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칼럼] “여기와 지금” - 시애틀 한인 소셜 칼럼

전문가 칼럼

[정병국 칼럼] “여기와 지금” - 시애틀 한인 소셜 칼럼

“여기와 지금” 


오늘 칼럼에서는 지난 50년간 의대 교수(정신과 전문의)로 지내면서 15만 명의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온 노교수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오늘 칼럼을 시작한다. 이 노교수는 퇴직 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자신이 의사였는데도 시력을 되찾지 못하였고 살리지 못했다. 그는 당뇨병, 고혈압, 통풍, 허리디스크, 관상동맥협착증, 담석 등 7가지 중병과 고달픈 스트레스를 벗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쪽 눈으로도 아침이면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고, 밤이면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에 햇살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남의 아픔을 함께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세상을 원망할 시간이 없다. 지팡이 짚고 가끔 집 밖으로 산책을 한다. 한쪽 눈이지만 보이는 것만 보아도 아름다운 것이 너무 많았다. 지금은 다리에 힘이 없어서 산책이 어렵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이는 앞산의 수풀 색깔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감사한 일이다. 인생이란 바로 “여기”와 “지금”이다. 행복을 느낄 시간과 공간과 사람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 여기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한 번이라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바로 즐거움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진리)이 아닌 것에 시선을 꽂고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세상을 살아보니까 뇌 속에서 행복을 만드는 물질은 엔돌핀임을 알았다. 엔돌핀은 과거의 행복한 추억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즐겁고 기뻐야 생기는 것이다. 사람이 늘 행복할 수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했던 그 시간이 내가 오늘 살고 있는 오늘이고 지금이다. 그렇게 소중한 오늘에 내가 살고 있다. 괴롭고 슬퍼도 한 가닥 희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살아 있음이 즐겁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지나간 세월은 어렵게 살았더라도 다 행복한 거라고 나이든 어른들이 이야기한다. 인간은 과거에 어려운 일을 겪었더라도 짜릿하게 행복한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추억으로 오늘을 사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괴로움을 겪어 봐야 행복을 안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오늘”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내가 여기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 노교수가 아내 없이 살아보니까 있을 땐 몰랐는데 젓가락 한 짝이 없어진 것이다. 젓가락 하나로는 음식을 집을 수가 없으니 말짱 헛일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럼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나? 팔자로 받아들이면 다 보인다고 말한 장인의 말이 옳다고 느껴진다. 내가 잘 아는 선배 한 분은 그의 아내의 병 바라지를 10여 년간 했다. 그의 아내가 식물인간으로 누워지낸 세원이 10년인데 그 옆을 떠나지 않고 지키면서 시중을 다 들었다. 아들과 딸, 며느리가 있었지만, 그 뒷바라지를 남편인 선배가 다 했다. 그러다가 10년 만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매일 옆을 지키던 그 선배는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고 늙어서 취직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내의 장례를 잘 치르고 나서 7일 만에 그 선배도 하늘나라로 갔다. 무슨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자기 아내를 따라갔다. 삶의 희망과 행복은 내 가슴에 담겨있는데 다른 데서 그것을 찾으려다가 실망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선배처럼 홀연히 행복을 찾아 아내를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그 선배의 마지막 말은 “이제 내가 할 일을 다 했으니 나도 가야지…!” 였다. 평생을 크리스천으로, 장로로 살다가 갔으니 지금은 주님과 함께 천국에서 살고 있을 것이지만…. 그 선배는 김동길 교수님과 절친한 사이였고 나이도 비슷하였고 전공은 다르지만, 학교(연세대)도 동기생이었다. 세상에서의 삶이 너무 허무하다. 그렇게 멋있고 훌륭한 선배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고 이 세상에서는 다시 볼 수가 없다. 솔로몬왕의 말대로 이 세상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을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우리 인간도 그분이 흙으로 빚어서 이 세상에 보내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살아야 한다. 그 명령을 어기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 수가 없다. 우리는 그분의 손안에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한평생은 그분의 셈으로 따지면 눈 깜짝할 순간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이 진흙으로 빚어 만든 깨지기 쉬운 질그릇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혜의 왕 솔로몬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존중하며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전도서 12:13)고 결론을 내렸다.


0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