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의사가 주는 것이라면(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의사가 주는 것이라면(1)

펜데믹이 2020년 3월 12일 공표되면서 하늘문이 닫히고 땅이 막혀 버렸었다. 지금 우리가 펜데믹이 있었나 생각해볼 정도로 아득한 일 같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자기 국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개인들이 거주하는 집이나 아파트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우연찮게 사람들끼리 만나도 서로 피해 가려고 하고 격리를 시켜가면서 가족들 간에도 코로나 증상이 보이면 격리를 하게 해야만 했으니 언제 이 시간이 지나갈까?


라고 생각해야 할 만큼 암울하고 어두운, 또한 공포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펜데믹이 시작되기 몇 달 전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홈리스 하우징 한 군데에서(킹카운티 우리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홈리스 쉘터는 18개 정도가 된다) 전화가 왔었다.

"레지나 플리즈 전화해줘? 플리즈 전화 부탁해?"


마침, 나는 아침부터 사무실 밖에서 미팅이 있어서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사무실 프런트 데스크를 지나려니 리셉셔니스트 브라이언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나를 불러 세운다.

"레지나, 벌써 전화가 5번째야. 00 하우징 소셜 워커가 전화를 해 달라고 한다고…"


우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 브라이언은 우리 사무실의 특별한 재산이다. 언제나 친절하고 밝고 아는 것도 많아서 웃는 얼굴로 우리 직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브라이언에게 말했다. "브라이언, 너는 우리 사무실에서 꼭 있어야 할 존재인 거 아니? 네가 있어서 우리가 일을 하기가 얼마나 쉬운 줄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일을 잘할 수 있게 해주는 너는 대단한 거지!"


내 말에 브라이언도 답한다.

"레지나, 너 같은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나는 럭키인 거지!"

아무튼 재치 있고 눈치 빠르고 친절한 브라이언이 우리 사무실에 오래오래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 사무실이 있는 삼 층으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사무실 엘리베이터 안에…


이때에는 우리 사무실 건물을 새로 짓고서 이곳으로 들어온 지 6개월도 안 되었었는데 우리 사무실 3층 이상부터 7층까지는 154세대의 홈리스 출신이나 정신질환자, 중독자들이 살고 있는데 (우리 새로운 사무실 완공과 동시에 이들과 함께 이곳 새 건물로 들어오게 되었다.)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두 개였는데 정신줄 놓은 고객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었다. 킹카운티 하우징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서로 동등한 입장으로 대해야 한다면서 한 건물에 사무실과 하우징을 만들고 우리와 함께 하버뷰 병원이 함께 들어와 일하게 되었는데, 1층은 거의 상담실, 2층은 하버뷰 병원 부속 병원과 새로운 직원들의 사무실, 3층은 사무실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의 각 개인 사무실이었다.


우리 사무실에서 오래도록 일을 하고 있어서 사무실 오래 근무한 연장자 순으로 사무실 위치를 선택할 수가 있어서 내 사무실이 사무실 가장 가운데, 전체가 유리인 곳에 한가운데 자리를 잡게 되니 날씨가 밝으면 마운틴 레이니어가 뚜렷하게 보이고 낮에는 지나가는 차량 행렬과 사람들의 오가는 모습 등으로 심심치 않는 자리였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우리 사무실을 견학 올 때면 내 사무실은 항상 본보기용으로 보여주곤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꽃을 좋아하는 내가 내 사무실에 갖가지 꽃들과 식물들을 갖다 놓고 키우다 보니 꽃을 보러 오는 직원들도 가끔씩 와서는 내 자리 옆으로 찾아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살과 마운틴 레이니어 전경과 다양한 꽃들을 감상하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서니 어느 정신 나간 고객이 한바탕 일을 저질러 놓았는지 냄새가 코를 찌르고 숨을 쉴 수가 없게 만들어 놓았는데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말고 "헤이! 브라이언, 엘리베이터 안이 엉망인데 어쩌지?"라고 소리쳐 얘기하니 청소는 자기 할 일이 아닌 브라이언이 대걸레와 페이퍼 타월을 가지고 와서는 급하게 고무장갑을 끼고 정신줄 나간 고객의 배설물을 치우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정신줄 놓은 고객들과 함께 사용하다 보니 별별 에피소드가 다 많았다.

약에 취한 고객이 행패를 부리면 불안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이들의 액팅 아웃(발작)에 놀라 숨도 못 쉬며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리는 순간만을 기다리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몇 번씩 해프닝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불안하고 더럽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우리 직원들이 모여서 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킹카운티 하우징 측 대표들과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결과 우리의 요구대로 한쪽 엘리베이터는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로만 사용하게 하고(뱃지가 있어야만 우리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다른 엘리베이터로 사용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배설물 소동을 마주친 후에 사무실로 와보니 내 사무실 전화기에 메시지가 있다고 빨간 불이 반짝이고, 아침부터 1시까지 3시간의 미팅을 마친 후라 허기가 지는데 일단은 전화 먼저 확인해 보아야 할 듯해서 점심 먹는 것을 보류하고 전화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00 하우징


의 소셜 워커의 다급한 뉴스였는데 내 고객이 머물고 있는 6층의 방에 불이 났는데 불은 다 껐는데 우리 고객이 그 방에서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자기들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레지나, 네가 당장 와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급하게 그 하우징으로 전화를 걸어 소셜 워커를 찾아가며 질문을 했다.

"아니, 왜 불이 났었는데 그곳에 사람이 머무를 수 있냐고? 불이 크지 않아서 소방차가 와서 금세 껐는데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은 다 그을린 상태지만 방 안은 그대로란다. 물론 사람도 다치지 않았고. 


그런데 내가 담당하는 우리 고객 00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소셜 워커는 "00는 불이 다 꺼진 후에 다시 들어간 불이 난 그 방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버티고 있으니 아무래도 레지나가 와서 설득을 해주어야 하겠다"란다. 불이 났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이미 배가 고픈 것은 생각도 나지 않고 무조건 그 하우징으로 차를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쉘터 아파트 6층의 고객 방을 두드리니 내 정신줄 놓은 고객이 다 그을린 방 안에서 무엇이라도 건져 보겠다고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챙기고 있었는데 내가 문을 두드리니 나를 반기면서 물어왔다.

"레지나, 내가 미쳤나 봐?"


속으로는 "그렇지! 네가 지금 미친 거지!"라고 얘기해 주고 싶은데,

"그래, 왜 불을 낸 거지?"라고 물으니 생각이 안 난단다.

"아니, 모르겠단다. 자기가 불을 낸 건지 아닌 건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내 고객의 감정을 살펴보면서 얼굴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매일 같이 먹는 약을 건너뛴 것 같았다. 그래서 내 고객을 방에 앉혀 놓고 아래층 사무실로 내려가 약을 먹은 기록을 살펴보니 3일째 정신과 약을 먹지 않았단다.


하우징에서 내 고객을 맡고 있는 젊은 하우징 직원에게 내 고객 00가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느냐고 물어보니 대답을 안 한다. 아무래도 자기들 일이 너무 바빠서 일일이 챙겨주지 못한 듯했다.

정신줄 놓은 고객들을 한 사람의 하우징 케이스 워커들이 담당하는 인원이 거의 30명 정도가 되다 보니 모든 고객들을 다 챙겨 주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오케이, 해결할 일부터 정리하자!"

내 고객과 한 시간을 상담해 보니 내 고객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내 고객의 눈빛과 엉뚱한 말들이 내 고객의 정신 상태를 말해 주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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