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안상목 회계사 칼럼] 640. 세계화폐–물가에 관해 제도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칼럼 636호(세계화폐의 요건)에서 본바, 유로화의 문제는 “유로화 발행국들의 신용의 다양성”이라는 문제와 ”유로화 사용국들의 물가관리 능력의 다양성”이라는 문제로 요약된다. 지난 3개의 칼럼에서는 그 중 발행국 신용과 상통하는 문제가 어떻게 하면 해결될 것인가 하는 의문에 답을 써보았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그런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물가 이야기를 해볼 차례다.
물가의 안정이란, 물가가 모든 공간에서 일치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 시간적으로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물가는 지역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점포에 따라서도 다르다. 물가는 갑자기 치솟았다가 갑자기 떨어지기도 한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은 그런 변화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물가에 대한 지식의 유무다. 문제는 아직도 화폐수량설이 정설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프리드만은 화폐수량설의 요지를 아래와 같이 말했다.
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in the sense that it is and can be produced only by a more rapid increase in the quantity of money than in output. 통화량 증가 속도가 실물 증가 속도를 앞지르기만 하면 인플레이션은 일어난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 현상이다.
줄 친 부분이 성립하려면 화폐가 실물과 독립하여 증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칼럼 577호(생산에서 화폐로 연결되는 모습)부터 584호(양적 완화와 통화량)까지 8개의 칼럼에서 통화량이 변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바, 정부가 케인즈의 투자승수 이론에 입각하여 헛돈을 쓰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통화량 증가는 실물 증가에 따라서 온다. 그러므로 정부가 케인즈 이론을 과신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이 아니라 물자 부족에 따르는 현상이다.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의 결과다. 위 인용문과는 정반대인 이러한 인과관계는 칼럼 410호(화폐의 생멸)부터 423호(프리드만의 화폐수량설)까지 14개의 칼럼에서도 충분히 검토된 바 있다.
국내 물자가 부족한 나라의 정부가 만일 해외로부터 외화를 차입할 능력이 있고 또 그 능력을 사용할 지혜가 있다면, 그 나라의 물가 문제는 당장 해결된다. 2017년의 칼럼 492호(바이마르 공화국 1923 이전과 이후)에서 본바, 바이마르 공화국은 담보를 제공하고 외화를 차용한 다음, 그 외화로써 생필품을 수입하여 물가 문제를 해결했다. 오늘날의 베네수엘라는 앞 문장의 지혜가 없어서 물가 폭등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담보로 암호화폐를 만들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를 아무도 믿지 못하니 성공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 석유를 미국의 거대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그 은행으로 하여금 베네수엘라 지폐를 발행하게 한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앞 문단의 두 사례의 전혀 다른 결과는 물가에 대한 지식의 차이에서 온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사례는 100년 전의 일인데, 그것을 배우지 못한 국가가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일이 케인즈의 이론과 프리드만의 이론이 나오기 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세기에 이름을 떨친 저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바이러스보다 해로운 공해라 해도 무방하다.
세계화폐와 관련했을 때, 물가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1)물가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2)이자율이 인하된다고 통화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3)이자율 인하는 공급가격을 줄여서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아래 링크에 해설되어 있다.
https://blog.naver.com/samahncpa/221825769879
세계화폐가 생겨난다면, 그 참가국의 물가정책은 앞 문단의 세 가지 지식과 모순되지 않아야만 그 세계화폐가 문제없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한 세계화폐를 위해서는 케인즈의 투자승수 이론과 프리드만의 화폐수량설 등 그릇된 경제이론이 극복되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양적 완화 과정에서 화폐수량설이 전혀 타당하지 않음이 충분히 실증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화폐수량설이 살아있는 것을 보면, 그릇된 경제이론은 아직도 오래 살아있을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은 세계화폐가 등장할 수 없고, 미국 돈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현재의 체제가 지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