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김의 감성과 지성] 가을 이어서 그런가 봐요

전문가 칼럼

[엘리엇 김의 감성과 지성] 가을 이어서 그런가 봐요

함께했던 시간이 길든 짧든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여운이 오래 가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을 이어서 그런가 봐요. 나와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 중에 그런 이들의 기억이 더 자주, 더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살면서 인연의 아름다운 끝맺음은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어떤 인연으로 만났건 그냥 조용히 이런 가을날의 아침 안개가 사라지듯 그렇게 끝맺기만 해도 참 다행이죠.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거나 지금도 미련이 남아 있는 인연들이 나 역시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가을이어서 그런가 봐요. 바람만이 몰아치는 광야처럼 내 마음속 더없이 황량하게 느껴지는 오늘 같은 가을날에는 아, 그 시절, 그 사람들을 먼발치에서나마 혼자 조용히, 물끄러미 쳐다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아’가 스러지는 과정인가 봅니다. 자신에게서 좀 더 멀찌감치 떨어져 객관적으로 ‘나’라는, 스스로를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이 생명체를 예전보다는 좀 더 무뚝뚝한 눈길로 바라보게 됩니다.


언제였던가, 어느 때까지는 옛 시절을 반추하고 아쉬워하며 잠시라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던 시기가 있었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다 보니까 이제는 ‘나’를 나에게서 좀 더 거리가 떨어진 위치에 두고 그저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시점이 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 역시 나의 ‘자아’가 약해져 가니까 그렇겠죠.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옛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은 생각도 흐려져 갑니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은 추억 속의 옛사람이지 이제는 어떻게든 변했을 지금의 존재는 아닐 테니까요.

내 마음속의 애틋한 미련과 감성도 시간과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져 가고, 그걸 쳐다보고 있는, 이삿짐을 정리하는 존재처럼 변해 버린 무뚝뚝한 ‘잔류자’가 된 나 자신의 모습을 또다시 발견합니다.


가을이어서 그런가 봐요. 언제 어떤 인연이었건 내 가슴에 아직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그들도 이 가을 어느 곳에선가 이 같은 생각을 문득 떠올리는 순간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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