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안상목 회계사 칼럼] 635. 유로화 발행국 신용의 차이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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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안상목 회계사 칼럼] 635. 유로화 발행국 신용의 차이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칼럼 625호(미국의 자유화폐 시대)에서 본 바, 황금과의 비교에서 물가가 결정되던 당시에는 지폐 발행자의 신용에 따라 지폐의 가치는 천차만별이었다. 발행 은행이 파산하면 그 은행이 발행한 지폐는 휴지가 되었다. 신용이 대단히 좋으면 정부가 발행한 금화와 같은 가치를 지녔다. 그 때의 지폐는 모두 어음화폐였고, 각 지폐가 표방하는 가치는 정부의 금화였다. 어음의의 가치가 (이자율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그 어음의 액면가치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듯이, 어음화폐의 가치도 정부 금화의 가치 이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유로화는 여러 국가에서 발행되고 있으므로, 그 발행국에 따라 유로화의 가치가 다를까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또, 지금은 금과 일반 물가와의 연결이 사라지고 없으니, 이 변화는 그 의문에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하는 작은 의문도 동시에 솟아난다. 

우선 작은 의문부터 풀어본다. 지금 만일 미국에 또다시 자유화폐가 허용된다면, 그 자유화폐의 가치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위 첫 문단에서 이미 언급한 바, 어음의 가치는 (이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 어음에 표시된 금액까지만 올라간다. 지금 미국에서 자유화폐가 생겨났다면, 그 화폐는 19세기 자유화폐와 마찬가지로 어음화폐이며, 어음화폐는 일종의 어음이므로, 그 자유화폐의 가치는 (화폐에는 이자가 없으므로) 연준이 발행한 화폐의 가치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이 발행한 화폐의 가치는 금이라는 제한이 없어졌으므로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 정부의 인플레 정책과 다른 이유로 물가가 한없이 내려갈 수도 있고, 기술의 발달에 따라 물가는 지속적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에 따라 화폐가치는 얼마든지 내려갈 수도 올라갈 수도 있다. 

만일 유로화 발행의 제도가 19세기 미국 자유화폐 발행의 구조와 (금본위제만 제외하고) 같다면, 미국의 연준이 차지하는 위치에 유럽중앙은행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면, 그리스가 발행한 유로화의 가치는 유럽중앙은행이 발행한 유로화의 가치보다 낮고 독일이 발행한 유로화의 가치는 유럽중앙은행이 발행한 유로화의 가치와 같고, 그런 상태일까?

유로화의 제도는 19세기 미국 자유화폐의 경우와는 달리, 어느 정부가 발행한 유로화이든 그 가치는 동일하다. 물가 차이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그 어떤 물건을 살 때 그 댓가로 지불하는 유로화의 가치는 어디서 발행된 것이든 똑 같다. 유로화 규약에 의거, 그리스 발행 유로화 100유로를 독일 은행에 입금하면 은행은 그것을 그냥 ‘100유로’라고 기록할 뿐, 어디서 발행된 것인지를 표시하지 않는다. 

유로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유로화의 가치를 획일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폐의 가치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면 공동화폐를 쓰는 의미가 없다. 문제는 그 획일화를 뒷받침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있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지 그들은 모르고 있다. 칼럼 629호(유로화 정책 속의 화폐수량설)에서 본 바, 화폐수량설과 어음화폐개념은 양립할 수 없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의 경제학자들은 화폐가 어음임을 인식하면서도 정책은 화폐수량설에 근거하여 펴고 있다. 또, 그들이 화폐수량설에 근거하여 정책을 펴고 있음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유로화가 어음화폐라는 사실을 모든 정책적 결정에서 잊어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녔다면, 유로화를 관리하는 그들은 화폐 발행의 규정을 어음 발행의 규정에 준하여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첫째, 국민소득 수준에 따라 화폐 발행의 한도를 정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닌, 정부재산의 규모와 구조에 따라 정부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을 달리 하도록 규정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약체국가는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정부땅을 담보로 내놓도록 하는 그러한 규정. 화폐는 정부부채의 일종이으로, 정부부채에 문제가 있는 한 건실한 화폐제도를 만들 방법이 없다.

둘째, 유로화 체제에 가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물가 유지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과 경우에 따라 물가는 다르듯이, 유로권 내에서도 물가가 다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유로권 일부 국가의 물가가 큰 변동폭으로 지속적으로 변동한다면, 다른 지역의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통화가 다르다면 물가 변동은 환율변동에 의하여 조정된다. 통화가 동일하기 때문에 한 지역의 물가변동은 다른 지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위 두 가지를 개선해서 유로화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같은 원리 위에 세계통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지금 세계에는 세계통화를 바라는 강력한 소원이 있다. 그러므로, 위의 두 가지 사항을 좀더 자세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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