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개똥지빠귀(로빈)(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개똥지빠귀(로빈)(1)

밤에 잠을 자려는데 천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2018년 여름에 살고 있던 집에 전기 사고로 집에 불이 나 천장과 아래층이 불에 타 버렸기에 집을 다시 보수하면서 천장을 튼튼히 공사했기에 천장에 쥐나 다람쥐들이 있을 리가 없어서 천장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듯해도 그냥 무시하고 며칠을 지내는데, 오늘 새벽에는 유난히 천장에서 나는 소리가 요란하고 마치 쥐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 기어가는 듯한 소리가 나는 듯하고 내가 천장을 빗자루로 툭툭 쳐보면 또다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하곤 했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기 전, 집 안에 있던 음식 찌꺼기를 버리려고 밖에 있는 쓰레기통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쓰레기통 주변에 고운 에메랄드빛깔의 알껍질 같은 것이 있어서, 너무나 껍질 색이 고와서 집어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예전 우리 집 뒷마당 새집에다 알을 품었던 로빈이라는 종류의 새 껍질 같기도 한데, 껍질이 부서져 있는 상태라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 집에는 창문이 아주 많은데, 몇 년 전 우리 집 뒷마당에 있던 새집에 둥지를 틀었던 새들이 훌쩍 자라서 날아가기 전, 한 마리가 방향을 못 잡고 우리 집 창문에 비치는 자기의 모습을 보고서는 계속 창문을 쪼아대는 바람에 나는 집에 있는 창문이랑 창문에는 모두 예쁜 색종이로 꽃 모양을 오려 붙여서 혹시라도 로빈이 창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고 쪼아대다가 다치지 않기를 바래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뒤꼍의 창문 밑에 로빈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아마도 창문을 보지 못하고 날아오다가 투명한 창문을 분간 못하고 날다가 부딪쳐 버린 것 같았다. 죽은 로빈을 거두어서 집에 있던 빈 상자에 담아서는 뒷마당 한구석에 깊이 묻어주었다.

그 이후로 우리 집 모든 창문엔 꽃이 피었다.


형광 물질로 밝은 색종이를 좀 더 커다랗게 오려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창문에 붙여놓았더니 새가 부딪치는 일이 없었다. 새 알껍데기를 쓰레기통 근처에서 발견하고 난 후 며칠 후 또다시 더 많은 새알껍질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지붕을 바라보려는데 지붕 위에 어미인 듯한 새가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서는 우리 집 건넌방에 있는 천장 쪽으로 가까이 가니, 별안간 짹짹거리는 소리들과 함께 아직은 털이 없는 듯한 아기 새들이 서로 먹이를 먹으려고 고개를 쑥 뽑아들고 서로들 밥 달라고 성화들이었다.

와우! 저걸 어쩌지?


우리 집 앞마당에도 새집이 세 개나 있었다.

박으로 만들어진 바가지 새집과 파머스 마켓에서 어느 장인이 만들었다는 나무로 근사하게 만들어 놓은 파란색의 새집과 사기로 노랗게 만들어진 사기 새집하고. 새집들을 걸어놓으며 그 옆에는 새 먹이 긴 통도 함께 걸어놓았는데, 워낙에 새집이 작아서인지 참새인 듯한 새들이 자리를 잡고 들락날락하고들 있어서 거실 창문에서 새집들을 바라보면 새집 3개를 번갈아 드나들며 날아다니는 새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아름다웠다.


우리 집 지붕 처마 끝에도 아마도 새가 자리를 잡은 듯하다.

아무튼 출근길이 바빠서 일단은 출근을 하고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조용한 집안에 앉아 있으려니 새들이 알에서 깨어난 듯, 우리 집 천장을 놀이터로 삼은 듯한 새들이 여기저기서 짹짹거리며 누비며 다니고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천장에 새가 들어가서 자리를 잡게 되면, 천장에 있는 전선 등을 갉아댈 수가 있으니 새들을 쫓아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하! 그런데 어떻게 하지?

이제 새들이 알에서 깨어난 듯한데 아직도 날개가 자라서 날아다니려면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튼 다행인 것은 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기 새들이 자라나서 날아가기를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다리는데, 무슨 연유인지 새들이 밤낮으로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아침이면 온몸이 피곤했다. 밤에도 보통 몇 번씩 잠이 깨지니 점점 신경이 예민해지고, 낮에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머리가 멍한 게 고객들하고 만나서 상담을 들으면서도 통 정신이 없었다.


며칠을 잠을 못 자고 내린 결론은, 일단은 한번 천장에 올라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페스트 콘트롤 회사에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불렀다. 페스트 콘트롤 사람이 한 번 다녀가는 데에도 보통 비용이 만만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비도 없이 우리 집 남자들이 천장에 무작정 올라가 볼 수도 없고 해서, 몇 군데 페스트 콘트롤 회사하고 협상을 해본 후 가격도 딱 맞고 시간을 우리에게 맞추어 준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단은 천장에 올라가 보기로 합의를 했다.


페스트 콘트롤 회사가 온 지는 에메랄드빛깔의 알껍질들을 발견하고 난 11일째 되는 날이었다.

어떻게든 새들이 자라서 날아가기만을 기다리느라고 11일을 기다리고는 드디어 페스트 콘트롤이 오기로 한 날, 내가 아침에 일어나 지붕을 살피는데 지붕 밑 처마 밑에서 무엇인가 툭 떨어지더니 곧 콘크리트 바닥을 살펴보니 아직 날개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아기 새가 버둥거리면서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하, 이걸 어쩌지?


우리 옆집에 고양이도 키우고, 요즘 우리 집 근처에는 너구리들이 떼를 지어 다니면서 온 동네 참견들 하고들 다니는데, 우리 집 작은 연못에도 예쁘게 잘 자라던 붕어들이 너구리들이 헤집고 다 잡아먹어 너무나 속상해서 오랜 시간을 금붕어들을 키우지 않다가, 연못에다 다시 금붕어들을 사다 넣으며 연못 주위에 인기척만 생기면 불이 들어오는 것도 설치를 하였었다.


작은 새가 천장에서 떨어졌는데도 죽지를 않고 살아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버둥거리는 모습이 가여워서 집안에 들어가 목장갑을 끼고는 바닥에 떨어진 새끼 새를 집어서는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고양이가 닿지 않는 무궁화나무 사이에 있는 빈 새집을 푹신한 솜으로 깔아 놓은 후에 새끼를 올려놓으니 이날은 토요일이라 시간을 내어서 살펴보니 어미 새와 아비 새가 우리 집 천장에 있는 새끼들과, 그리고 우리가 새로 만들어준 새집에 있는 새를 번갈아 가면서 먹이를 물어다가 먹이고는 하였다.


아니, 무궁화꽃이나 자두나무 안에다 둥지를 틀어도 되는데 남의 집 천장은 어떻게 들어가서 집을 지어서 새끼를 떨어지게 하누! 염려를 하던 중 페스트 콘트롤 회사 사람들이 플래시를 들고 천장을 살펴보더니, 


우리 집 지붕과 천장을 연결하는 환기통들이 있는데 그 환기통을 그물로 막아 놓았는데 그물들을 새들이 찢어 놓은 듯하다며, 정확히 2주 정도면 새들이 날아갈 터이니 며칠만 기다렸다가 그물 있던 자리를 쇠 그물로 다 막아주는 데 비용이 적지 않았다.

22군데의 환기통을 다 쇠로 된 그물로 해야 한다니….

0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