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비비안나(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비비안나(2)

<지난 호에 이어>

다음 주에 나는 비비안나더러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지난번 아는 자매님이 한국에 갔다 오면서 나에게 선물해 준 수채화 물감 한 통과 커다란 도화지 set을 사주었습니다.

나도 기회를 만들어 수채화를 그리려고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비비안나에게는 전혀 예상을 하지 않았던 선물이어서인지 비비안나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흐릅니다.

우리는 매주 만나면서 비비안나의 앞길에 대해서 계획을 하고 리키는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비비안나의 집을 방문한 나는 벽에 걸려 있는 정말로 너무도 멋있게 그린 풍경화에 눈이 갔습니다. 그림은 밝은 색조의 풍경화였습니다.

마치 새로운 희망을 말하는 것처럼!


비비안나에게 물어보니 지난번 레지나가 준 물감으로 자기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너무나 감탄을 해서 한참을 말을 잊고서 그림만 바라보았습니다.

나도 여고 때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한동안 나부영 화가님의 화실에 다닌 적이 있었거든요

와우, 비비안나에게 이런 솜씨가 있다니!


비비안나는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고 오이 농장에서도 농장주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받게 된 비비안나의 엄마는

어릴 때 엄마의 등에 업혀서 미국으로 밀입국해 온 비비안나는 네바다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비비안나의 엄마는 미국 사람 집의 파출부로 일하며 두 사람은 열심히 살았지만 엄마가 혼자 버는 돈으로 생활은 늘 빠듯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비비안나가 공부를 잘하고 또 특별히 미술에 소질이 많아서 각종 상을 타고는 했습니다. 엄마는 비비안나에게 희망을 갖고 정말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비비안나가 11살 되던 해에 엄마는 트럭을 운전하는 역시 스페니쉬인 과테말라 출신의 프레드를 만나서 데이트를 하더니 얼마 후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엄마는 남편인 프레드가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가 있어서 집 근처에 있는 양로원에서 밤에 일을 하게 되었고 비비안나는 밤에는 새아빠와 함께 있어서 무서운 줄을 몰랐습니다.


비비안나에게는 엄마에게 말을 할 수 없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밤에 일을 나갈 때면 새아빠인 프레드가 비비안나를 그냥 두는 것이 아닙니다.

비비안나는 울면서 새아빠에게 나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을 해 보았지만 프레드의 협박에 그냥 말없이 당하게 됩니다.”


“내가 이혼하면 너와 네 엄마는 다시 맥시코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할래”

오랜 기간 동안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던 비비안나는 임신을 했고 그 아이가 지금의 리키입니다.

비비안나 엄마도 같은 시기에 임신을 해서 비비안나에게는 같은 아버지를 둔 동생과 아들이 있습니다.


얼마 후 점점 불러오는 배를 숨길 수가 없게 된 비비안나는 이 모든 사실을 엄마에게 실토하게 되었고 사는 데 너무 힘들다가 영주권자인 남편을 만나게 되어 이제는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구나 생각하며 행복했던 비비안나 엄마는 너무나 화가 나서 남편을 고발을 했고 프레드는 과테말라로 도망을 가게 되었고 이 과정


에서 배가 만삭이 된 비비안나는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함께 임신 중이었던 엄마와 비비안나는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다가 비비안나의 결정으로 비비안나는 아무런 연고지도 없는 이곳 시애틀에 아들과 함께 오게 된 것입니다.


지금 비비안나는 A 스토어에 베이커리 디파트먼트에서 케이크 디자인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색감에 자신 있는 비비안나는 베이커리에서 특별한 케이크를 만들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고 또한 월급도 많이 올라 이제 몇 년 더 열심히 일해서 작은 콘도라도 사고 싶어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비비안나는 웃기도 하고 눈물도 흘립니다.

이젠 비비안나는 내 고객이 아닙니다.

자신이 자립해서 사는 비비안나는 우리 프로그램의 도움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런데 비비안나는 자주 나에게 연락을 해 옵니다.


그리고는 얘기를 합니다.

레지나 나에게 물감을 사 주고 직장을 찾아 주어서 정말 고마워 레지나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어!

나는 비비안나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통증이 옵니다.(그렇게 힘든 생활을 했으면서도 이렇게 밝은 그림이 나오다니!) 그리고 비비안나를 가만히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합니다.

Vivian, you are the greatest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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