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칼럼] "광부와 간호사와 함께 흘린 大統領의 눈물" - 시애틀 한인 문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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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열모칼럼] "광부와 간호사와 함께 흘린 大統領의 눈물" - 시애틀 한인 문학 칼럼

때는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된 시기인 1964년의 12월 10일이었다. 당시 리프케 서독 대통령의 초청으로 서독을 방문 중이던 박정희 대통령은 이날 아침 서독의 수도 본에서 리프케 대통령과 함께 그의 승용차를 타고 우리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 함부론 탄광을 향해 출발했다. 陸英修 여사는 리프케 대통령의 부인과 함께 뒤따라갔다.  

이날 아침 대통령을 영접할 함브론 탄광의 현지 회사에서도 귀빈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했다.  이 회사에서는 현재 갱도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광부의 일부를 이날만은 신사복 차림으로 하고, 또한 각 지방 병원에 흩어져 있던 우리 간호사들도 일부 참석시켜 색동옷으로 치장해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게 했다.  

오전 11에 대통령의 승용차가 탄광회사 본관 앞에 도착하자 회사에서 준비한 악대의 주악 속에 두 대통령이 차에서 내렸다. 리프케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내외에게 앞서 가기를 권유하고 자신은 한발 뒤에서 천천히 따라갔다.  

박정희 대통령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현관 양쪽에 도열한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과 일일이 굳은 악수를 시작하는데 악수하는 광부와 간호사들은 한결 같이 상기된 얼굴로 대통령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육영수 여사와의 악수에서는 앞에 선 박정희 대통령과의 악수보다 길어지더니 그 악수는 점차 흐느끼는 소리로 변하더니 서로 끌어안고 소리 내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박정희 대통령과 악수하던 광부들도 뒤따라 눈물 흘리기 시작하자 박정희 대통령도 끝내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저 뒤에서 애틋한 표정으로 조용히 이 광경을 지켜보던 리프케 대통령 내외도 끝내 손수건을 꺼내 눈시울을 훔쳤고, 수행원이나 기자뿐만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던 악대도 연주를 제대로 못하고 이 숙연한 분위기에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이 낯선 땅에서 뜻밖에 조국의 대통을 만났으니 이들은 부모를 만난 듯이 반가워서 그 동안 쌓인 한과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5분으로 예정했던 현관에서의 영접이 30분이나 걸린 뒤에 겨우 환영식장에 들어서니 광부와 간호사가 입추의 여지없이 만원을 이루었는데 여기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광부로 구성된 안대가 애국가를 선창하니 장내는 벅찬 감격으로 처음 부분에서는 우렁차게 합창하더니 뒷부분으로 갈수록 흐려져 결국 울음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애국가가 끝나자 이 탄광의 책임자가 환영사를 다음과 같이 읽었다. 그는 “1년 전부터 우리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광부들이 보여준 그 성실한 근무태도가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다른 나라 광부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있으니, 이러한 광부를 보내주신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는 요지의 차분한 환영사에 장내는 비로소 진정되었다.  

연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자 장내는 다시 숙연해졌다. 박정희 대통령의 눈언저리에는 아직도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리 작성한 연설문을 덮어두고 벅찬 감회로 즉석연설을 시작했다. “광부 여러분, 간호사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운 가족을 고국에 남겨두고 머나먼 낯선 땅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이 대목에서 다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장내는 또다시 울음바다로 변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결국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날 모처럼의 만남에 반가운 눈물을 흘리던 광부와 간호사를 남겨두고 숙소를 향해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혼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옆에 앉은 리프케 대통령도 손수건을 꺼내 닦으면서 박정희 대통령을 위로했다. 리프케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앞으로 한국에서 광부와 간호사를 더 많이 초청할 것이며 차관도 더 많이 공여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날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광부와 간호사의 손을 잡고 함께 흘린 눈물은 여느 눈물과 다르다. 이 눈물에는 우리 조국의 근대화를 실현하고야 말겠다는 값진 철학과 굳은 신념이 담겨져 있다. 독일의 세계적 문호(文豪) <괴테>는 일찍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역설했는데 이 눈물 젖은 빵이 바로 함브론 탄광에서 흘린 눈물인 것이다.  이러한 값진 눈물을 흘렸기에 우리는 恨많은 보릿고개를 허물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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