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_레지나칼럼] 울어도 괜찮아!(2)
<지난 호에 이어>
팸은 매일매일 낯선 남자들에게 시달려 몸과 마음이 지쳐서 죽고만 싶어서 몇 번씩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임신을 할까 봐 미리 먹으라는 약을 한꺼번에 먹고 죽으려고 해보았지만 며칠 동안 아파서 몸이 더 힘이 들었을 뿐 죽을 수 없었고, 긴 줄로 목을 매고자 목에다 긴 줄을 걸어보았지만 곧이어 달려온 이들에게 죽도록 매를 맞으며 오히려 감시받는 상태가 되었고 혼자서는 화장실도 갈 수 없는 감시의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팸과 함께 온 여자아이들은 한 집안에 있으면서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 팸이 또 한 번 소동을 벌였습니다. 팸이 살펴보니 화장실 쪽으로 창문이 하나 있어서 그 창문을 통해 탈출을 하려다가 아마도 방 안에 있던 CCTV에 팸이 안 보이자 곧 달려든 남자에게 붙잡혀 죽도록 매를 맞았습니다. 남자들은 닥치는 대로 집어서 팸을 때렸고, 발길질로 걷어찼으며, 팸은 너무나 많이 맞아서 이제는 아프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팸의 얼굴과 온몸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멍이 든 팸을 보일 수 없는 이곳의 조직들은 팸을 혼자 격리시켰습니다. 물론 CCTV와 함께… 팸은 정말 오랜만에 쉴 수 있었습니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고 매번 탈출을 시도하거나 자살기도를 하는 팸이 귀찮아진 이들은 팸을 다른 주에 있는 술집으로 팔아버렸습니다.
팸은 술집에서 일을 하면서 남자들의 시중을 들던 중 그곳 단속반의 함정수사에 걸려서 매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었습니다.
경찰의 조사 과정 중에서 팸이 다른 나라에서 온 여학생인 것을 알게 된 국선 변호사가 팸을 도우며 팸이 자기 나라로 되돌아가도 어쩌면 조직단에게 죽을 수도 있다고 탄원을 하여(그런 CASE가 있다고 함) 팸은 이곳에서 거주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팸의 안전을 위하여 팸이 이름을 세탁한 후 머리도 염색시킨 뒤 전혀 무관한 이곳 시애틀로 보내지게 된 것이고 내가 팸의 케이스를 2년 동안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팸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저렇게 갸날프고 여린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면에 쓸 수 없을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팸을 생각하면 세상이, 참으로, 아니 사람이 참으로 잔인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