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칼럼] 엎질러진 물

전문가 칼럼

[박미영칼럼] 엎질러진 물

샌드위치로 대충 점심을 때우는 남편을 위해 김밥을 싸주기로 하고 큰소리치다 난감할 때가 있었다.

아침부터 뭘 하냐고 그냥 먹던 대로 먹겠다는 고집을 만류하고 모든 재료 준비를 하고 일어났는데 가장 중요한 김이 없었다. 항상 있는 김이 어디 있겠지 떨어졌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비고 쿵쿵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느껴 본 긴장감이다.

'어떡하지 그냥 사 먹으라고 할까 한소리 듣겠네 괜히 김밥한다고 큰소리쳤나....' 괜한 자책으로 허둥지둥 시간을 허비하고 있던 그 순간 재료들을 다 으깨어 주먹밥을 만들기로 하고 잽싸게 메뉴를 변경했다.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예쁘게 일률적인 크기로 완벽한 동그란 주먹밥이 완성됐다. 준비한 모든 김밥 재료가 혼합되어 기대 이상으로 럭셔리한 런치 메뉴가 탄생한 순간이다.

무슨 비행기를 놓친 것도 아니고 고작 김밥에 김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은 그때가 가끔 떠오른다.


이러한 크고 작은 일들이 누구나 뜻하지 않게 발생한다.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를 할지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지 나름 나만의 '김밥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어떤 작은 실수라도 실패가 있을 때 원인부터 분석하지 말고 해결책부터 먼저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제시간 안에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준비하지 못한 거에 자책하고 아까워하고 어떡하지 외치고 있으면 빈손으로 나가는 것이다.


노자는 말한다. '물이 가득 채워진 컵을 쏟지 않으려면 컵을 똑바로 들어야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우리의 인생이 컵을 똑바로 들지 못하고 물을 엎지를 때가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엎질러진 물에 울거나 화를 내거나 내 탓, 남 탓하며 절망해 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어떡하면 물을 다시 떠올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해결책을 마련한 뒤 원인을 자책해도 늦지 않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지 못해도 어떻게든 대처해야 한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엎질러진 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마음가짐 없이 지나간다면 앞으로 매번 같은 경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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