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할 말,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1)
7개월간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머리도 아파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는 직장에서 39명의 카운슬러들이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팀장이 하는 일은 세 팀으로 나뉜 카운슬러들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보완해 주고, 쉽게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신참 직원들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훈련을 잘 받고 온 사람들이라 내가 그들에게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서 일하는 데 별 부담이 없는 직책이다. 물론 팀장 일 이외에 내가 맡고 있는 환자 고객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 내가 팀장 일을 맡게 된 것은 몇 년 전 우리 사무실의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 매니저 자리가 나면서 회사의 권유로, 오래된 경험과 방대한 정보망의 네트워크를 재산으로 갖고 있는 내가 회사의 추천으로 잠깐 동안 프로그램 매니저의 자리를 맡아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도움을 주며 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책임자가 되어 보니 너무 많은 보고서와 회의에 참석해야 했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
나는 취미로 글을 쓰고, 때로는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주거나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시간을 만들어 전문가에게 배운 요리 기술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취미도 있는데, 사무실에서 책임을 맡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거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개월 만에 팀 전체 매니저 일은 나와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부담이 적은 팀장 일만 맡기로 했다. 매니저 일을 내려놓고 팀장으로서 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무실 일을 돕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프로그램은 입사 연도에 따라 매년 실적으로 평가받아 월급이 조정되는데, 그 결과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1급, 2급, 7급까지 있는데, 7급이 되면 월급에 상한선이 정해져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일반 카운슬러나 그룹장이나 시작 연도에 비례해 월급이 정해지다 보니 팀장이나 오래된 카운슬러나 월급이 거의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굳이 큰 부담을 안고 프로그램 매니저의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책임을 맡고 사무실 일에 부담이 많아지고, 개인 시간도 가질 수 없다는 점이 불편한 이유였다.
나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애틀 총영사관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더 훌륭한 한식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식진흥원과 손잡고, 한국에서 유명한 푸드 앤 아카데미 김수진 원장님 팀을 시애틀로 초청했다. 마침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3주간 회사에 휴가를 내어 요리 수업을 들었다.
매일 정신줄 놓은 사람들과 중독자들과 일하면서, 씻지 못해 풍기는 냄새와 겉잡을 수 없는 행동에 지쳐있던 상황이라 쿠킹 클래스는 나의 삶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었고,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2018년에는 LA의 쿠킹 학교를 열게 된 궁중 요리 전문가 윤숙자 교수님의 초청으로 LA로 가서 고액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한 달간 집중적인 한식 교육을 받으며 흥미를 더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배운 솜씨로 많은 쿠킹 클래스를 열었고, 우리 사무실에서는 정신 질환자들을 위한 치료 방법으로 쿠킹 테라피 교실을 운영했다. 정신 질환자들이 우리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1,000여 명의 우리 사무실 직원들의 지대한 관심도 받았다.
이들이 ‘레지나의 쿠킹 교실’에 들어오려면 먼저 샤워를 해야 하고, 손톱을 자르고 깨끗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많은 중독자나 정신 질환 환자들이 참여하고 싶어 했다. 나는 각 지역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쿠킹 클래스를 맡아 한식을 알리기도 하며, 취미 생활을 활발히 이어갔다.
물론 나는 미국 생활 40여 년간 만든 반찬을 사 먹은 적이 없었다.
김치도 40년간 10번도 안 되게 사 먹어 보았고, 늘 다양한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젓갈도 제철에 나는 생선을 구입해 뒷마당 장독대에 담가 사용하며, 고추장, 된장도 만들어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회사에서 책임자로서의 일은 나에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책임자 일을 내려놓고 일하다 보니 나의 삶은 훨씬 활기차고 재미있었다.
요즈음 7개월간은 너무 머리가 아팠다. 마치 내 머리에 숯불을 올려놓은 것 같은 두통과 불면증, 예민한 신경 탓에 아픈 무릎의 통증은 더 심해졌다. 7개월 동안 일곱 명의 직원들이 별안간 해고되었고, 그들이 맡고 있던 환자 고객들을 여러 명의 카운슬러가 분담해 맡게 되었다. 나 역시 몇 명의 고객을 배당받아 도와주고 있다 보니 일이 바빠지기도 했고, ‘이게 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우리 사무실에 박사학위를 가진 새로운 매니저가 오게 되면서 전임 매니저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전임 매니저는 실수가 있으면 고칠 기회를 주었지만, 새로운 매니저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너는 이렇게 일을 해? 그럼 그만둬야지!”라는 철학을 가진 듯했다.
그 결과, 11년 차 수퍼바이저가 해고되고, 9년간 일한 카운슬러가 해고되었으며, 7년간 일한 카운슬러도 해고되었다. 우리와 4년간 일하다 다시 대학원에 가 학위를 마치고 열심히 일하던 수퍼바이저는 뜻이 맞지 않는다고 병가를 냈다가 결국 복귀하지 않고 그만두었다. 이 외에도 세 명의 케이스 워커가 권고사직을 당하며 사무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