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전문가 칼럼

[이성수칼럼] <기행문(紀行文)>

이성수(수필가‧서북미문인협회원)

  

올여름 일일(一日) 관광은 북으로 3시간 거리에 자리 잡은 노스 캐스케이드(North Cascade) 산맥 속에 있는 로스 댐(Ross dam)이란 곳을 다녀오기로 교회 노인반 임원회에서 결정을 보았다.


스쿨버스를 대절하고 약 50명이 먹을 수 있는 갈비 야채 과일 등 먹거리를 구입하느라 여 회원들이 수고를 많이 하였다. 오전 8시! 노란색의 스쿨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듯 서서히 교회로 들어왔다. 50명의 노인들은 소풍 가는 초등학생처럼 기대에 부풀어 싱글벙글 웃으며 속속 교회로 모여들었다. 


평소에 허리와 다리가 아파 고생하던 노인들도 오늘은 선글라스를 끼고 화려한 외출복으로 멋을 내면서 건재(健在)를 과시했다. 뜨거운 밥이 소복이 담겨 있는 일곱 개(통)의 전기밥솥과 35파운드가 넘는 LA 갈비 그리고 적당히 간을 한 자반고등어를 비롯하여 각종 반찬, 야채, 과일 기타 엄청난 물량의 짐을 버스 옆구리에 차곡차곡 실었다. 


목사님의 출발 기도가 끝난 후 차는 목적지 로스 댐(Ross dam)을 향하여 서서히 발차하였다. 대절한 버스 한 대로 인원이 초과되어 따로 교회 벤 한 대가 뒤를 따랐다.

차가 가는 동안 차 안에서는 아침 요기하라고 임원 봉사반 회원들이 초코파이와 음료수 그리고 배가 볼록하게 살이 찐 통통한 쑥 송편을 나누어주었다. 


쑥떡 한 개를 입에 넣으니 쌉쌀한 쑥 냄새를 풍기며 졸깃졸깃한 게 맛이 일미였다. 

아침 요기를 한 후 사회자로 자원봉사 하는 K집사의 익살스런 오락 순서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찬양 몇 곡을 부른 다음 동요 대중가요 순으로 열창하였다. 


노인들은 반달, 오빠 생각 등 동요를 부르며 환상의 동심의 세계를 헤매었고 '나의 살던 고향'을 율동과 같이 부를 때에는 모두 향수에 젖기도 했다. 어쩌면 70대 80대 90대의 고령인데도 유치원 원생처럼 그렇게 발랄하고 신명이 좋을까?


간간이 우스갯소리에 모두 깔깔대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흘러간 노래를 계속하다가 잠시 접고 만담의 세계로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K집사의 익살스런 입담은 안 웃을래야 안 웃을 수 없는 고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자! 사랑하는 여러분! 문제 하나 낼 게 맞혀 보세요. 정답 맞히면 상품 드릴게요.

"논에서 고기를 잡아먹던 '뜸부기' 한 쌍이 밖의 풀밭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다가 사랑놀이(짝짓기)를 했습니다. 자! 여러분! 잘들 들어야 해요. 두 마리 중 어느 뜸부기가 암놈일까요?

"???..." 다들 정답을 몰라 멍하니 사회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몇 초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이! 그것도 몰라욧. 날갯죽지에 수놈의 발바닥 흙이 묻어 있는 게 암놈 아녜요?" 아! 그렇군요! 모두 큰 소리로 웃었다. 뜸부기 이야기를 시작으로 K집사는 야한 남녀 사랑의 이야기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하루는 회사를 다니는 남편이 중요한 서류를 빠뜨리고 출근하였습니다. 급한 거라 남편이 서류를 가지러 직접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대문을 닫고 출근하였는데 열려 있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내는 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부엌에서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놀려 주려고 살금살금 소리를 죽여가면서 몰래 뒤로 가서 아내를 살그머니 껴안았습니다. 평소에 '여보'라고 불렀지 '자기'라고 부르지 않던 아내가 애교 넘치는 코 먹은 소리로 "자기야? 오늘은 피공(곤)하니 우유 놓고 그냥 강요(가요). 내일 와요. 미앙(안)해!!^^"

"???"  


