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우리 자녀들도 곧 노벨상을?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우리 자녀들도 곧 노벨상을?

사람의 성품 중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극복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게으름이다. 그러니 성경 말씀 중에도,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눕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눕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잠언 6:9–11).”


독자께서 이 칼럼을 읽으시는 주말에도 “아직 원서 마감일이 며칠 남아 있으니 조금 더 쉬고 조금만 더 자자”라고 게으름을 피우는 고교 시니어 자녀가 있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이제 겨우 세 주를 지난 11월 1일의 조기 전형 원서 마감일이 예고된 “강도/도적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이 고단한 마라톤의 중간중간에 생수로 몸과 마음에 새힘을 제공하는 이들처럼, 이번 주초에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자녀들에게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고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지난해에 유덥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탔고, 올해는 시애틀 다운타운에 위치한 계통생물학연구소(ISB)의 메리 브랑코 박사가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작년의 수상자가 아들 녀석의 논문 지도 교수이고, 올해의 수상자가 아내의 연구소 같은 실험실 동료라서 이제는 노벨상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가까운 것으로 느껴진다. 이번 공동 수상자의 하나인 오사카대학 석좌 교수인 사카구치 시몬 교수는 “관심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며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재미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조언을 해 준다. 


올해 대입을 준비하는 우리 자녀들도 그리 느끼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열정을 품은 전공을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열심을 다하면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일들을 그들 자신의 성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으로 새로이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시간상 준비가 쉽지 않은 SAT/ACT 시험 성적이 부담이 되는 학생들이 꽤 있다. 


많은 부모님과 학생들 사이에 회자하는 미국 대학 입시에서 ‘(SAT/ACT) 시험 성적이 불/합격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라는 신화 때문이다. 미국의 학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한국이나 중국에서 ‘수능 시험’이나 ‘가오카오’와 같은 대학 입학 시험들이 불/합격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을 경험한 분들은 SAT나 ACT와 같은 표준학력고사를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오해가 있다 보니, 유수한 명문 대학들의 입시 요강이 발표된 웹사이트를 보면 빠지지 않고 강조되며 우리의 눈에 띄는 사항이 하나 있다. “우리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이 표준 시험의 점수는 많은 다른 요소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이다. 이것을 보시고도 반신반의하시며, 그래도 이 시험 점수가 많은 다른 사정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고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은 학창 시절에 겪은 시험 성적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유에스 뉴스 대학 랭킹에서 금년에 17위를 차지한 밴더빌트 대학의 입학 부총장인 더글라스 크리스천슨 역시 시험 성적이 많은 요소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도 상당수 떨어뜨립니다. 왜냐하면 이 학생들 중에는 시험 점수 이외에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학생들이 꽤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하면, 시험 점수가 많은 사정 요소들 중의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이러한 견해와 결을 같이 하는 정책이 올해도 상당한 대학들이 사용하는 시험 성적 제출을 선택 사항으로 돌린 것이다. 프린스턴과 컬럼비아 대학이 올해도 사용하는 Test Optional은 문자 그대로, 시험 점수의 제출을 지원자의 선택에 맡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물론 이 말의 이면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험 점수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시험 점수를 제출하고 그 점수가 해당 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의 점수와 비슷하거나 높으면 합격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유덥 역시 이 점수들이 사정 과정에서 중시되지 않지만, 이 점수가 없었으면 불합격되었을 수도 있는 지원자가 좋은 시험 성적이 있으면 합격될 수도 있다는 입시 요강을 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UC처럼 Test-blind 정책을 사용하는 학교들이 있다. 이 학교들은 입학 사정에서 시험 점수를 제출하더라도 점수에 곁눈질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 경우에는 괜히 점수를 제출하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많은 분들은 이러한 테스트를 안 보는 정책들이 팬데믹 때문에 오롯이 생겨난 것이라 오해하시지만, 실상은 코로나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는다. 


이전에는, 이러한 대학 입학 시험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며, 이러한 시험 준비는 경제력이 높은 가정의 자녀일수록 더 잘 준비할 수 있기에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몇몇 진보적인 학교들만 사용했었으나, 이미 코로나 이전에도 명문 시카고 대학이나 보들린(브라운/보든 등 오기 가능) 대학, 스미스 대학 등의 명문 사립대학들도 이 대열에 동참한 바 있었고 지금도 시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과거에도 이 시험들은 합격 여부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었고, 지금도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점수가 높으면 당연히 합격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버리기에는 아까운 ‘계륵’과도 같다.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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