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축복이었을까?(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축복이었을까?(2)

<지난 호에 이어>

나는 하우징 케이스 워커하고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오늘 스케줄은 병원을 방문하니 다른 약속은 받지 말라고 부탁을 하고는 00가 입원해 있는 00병원으로 찾아갔다.

찾아간 병원 입구에서 나의 소개를 마치고, 환자의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해서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곧 00를 만나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져 00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들어가니, 


온몸과 얼굴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누워 있던 내 정신 나간 고객 00는 병실 문앞으로 들어서는 나를 보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헬로우, 미쎄스 채”라면서 웃으려고 하는데, 얼굴을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온통 멍투성이에 부어서 얼굴도 알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00는 나를 알아보고는 반기며 웃으려고 한다.

사건의 내용은, 몇 달 전 부모님의 유산으로 현금 40만 불을 은행 구좌로 받은 00는 그 돈을 받자마자 3만 불을 은행에서 찾아 자기처럼 돌아다니는 중독자나 정신질환자들하고 돈을 나눈다고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돈을 나누어 주다 그들의 공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했다.


몇 달 전 내 사무실로 0000 변호사가 전화가 왔었다. “레지나 채, 당신이 00를 담당하는 카운슬러냐고?” 그렇다고 답을 하니 변호사는 00의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120만 불을 유산으로 남겼는데 딸이 셋이라 그중 00에게 40만 불 현금이 지급되어진 것이니 그리 알라고, 그리고 너희 사무실에서 관리를 하는 것으로 해 놓았으니 관리를 부탁한다고….


변호사의 얘기를 듣고서 00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을 하니 자기는 이미 얘기를 알고 있단다.

자기의 언니가 자기를 찾아와서 얘기를 해 주었는데, 그 돈은 내 엄마가 나에게 남겨 준 돈이니 너희 사무실에서 관리하는 것은 싫고 자기 혼자 관리를 하겠단다.


나는 우리 사무실 케어팀과 회의를 몇 차례 해 본 결과, 아무리 정신질환자라고 해도 본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 사무실에서 개입을 하거나 참견을 할 수가 없어 그냥 매주 00를 만나면 안전 주의를 시키는 정도였었다.

물론 00는 매주 나를 찾아왔었다.


그리고 매주 우리에게 캔디나 초콜릿 박스들을 선물로 주려 했지만 우리 사무실 룰에 의해 고객의 선물을 거절을 한 나를 섭섭하다고 했다. 00는 매주 나를 찾아와 자기에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고는 했는데, 어느 날은 자기 방에 함께 살고 있는 고스트 무리들이 밤새 춤을 추고 날아다녀서 잠을 잘 수가 없다는 이야기, 자기의 죽은 아기가 다시 살아나서 자기와 함께 지냈다는 이야기 등등 많은 자기만의 망상에 사로잡힌 얘기를 실제로 있었던 얘기처럼 하고는 했었다.


나는 00의 정신질환에 필요한 전문적인 의사의 처방을 권해 보았지만 00는 자기는 멀쩡하게 정상인 사람인데 왜 자기에게 약을 권하냐면서, 자기는 매주 미쎄스 채를 만나는 것 이외에는 절대로 다른 것은 안 하겠단다. 미쎄스 채를 만나는 이유도 정부에서 매주 카운슬러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 만나는 것이라며.


00하고 나하고의 만남은 7년 반째다. 언젠가 00가 살고 있는 그룹 홈을 약속 없이 방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문을 안 열어 주는 00의 방 안을 00는 나의 얼굴을 보자 “들어오라”고 했다. 이날 내가 이곳을 불시에 방문했던 이유는 하우징 케이스 워커들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서였다. 00의 방을 관리 차 들어가 보아야 하는데 절대로 문을 안 열어 주니 좀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었다.


00의 방 안(스튜디오)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물건, 그리고 어머님의 유산으로 산 언제 입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비싼 옷들과 장식품 그리고 셀 수 없이 들어차고 있는 식료품들 때문에 방 안에는 바퀴벌레의 놀이터가 되어 있고 창문을 통하여 드나드는 날파리들의 천국이었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중국집에서 볶음국수 할 때 사용하는 젖은 국수 패키지 10개에 썩어가는 과일, 냄새 나는 야채들.


마른 음식을 저장하는 팬트리 안에는 언제부터 사다 모은지 알 수 없는 다양한 견과류 봉투가 수십 개, 오트밀 박스가 수십 개 등등. 00에게 이런 것들 다 뭘 할 거냐고 물어보니, “시애틀이 지진대이고 또 언제 쓰나미가 올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 놓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하우징 케이스 워커에게 00의 방 안 상황을 얘기를 한 후 00에게 방 안에 있는 물건을 20일 내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치울 것이라고 알려 주니 00는 슬픈 눈으로 말한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싫고 자기가 방을 치울 것”이라고…

나는 병원 수술 의사가 입는 온몸을 감싸는 옷을 입고 00의 방 안을 들어가면서도 온몸이 가렵기조차 했다.


이날 나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오랫동안 했다.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하는 00의 상황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남겨진 유산이 축복이었나, 불행이었나?

과연 그 돈이 어떤 가치로 모았던 돈이었고 결국 그 돈은 가치 있게 제대로 사용된 것이었나?


만약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정신질환 자녀에게 그러한 돈을 남겨 주는 게 좋은 일인가? 과연 그 돈은 축복이었나?

00의 은행에서 우리 사무실로 스테이트먼트가 왔다.

00는 40만 불을 1년 반 만에 다 쓰고 말았다.

0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