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칼럼] 단체장에게 요구되는 자질 - 시애틀한인로컬문학칼럼
사회가 발달할수록 기능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단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여러 단체를 유심히 살펴보면 운영형태가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단체는 단합된 공동체 의식으로 가족분위기에서 오순도순 활동하고 있는 반면에 어떤 단체는 불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간판만 걸어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휴면 단체도 있다.
또한 어떤 단체는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생색내기의 일과성(一過性) 행사만 하는 반면에 어떤 단체는 밝은 미래를 설계하면서 실속 있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단체마다 이렇게 운영형태가 각기 다른 까닭이 무엇일까. 그것은 단체를 이끌고 가는 단체장의 자질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단체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은 이미 개인이 아니고 소속 단체를 대표하는 공인(公人)이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하겠다. 개인이 행한 결과는 개인으로 끝나지만 공인의 경우는 그가 이끄는 단체의 모든 회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개인이 아닌 단체장에게는 공인으로서의 자질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여기서 공인으로서의 단체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중요시 되는 자질을 열거한다면 우선 금전관리의 투명성과 조직운영의 공정성, 회원들을 단합시키는 친화력과 장기안목의 비전, 그리고 단체를 위해 일하겠다는 투철한 사명의식과 확고한 소신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자질을 갖추고 단체를 운영할 때에도 입술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 카리스마를 나타낸다면 소속 회원들을 크게 감동시켜 그 단체는 생동감이 넘칠 것이다.
단체운영에서 간혹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쟁의 원인은 주로 단체장이 금전관리를 깨끗이 못하기도 하고, 단체운영에서 자기 개인의 실속부터 챙기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기적인 단체장은 임원을 선임할 때에도 그의 능력보다 자기 자신과의 친소관계를 우선하고, 행사를 개최할 경우에도 자기 얼굴부터 내세우려고 하니 여라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장이 조직운영을 투명하고도 공정하게 한다면 임원들은 물론, 전체 회원이 기꺼이 협조해 신바람을 내면서 동참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단체장의 자질은 또한 주인의식인 것이다. 주인의식이란 글자 그대로 주인의 입장에서 자기가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내 자신의 일처럼 사랑스럽고 흥미를 느껴 아무리 어려워도 의욕이 생길 것이다.
단체장이 행사를 주관할 때에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참가 화원 모두에게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라고 하겠다. 참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참가한 회원에게 발언의 기회를 배려해야 한다. 단체장이 혼자서 마이크를 독점하고 설교하듯이 길게 연설한다면 참가 회원들은 지루해 이러한 모임에 다시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현명한 단체장은 회의 진행의 경우 모두발언을 요약해서 가급적 간단히 하고, 참가 회원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며, 그들이 토의에 진지하게 참여하도록 그들의 의견을 묻는 솜씨도 발휘한다면 역동적인 모임이 될 것이다. 단체장은 또한 중요 행사 때에는 소속 단체의 직능과 연관되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도 겸한다면 그 단체는 항상 새로운 기풍이 감돌 것이다.
단체 운영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단체장이 노욕에 사로잡혀 감투를 내놓지 않으려고 추태를 부리는 경우라고 하겠다. 따라서 단체장은 임기가 끝나면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 뒤에서 후원자 역할을 한다면 멋쟁이 회장이 될 것이다.
이리하여 단체장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소속 단체를 발전시킬 방안을 부단이 고민한다면 그 단체장은 후세에 유능한 지도자였다는 칭송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