다. 살인범도 마다하지 않고 피눈물을 흘리며 쓰다듬어 주시던 주님을 그는 여러 번 목격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감옥 안에서 모범수가 되었고 다른 죄수들에게 전도했다. 많은 죄수들이 그로 인해 주님을 영접했다. 어느 부인의 간절한 기도와 헌신적인 사랑이 K를 구원했고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사랑의 힘은 참으로 크고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죽기 전의 삶에 대한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어차피 잠깐이고 영생의 삶은 저 위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형이 집행될 때 그의 얼굴은 참으로 평온했고 천사의 얼굴처럼 환했다고 한다. 그의 수기가 베스트셀러로도 팔렸지만 나는 그의 수기를 읽지 않았다. 다만 그가 변한 사실을 어느 분이 쓴 글을 읽고 알았다. 분명히 그에게 내세에 대한 신앙이 있었다. 그가 구원을 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를 변화시킨 어느 부인의 헌신적인 사랑과 사명  감을 우리는 높이 평가한다. 


자식이 살인범이라 할지라도 부모는 그 자식이 귀하고 사랑스러운 것이다. 하나님이 보실 때 우리의 존재도 살인범과 별로 다름이 없다. 말하자면 죄인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래도 그런 우리를 사랑하신다. 우리가 그분을 택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우리를 먼저 택하셨다. 그분이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고 구원해 주신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랑을 할 수 없지만, 이런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얼마 안 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이런 사랑을 나누어주고 가야하는데 경호라는 아이는 왜소증 환자이다. 지금 열일곱 살인데 키는 60cm 정도에서 그쳤다. 오래 살아야 서른 살을 살 수 있는 불치의 병이다. 제대로 걷지 못해 늘 엄마가 휠체어에 태우고 다닌다. 


학교 친구들은 이런 경호를 서로 떠메고 교실과 화장실에 다녔다. 교실이 3층이라 더욱 힘들어서 1층으로 옮겨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런 사실을 알아챈 급우들은 1층에서 3층까지 그를 교대로 업고 갔다. 장애자시설이 전혀 없는 한국의 학교인지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경호는 미안해서 학교에 가기를 꺼려했다. 경호 엄마는 마침내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미국에 와서는 등하교에 문제가 없다. 통학버스에 장애인 시설이 되어 있고, 학교에도 화장실 등에 장애인 시설이 잘되어서 아무런 문제 없이 혼자서 행동할 수 있다. 경호 엄마는 미국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호가 다른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것이 너무 기뻐서 그녀는 창 너머로 교실을 들여다보고 함박꽃처럼 웃었다.  


그러나 경호 엄마는 늘 한국에 있는 경호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감사하고 있다. 늘 경호를 업고 다니면서 교실에서나 운동장에서나 화장실에서 함께 돕던 동심들이 여간 그리운 게 아니다. 그들의 사랑이 오늘 경호를 이곳에 오게 했다고, 그리고 경호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그녀는 혼자서 늘 생각하고 있다. 정말 사랑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움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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