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장례] 보고 싶은 나의 고관절

전문가 칼럼

[아슬란 장례] 보고 싶은 나의 고관절

하얀 병실,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잠이 들었다.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수술이 끝났단다.

태어나 60년 가까이 내 몸을 지탱해주었던 고관절, 그 중에서도 대퇴골두는 이제 내 몸에서 잘려 나가, 금속과 폴리에틸렌,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인공 관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혹시 그 잘려 나간 뼈를 돌려받을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의사는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병원 규정상 폐기해야 한다고.

직접 본 적도 없는 그 뼈.


하지만 평생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걸고 뛰게 했던 내 몸의 한 부분이었다.

그 고생 많았던 뼈를 한 번쯤 손으로 어루만져주고, 잘 간직해두었다가 언젠가 지팡이 손잡이로라도 다시 써볼 수 있다면… 그런 상상을 했던 것이다.


젊은 날 나는 생각 없이 몸을 썼다. 농구, 축구, 테니스…

공을 쫓아 뛰고, 공중에서 몸을 날리던 그 짜릿했던 순간들의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띄워본다.


그게 뭐 그리 대단했길래 그 짧은 영광의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관절이 희생되었는가.

이제는 층계 앞에 서서 한숨이 나온다.

‘아… 그래서 노인들은 단층집에 살아야 하는구나.’


이해가 되고, 뼈저리게 느껴진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수술은 잘 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내 왼쪽 인공 고관절은 오히려 내 몸에서 가장 튼튼하고 유연한 부위가 되었다.


함께 골프 치는 친구들은 농담 삼아 나를 ‘타이타늄 궁댕이’, ‘아이언맨 힙’이라 부른다.

웃지만, 나는 속으로 진심으로 감사한다.

자유롭게 걷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이제야 알겠다.


그런데 이제 다른 관절들이 슬슬 불만을 말한다.

어깨가, 무릎이, 손목이…

그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조금만 더 버텨줘. 이제는 무리하지 않을게. 함께 천천히 걸어가자.”

그래서일까. 요즘 따라, 그 잘려 나간 나의 고관절이 문득 보고 싶다.

고맙고, 미안하다.


네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잘 걸어왔다.

그리고 문득, 오래된 예언자의 음성이 떠오른다.

"너희 마른 뼈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들을지어다... 내가 생기로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리라." (에스겔 37:4-5)


어쩌면 언젠가, 그 뼈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의 약속처럼.

뼈는 사라졌지만, 뼈가 남긴 기억은 내 안에 살아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늘도 여전히 나를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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