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한국인‧미국인(1)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한국인‧미국인(1)

어쩌다 한국에 나가서 서울 시내에서 일을 보려면 교통이 가장 문제가 된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시간을 지킬 수가 없다. 시간 약속이 아니더라도 지상 교통편을 이용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길에서 차들이 마냥 서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려고 1~3Km를 많은 사람들이 뛰듯이 바쁘게 걷는다. 


나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려고 역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나는 밀리다시피 내려간다. 왜 그렇게 바쁘게 뛰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약속 시간이나 출근 시간에 맞추느라고 그렇겠지만 한국인들은 무척 바쁘다. 눈동자도 반짝거리고 걸음걸이에 힘이 있어 보인다. 좋은 모습으로 보인다. 


지난번 칼럼에서 1세와 2세의 차이점을 나름대로 열거했다. 오늘은 이어서 미국에 사는 한국인과 미국인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미리 언급해 둘 것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차이점을 내 관점대로 설명한 것임을 밝혀 둔다. 말하자면 필자가 설명한 내용이 반드시 정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첫째, 한국인은 항상 뛴다. 미국에 이민 와서 10여 년 이상을 살아도 항상 바쁘게 뛴다. 국내에서만 뛰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우리는 뛴다. 빨리 뛰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일까? 빨리 뛰어 봤자 5분 내지 길어야 20분 정도 차이인데-거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그 시간을 벌기 위해 뛰는 것일까? 


물론 남보다 일 직 외서 차례를 기다리면 일을 일찍 끝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 사람들은 느리기로 유명한데 왜 그리 느리냐고 물으면 그 들의 대답이 걸작이다. "당신이 빨리 가도 목적지 이상은 갈 수 없다. 늦게 가도 그 목적지만 가면 되지. 


빨리 가 봐야 빨리 죽는 것 밖에 더 있느냐"라고 한다. 그래서 인도를 여행하려면 아예 여행 스케줄 없이 적당히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해야 한다. 우리들이 항상 바쁘게 뛰는 반면 미국인들은 여유 있게 돌아다닌다. 그냥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계획하고 생각하며 산책을 한다. 소낙비가 쏟아져도 잘 뛰지 않는다. 그냥 비를 다 맞으면서도 좀 빨리 걸을 뿐이다. 


차 속이나 집안으로 들어와서도 젖은 옷을 웃으면서 벗는다. 우리는 혼자서라도 욕설을 하면서, 혀를 차면서 젖은 웃을 벗는다. 우리의 조상들도 뛰지 않았다. 비가 와도 큰 기침을 하면서 걸었다. 도포 자락이 비에 젖어서 무거워도 점잖게 걸었다. 젖은 옷을 벗으면서도 체면을 차렸다. 요즘 우리들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혹은 "xx놈의 날이 이러니"고 탓하지 않았다. 참으로 멋있는 분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빨리빨리'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살면서도 우리는 '빨리빨리'다. 그래서 미국인들이나 차모로인들이 우리 한국인을 보고 '빨리빨리'라고 부른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빨리 가봐야 뻔한 건데 왜 그렇게 우리는 서두르는지 알 수 없다. 빨리 뜨거워진 방이 빨리 식는다. 또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좀 더 천천히 여유 있게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slow and steady"란 말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날이 와야겠다. 


둘째, 한국인은 소극적이다. 특히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은 소극적이다. 미국이리는 큰 나라, 부자 나라에서 살자니 주눅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나 하여간 우리는 소극적이고 자신이 없다. 남의 나라에서 살아서 그런지 장사를 해도 소규모로 시작할 수밖 에 없다. 다른 사업을 해도 크게 차릴 수가 없다. 


미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없다. 그래서 작게 시작해서 작게 산다. 좋은 것은 모두 미국인들이 이미 차지했고, 우리보다 먼저 이민 온 사람들(유태인, 이탈리아인, 중국인 등)이 차지하고 남은 것을 차지했다. 우리는 늦게 이 땅에 이민 와서 먼저 온 사람들이 수십 년을 하고 난 것을 받아서 한다. 


물론 빈자리에 새로 상점을 오 픈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흔하지 않다. 작은 구멍가게를 하면서 식구들이 들어붙어서 하니까 우선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고 긴 시간을 가게에서 일하니까 도무지 밖에 나갈 수가 없다. 돈을 쓸 시간이 없다. 그리고는 전업을 하기도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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