"그의 아내는 자기 남편이 우유 배달하는 총각인줄로 착각했습니다." 

재미있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차는 1-5 프리웨이를 시속 60마일로 두어 시간쯤 달려 버링턴(Burington)이라는 도시에 도착하고 여기서부터는 20번 도로로 진입해 달려갔다. 속력(速力)을 줄이면서 노스 캐스케이드(North Cascades) 산맥을 향하여 완만하게 올라갔다. 


푸르다 못해 검은빛의 상록수가 우거진 산림(山林) 터널을 뚫고 가면서 차창 밖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다. 작은 폭포와 구비 구비 돌아 흘러가는 눈 녹은 계곡의 시냇물, 깎아 세운 바위와 수십 미터나 되는 낭떠러지, 눈이 소복한 베이커(Mt Baker)산의 위용이 시야(視野)에 들어왔다.


시애틀의 남과 북을 병풍처럼 둘러막은 거대한 캐스케이드 산맥은 눈산(Mt Rainier 4,392m)을 정점으로 크고 작은 산들을 거느리고 겨울 우기(雨期) 때면 태평양의 습기 많은 구름의 이동을 막음으로 비가 많이 내려 산림이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험준한 산맥을 얼추 다 넘어갈 무렵 목적지인 로스 댐(Ross dam)에 당도하였다. 우선 인공(人工) 댐으로 물을 저장하여 다이아브로(Diablo Lake)란 인공 호수를 만들고 또 다른 골고 호수(Gorgo Lake)를 모아 로스 댐(Ross dam)을 쌓은 그 큰 호수를 로스 호수(Ross Lake)라 부르는데 389ft(약 130m) 높이의 댐에는 1924년에 완공한 159,000Kw짜리 발전 시설이 들어서 있다. 


크고 작은 호수는 사방 산으로 둘러싸여 좁은 협곡 밑을 감돌아 길게 뻗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몇 개의 호수를 바라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물빛이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취색이라 할까! 옥색이라 할까! 아니면 에메랄드 취록(翠綠)색인가? 이 신비한 호수 색에 모두 반해 버렸다.


내가 록키산맥 관광 가서 보았던 유명한 루이스 호수(Rouse Lake)의 물 색깔과 꼭 같은 에메랄드 그린(emerald green)색이었다. 얼음이 녹아 고인 이 호수는 석회와 여러 가지 광물질이 녹아서 생기는 아름다운 에메랄드 색과 둘러싸인 주위의 산의 초록색 영상이 호수에 투영되어 보이는 취록(翠綠)색이 햇빛의 반사로 신비스럽게 하루에도 몇 번씩 색이 변한다고 하니 창조주 하나님의 그 오묘하고 섬세한 창조 솜씨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그 신비한 에메랄드빛 호수의 색! 하얀 천을 담그면 금방이라도 고운 에메랄드의 아름다운 색이 물들 것만 같은 호수를 바라보며 우리는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합창하며 위대한 그분의 창조 섭리에 다시 한번 감탄하였다.


그리고 밑의 캠핑장으로 이동하여 간단한 경건회를 갖고 점심 식사를 하였는데 포근한 자연의 품에서 그 많은 갈비와 흡족한 반찬과 밥을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우리는 얼음 녹은 차가운 물에 담가둔 수박을 먹고 자유 시간을 가졌다. 


이 높은 곳에 설치한 발전소며 댐을 쌓기까지 고생한 수많은 사람의 노고에 감사했다. 

7월의 긴 긴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 그리고 살랑대는 훈풍을 만끽하면서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자연 속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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