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아줌마(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아줌마(2)

<지난 호에 이어>

나는 예전에 미국에 처음 와서 미국 직장 다니며 남에게 뒤질까 봐 한국에 관한 것은 25년 동안 보지 않았던 것이 억울해서도 기를 쓰고 본단다. 그때 유행했던 동의보감, 천국의 계단 등을 나는 이제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들은 뜨악한 얼굴로 "이거 뭐야"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너희들 말에 의하면 내가 뭐든지 좀 느리긴 하지!


이번 일주일 동안 너희들과 함께 싼타모니카 바닷가도 거닐고, 베니스 비치(호미리스들의 천국이라는 곳, 너희들은 나 보고 야! 네 손님들 여기저기 많다. 그래! 내가 호미리스 family들하고 일을 한지도 꽤 오래 되었네…)에서는 함께 자전거도 타면서 하루를 보냈던 것 정말 재미있었구 참! 너희는 어쩜 내가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있는데도 일으킬 생각은 안 하고 허리가 부러져라 웃고 있냐? 그리고 내 노란 잠바는 자전거에서 묻은 기름 때문에 폐기 처분해야 할 듯싶다.


지금도 다리에 난 상처에다가 약 바르고 있구만……..

그리고 부둣가에서 장난감 파는 주인에게 끌려서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썬그라스를 쓴 불독이 너무 재미있어서 우리들이 신나게 웃어댔지! 실컷 웃고 나서는 불독 주인 흉보느라고 우리는 한참 동안 열을 냈지!


장사도 좋지만 이런 땡볕에 말 못 하는 짐승 하루 종일 매어두고 있다고… 그때 너희는 나에게 그랬지. 야! 너는 걱정도 팔자다, 뭔 걱정을 그렇게 하냐고,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또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연주하며 노래하는 바닷가 연예인(?) 의 연주에 맞추어서 우리들이 신나게 춤을 출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우리가 이제는 세상 말로 남편 눈치 안 보고 남의 말에 별 개의치 않는 “아줌마”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하니! 지금도 그 사람이 부르던 비틀즈의 "Yesterday"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너희들은 항상 이렇게 말하지! 어차피 사는 인생,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봉사하고, 신나게 살자고….. 그래 너희들이 그랬지? 세상에 세 종류의 인간이 있는데 남자, 여자, 그리고 아줌마. 그래 우리가 이젠 아줌마다. 


아줌마 하면 꽃 무늬 몸빼 바지 치켜 입고 머리는 뽀글뽀글하게 파마해서 긴 집게 머리핀으로 한쪽 머리 쿡질러서 한쪽 머리는 흘러내리고 한쪽은 지저분하게 틀어 올린 머리가 되어서도 얼굴엔 허옇게 분 바르고도 보무도 당당하게 어깨에 맨 인조 악어 가방 좌우로 흔들며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것들 참견하느라고 입에 침 튀기며 갈치 파는 아저씨와 흥정을 하는 울엄마 같은 사람 이 "아줌마"인 줄 알았을 때…. 


우리가 이젠 아줌마가 되어서 한국 아줌마 6명이 사람들이 모여서 싼타모니카 바닷가에서 누가 보던 안 보던 음악에 맞춰 스텝도 안 맞는 춤을 신나게 흔들어 대는 우리는 분명히 아줌마이지!

애! 우리 그때 모두 썬그라스 끼길 잘했다, 그치? 혹시 사람들이 UTUVE 올려 놓아서 우리 아이들 보게 되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구나.


아마 구경하던 사람들은 우리가 대낯부터 술 몇 잔을 한 줄 알았을 거야.

술 한 잔 안 마시고도 신나게 놀 수 있는 강심장이 된 우리가 "아줌마"인 줄 모르고,

친구야, 우리 중학교 때에 신나게 따라 부르던 "웃음 짓는 커다란 눈동자에 긴 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쉰 목소리로 함께 불러제끼며 신나게 다니면서 친구들과 함께 가다가 남학생들이 지나가면 우리들의 목소리는 별안간 아주 예쁜 목소리가 되었었지!


참! 그거 생각나니? 그날 종순이 가방 받아주던 남자애? 종순이가 좋아했던 남학생이 종순이 가방 받아주는데 종순이 가방에 있던 도시락에서 김치 국물이 흘러서 미안해진 종순이는 학교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내려버리고 그 남자애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 울먹이면서 서 있었었잖아!


아이고! 생각만 해도 웃기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낸 일주일, 우리 너무너무 행복했어.

너는 어땠니?

사랑하는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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