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크리스마스 트리(2)
<지난 호에 이어>
물건들이 아주 좋으니 이웃 사람들이 팔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정든 물건들을 그냥 파는 것이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서 누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물건을 아끼고 사랑했듯이 사용하기를 바라며 중고가게 매니저 제이슨을 불러 모두를 보내버렸다.
단층집으로 가져가야 하는 두 침대 세트, 그리고 작은 소파, TV를 빼고는 거의 모든 물건이 나가던 날, 나는 물건을 차에 옮기는 제이슨과 그의 동료를 바라보며 그냥 왠지 내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나의 인생의 추억들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을 했다.
“아하! 이렇게 인생을 정리하게 되는구나!”
아무튼 나에게는 굉장한 결정이었고, 또한 중요한 정리의 시간이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값나가고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고전 가구들과 테이블, 그리고 가죽 소파들을 다 보내고 무엇 때문인지 인조 크리스마스트리 박스는 그대로 단층집으로 함께 왔었다.
아마도 매년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그동안 우리 가족들이 추억으로 모은 각가지 다양한 오너먼트들을 걸면서 지낼 생각을 하니, 그나마 많은 물건들을 시집보내고도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크리스마스 때가 가까이 오니 집 거실이 너무 작고 각 방 사이즈도 침대만 들어갈 정도라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놓을 데가 마땅치 않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워낙에 트리가 크고 자리를 차지하니 아무래도 이 크리스마스트리는 집 안에 세울 수가 없었다.
마침 새로운 단층집 거실에는 커다란 창문이 밖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었는데, 창문에 커튼을 다니 빛이 차단이 되어서 그것 또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창문 밖에다 세워놓으니 트리가 집 안도 가려지고 햇살도 조금은 여과가 되어지지만 거의 다 빛을 비춰주니 참으로 좋은 장소라 생각이 되어서 어렵게 가져온 인조 크리스마스트리를 없애지 않은 것이 위로가 되었었다.
그날부터 우리 집의 역사를 갖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늘 푸르게 우리 집 창문에 서 있었다.
억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도, 뜨거운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날에도 우리 집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그곳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나는 거의 모든 물건들과 가구들을 누군가 새로운 이에게 시집을 보내버리고(나는 내 물건들을 도네이션하면서 시집보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쉽지만 크리스마스트리 하나로 위로를 받고는 했는데, 금년 6월 초에 오른쪽 무릎을 인공관절 수술하면서 회사에 병가를 내고 집에서 회복 치료 중,
어느 날 창밖을 통하여 창문 앞에 세워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데, 작고 부리가 노란색인 참새 종류의 새가 부지런히 크리스마스트리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잠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고는 하는 모습을 보면서 트리 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트리 가까이 가니 트리 속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작고 예쁜 소리의 새가 휭하니 밖으로 나와서 집 앞의 메이플트리에 앉았다.
나는 트리 안이 궁금하여서 나뭇가지를 살짝 들추어내고 속을 들여다보니, 오 마이 마이!
언제 그 작은 새가 둥지를 만들어놓고 아주 작은 알 세 개를 낳아서는 품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예쁜 생명의 알들이 어미 새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까마귀들이 몇 마리가 우리 집 앞 메이플트리 앞을 날아다니며 ‘뭔 일인 거지?’ 살피는 듯했다. 나는 내가 들여다본 크리스마스 새 둥지를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얽히고설키게 만들어주고 까마귀의 출입을 전면 봉쇄해버리고, 작은 새만 들어가도록 만들어놓고는 매일매일(현재 무릎 수술 이후로 병가를 받아 몇 개월간 집에 있으니) 새집에 별일이 없기를 살펴보기 시작했는지, 며칠 후 새들이 부화되었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갓 부화한 새 세 마리가, 내가 크리스마스트리 나뭇가지를 살짝 들고 들여다보면 얼굴보다 입이 큰 새들이 엄마가 먹을 것을 주는 줄 알고 입을 벌리고는 했다.
얼마나 생명이 신기하고 귀한지, 왠지 내가 보호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해 뒷마당의 작은 나무에 같은 종류의 새가 알을 품고 새가 부화된 지 며칠 후 까마귀가 습격하여 아기 새들을 다 잡아먹은 일이 있었기에... 나는 아기 새를 보호하기 위하여 나뭇가지를 얼기설기해서 큰 까마귀의 출입을 봉쇄해버리고, 매일매일 아기 새들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어느 날 수술 받은 무릎이 많이 붓
고 아파서 이틀간 문밖 출입을 못 하고 3일째 겨우 일어나 새들을 살피러 갔는데,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는 바닥에 무엇인가 꿈틀대고 있어 살펴보니, 어쩌지? 아직 털도 나지 않은 아기 새가 아마도 둥지에서 떨어진 듯 버둥대고 있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아기 새를 들어서 다시 둥지로 넣어주고 난 후 더욱 관심을 가지고 아기 새들을 살피니, 며칠 후 두 마리 새는 이미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렸는데, 떨어졌던 아기 새는 아직 회복이 안 된 듯 어미 새가 지속적으로 먹이를 날라주던 며칠 후, 다쳤던 아기 새도 어느새 날아가 버렸다.
다친 아기 새가 회복해서 날아가 버리니 웬지 뿌듯해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하! 전에 살던 집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내가 이곳으로 가져온 이유가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