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등대 불빛과 어머니”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등대 불빛과 어머니”

오늘은 어느 외딴 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개하면서 내 칼럼을 시작한다. 나이가 많은 어머니는 아들에게 오늘은 큰 풍랑이 일 것이라면서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요즘은 한참 고기가 많이 잡히는 철이라고 고집을 부리고 바다에 나갔다. 저녁이 되고 바다가 심상치 않은데 아들은 돌아오지 않아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한밤중이 되자 바다는 파도와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사방이 구별이 안 되는 칠흑 같은 밤이라 아들은 바다에서 방향을 잃었다. 어느 쪽이 자기가 사는 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생사의 기로에 애타게 방황하던 중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아들은 그 불빛을 보고 방향을 잡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집 가까이 와서 아들은 깜짝 놀랐다. 자기 집이 불타고 있었다. 어머니는 큰 불빛을 만들기 위해 자기 집에 불을 놓아 아들이 불빛을 보고 찾아오게 한 것이다. 


집은 다시 지으면 되지만 외아들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다시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녀들을 세상이라는 바다에 내어놓고 “알아서 잘 살겠지!”하고 무심하게 버려두지 않는지 생각해 보자. 세상은 무서운 바다와 같은 곳이다. 악이 판을 치는 곳에서 자녀를 구하려면 부모는 자기 집에 불이라도 놓는 심정으로 등대를 켜놓아야 한다. 


좋은 차, 좋은 집, 많은 돈과 재산을 물려줄 것이 아니라 그 마음 안에 등댓불이신 조상의 음덕과 하나님이 주신 고마움을 가슴 속에 심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큰 폭풍이 닥쳐와도 길을 찾을 수가 있다.

옛날 우리나라에 소위 “고려장”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옛날에 먹고 살기가 어려운 시절에 식구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나이 많은 부모를 산속에 내다 버리는 일이 있었다. 


나이 많은 어머니를 내다 버리기 위해 아들이 지게에 어머니를 지고 산속으로 갔다. 그 어머니는 자신이 이제 가면 산속에서 굶어 죽거나 사나운 짐승에게 잡아먹힐 것을 알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무 반항도 없이 오히려 아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릴까 봐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길에 버리면서 업혀 왔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차마 버리고 돌아갈 수가 없어서 그 어머니를 다시 집으로 모셔왔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참으로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정성을 다해 일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그런 사람을 절대 버리지 아니하고 구해준다는 이야기이다. 앞에서 소개한 어머니가 바로 그런 어머니이며 이 소문이 마을에 퍼져서 이들이 살 집을 마을 사람들이 지어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소년 시절에 나는 시골 고향 집에서 살면서 농사일을 도운 적이 있었다. 소를 키워서 농사일을 했는데 우리 집에서는 큰 암소를 키웠다. 소의 먹이로 여물을 써는 데 작두를 사용했다. 한 사람은 앉아서 풀을 작두날에 알맞게 먹이면 다른 한 사람은 작두날을 밟는다. 한 번은 내가 여물을 앉아서 먹이고 어머니가 작두를 밟았다. 내가 실수하여 오른손 엄지손가락 끝부분을 작두날에 대었는데 어머니는 그냥 작두를 밝았다 내가 잽싸게 손을 빼냈지만 엄지손가락 끝부분 일부를 베었다. 


피가 흐르고 잘린 부분을 누르고 있는데 어머니는 잘려나간 부분을 찾아서 붙였다. 붕대로 감고 한참을 누르고 있으니 피가 멈췄다. 그러나 잘려나간 엄지손가락 일부는 잘 아물었지만 지금도 왼손 엄지손가락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당시 어머니는 치마를 찢어서 피 나는 내 엄지손가락을 챙챙 감고 내 벤 손을 꼭 움켜쥐고 우셨다. 그다음부터 어머니는 작두를 만지지도 못하게 하셨다. 벤 손을 움켜쥐고 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심정은 집과 재산이 문제가 아니다. 앞에 소개한 어머니도 아들을 위해 사는 집에 불을 질렀는데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아들이 그 불빛을 보고 살아 돌아온 것만 기특하고, 감사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불보다 더 뜨겁고 물보다 더 강하고 깊다.그런 우리 어머니가 오래전에 하늘로 집을 옮겼다. 


조상 때부터 대대로 이어오던 유교 집안에서 우리 어머니는 과감하게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셨다. 교육은 별로 받지 못했지만, 설교 말씀과 찬송가는 잘 들으셨고 따라서 부르셨다. 

이제 나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계신 하늘나라로 옮길 것이다. 거기서 어머니를 만나 주님과 함께 영생 복락을 누리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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