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늦게 핀 진달래꽃(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늦게 핀 진달래꽃(1)

아하, 진달래꽃이 피었구나!

어느덧 30년 세월을 함께해 오던 집이다,

세 아이들이 국민학교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제각기 직장을 찾아서 독립해 나갈 때까지 살았던 집, 우리 가족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만 해도 뒷마당도 앞마당도 그저 텅 빈 채 남겨져 있었다. 휑하고 삭막해 보이던 마당을 틈날 때마다 일구어 예쁜 꽃 묘종을 사다가 심고 친구들이 건네준 나무들을 심다 보니 땅을 150번 정도 파고 꽃과 나무를 심다 보니 이제는 꽃과 나무들이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철쭉과 진달래, 사과나무, 보라색빛의 장미와 민트 허브, 오레가노, 로즈메리도 심었다.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하는 수많은 꽃들을 심으며 나는 매일 물을 주고 때맞춰 거름을 주면서 그리고 주문을 걸듯 꽃들에게 속삭였다.

예쁘게 자라렴! 예쁘게 자라렴!


그리고 아들과 남편은 뒷마당 한복판에 연못을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땅속에서는 크고 작은 자갈들이 파도 파도 끝없이 흘러나왔고 그 많은 자갈들 때문에 땅을 파는 일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땅을 파는 일은 어려웠지만 그때 나온 자갈들은 버리지 않고 화단 주위에 보기 좋게 쌓아두었다. 그러자 마치 처음부터 계획하고 디자인한 것처럼 화단이 한결 멋지게 살아났다.


연못이 완성된 후에는 금붕어를 13마리를 사다가 연못에 넣었다. 붉은색의 금붕어, 머리만 하얀색의 금붕어, 까만 금붕어, 빨간색과 핑크색을 섞어 놓은 금붕어 등 처음 데려왔을 때에는 금붕어들은 작은 치어들이었다. 그런데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제법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자라나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은 혹시 “잉어 아니냐”라고 물어볼 정도가 되었다.


나무 묘목을 사다 심기도 하고 예쁜 꽃들을 위치를 디자인해 가며 정성껏 심었다. 덕분에 봄이 시작되면 우리 집 뒷정원에는 수많은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기지개를 편다.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 그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 그야말로 우리 집 뒷동산은 “꽃동산”이 되었다.


4월이 되면 시애틀 북쪽의 튤립 농장에 각종 튤립이 만개가 되면서 장관을 이루는데 이때가 되면 이 예쁜 튤립을 보러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우리가족도 그때의 튤립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매년 튤립 나들이를 떠나곤 했는데 하지만 우리 집 뒷마당에 하양, 빨강, 노란 튤립이 활짝 피어나면 그 자체로 훌륭한 튤립 축제가 되어 굳이 멀리 관광을 떠나지 않아도 충분하였다.


여름이 오면 체리나무에서도 드문드문 체리가 열려(아니, 넉넉히 열려서 우리가족들 먹기에는 딱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새들과 다람쥐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여 우리가 체리를 수확하려 하면 이미 많은 체리가 사라져 버렸다.


뒷마당에 심어 놓은 딸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딸기 묘종을 사다 심은 지 2년이 되던 해 뒷마당은 딸기꽃들로 가득 덮였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온 동네 토끼와 다람쥐들이 다 작정이라도 한 듯이 몰려와 잘 익은 딸기들을 다 먹어치우고는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하! 이곳이 쟤네들 간식 명당이구나! 생각을 하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어쩌다 미처 발견치 못한 딸기 한두 개를 찾아 입에 넣으면 그 달콤함에 취해 저절로 눈이 감길 정도였다. 두 집 건너에 한국인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살고 계셨었는데 어느 날 낑낑대며 자두 묘목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셨다. 


할머니 댁에 자두가 하도 많이 열려 그 곁에 자라는 중간 크기의 자두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가지고 온 것이었다. 할머니가 가져다주신 자두나무를 앞마당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 심었다. 할머니 댁에서 우리 집으로 이사 온 자두나무는 물을 많이 주어도 기운 없이 시들거렸다.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마치 땀을 흘리는 것만 같았다. 가지마다 땀방울처럼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두나무를 옮겨 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뿌리 손상이 수액 압력의 변화를 일으키어 나무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가 자기네 집 진달래가 너무 예쁘다며 예쁜 꽃을 함께 보자고 진달래나무를 캐다가 우리 집 뒷마당 정원에 심어 주었다.

진달래를 옮겨 심은 지 어느새 2년째가 되었는데 진달래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초록빛의 잎사귀만 겨우 매달려 있어 그저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특히 진달래는 뿌리가 예민한 꽃 종류라 옮겨 심는 과정에서 뿌리 일부가 손상되는데 이를 회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느라 생존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 꽃을 피울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 집으로 이사 온 꽃들, 그리고 자두나무, 진달래 등을 정성껏 가꾸기를 세 번째 봄이 찾아왔다.


어느 날 앞마당 자두나무에 연분홍 꽃들이 마치 안개처럼 나무에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본 앞집에 사는 루마니아 아저씨가 “아이고, 자두가 탐스럽게 열리려면 3월 초순에 진작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데…”라며 내 일처럼 걱정을 해 주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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