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Shoes(신발) 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Shoes(신발) 1

위로 언니가 둘이나 되고 오빠들이 많은 막내인 나는 어릴 때부터 내게 제대로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막내오빠와 오빠들 친구를 따라서 세검정, 자하문, 사직동, 인왕산, 청와대 뒷산으로 뛰어다니니 신발이 쉽게 닳아버려 엄마의 생각에는 바로 엊그제 신발을 사준 것 같았는데 또 신발에 구멍이 났느냐면서 속상해하시면서 엄마가 이제 막내는 신발을 사주어도 얼마 못 가서 구멍을 내버리니 언니가 신던 신발을 신겨야겠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또 어느 날은 아침에 학교에 가는데 초겨울 날씨가 추운데 길거리에 내 또래의 거지 소녀가 맨발로 옷도 허름하게 입고서 신발도 못 신고 구걸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가방에 있던 신발주머니에서 실내화를 꺼내 신고 엄마가 며칠 전에 사준 내 신발을 벗어 거지 소녀에게 신기고 아침에 엄마가 싸준 뜨끈뜨끈한 도시락을 거지 소녀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


나의 행동에 엄마가 생각해 낸 일은 이제부터는 엄마가 바로 위의 언니에게 새 신발을 사서 신기고 언니의 신발이 어느 정도 낡아질 때면 그 신발을 나에게 물려주는 것이었다.

그때는 어릴 때라 그리고 외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 국민학교를 마칠 때까지 언니의 신발을 물려받았었는데 그렇게 신던 언니의 신발이 하나도 불편하지가 않았다.


조금 불편했던 것은 언니는 몸이 가늘고 나는 튼튼해 보이는 스타일이라 신발도 약간은 볼이 작은 듯했으나 키 차이가 있어서 신발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가끔씩 예쁜 구두에 리본이 달린 신발이나 체크무늬의 운동화를 신은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으로 쳐다보았던 기억도 있었으나 그리 크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신발 대물림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에서 지정해 주는 색깔의 신발을 신어야 하기에 나의 신발 대물림은 그렇게 끝을 보았다. 내가 나이가 되어서 첫 직장을 찾고 나서 월급을 받은 다음에 제일 먼저 한 일이 새로운 구두를 사는 일이었다.

나의 20대의 구두 수집 시작은 내가 40대 말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


누구나 약간씩 강박증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있는데 강박증의 원인은 부족했던 점에 대한 충족감을 맛보기 위하여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기도 하는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신발에 대한 집착이 보이고 눈에 띄는 새롭게 보이는 신발을 보면 꼭 사고 싶은 생각에 며칠 동안 그 신발이 늘 생각이 나고 기어코는 며칠 후 그 신발을 사다가 내 신발장에 고이 모셔 놓기도 했는데,


나는 그다지 뾰족한 구두나 하이힐은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신발이 예뻐 보이면 예쁜 구두를 구매해 집으로 가지고 오는 그 시간이 엄청 행복해지는 순간들이었다. 직장에서 정장을 입거나 아래위 수트를 입어야 하는 일이 별로 없고 고객을 만나 상담하고 때로는 고객의 일로 법정이나 병원 또는 정신병동을 방문하는 일이 많으니 여기저기 빨리 기동력 있게 다니려면 운동화 스타일의 편한 낮은 구두가 나에게 편했다.


재미있는 일은 내가 신지도 않는 신발에 애착을 보이고 그 신발들을 한 켤레, 두 켤레 사다가 차고 안 거라지에 신발장을 크게 주문해서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 놓으며 가끔씩 그 신발들을 모두 내려 닦아 주고 씻어 주면서 그 신발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흐뭇해지고는 했었다.


40대 말까지 나의 신발에 대한 애착은 심할 정도로 사고 싶은 신발이 있는데 그 신발 가격이 비싸면 그 신발 가게를 자주 드나들면서 신발이 세일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신발을 구입하고는 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우리 사무실에서 상담하는 우리끼리 서로를 위하여 오픈 상담 시간(테라피 그룹)을 하는데 각 카운슬러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는 하는 시간인데,


어느 날 우연히 거라지를 정리하다가 거라지 안을 살피던 중 신발장 안의 내 신발만 세어 보니 70여 켤레의 신발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오면서 "내가 왜 그러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다.

왜 나는 신지도 않는 신발을 이렇게 사다가 모셔 두는 걸까?


내가 구입한 신발 중에는 구두가 너무 오래되어서 유행이 훨씬 지나서 신기도 뭐 하고 또는 굽이 높아서 지금은 신으라 해도 절대 사양할 판이었다.

이날 오픈 상담 테라피 시간에 각자의 문제점이나 안고 있는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는 신발에 대한 강박증을 터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를 상대해 주던 정신과 테라피스트였던 우리 사무실의 고참 카일 박사는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더니 내가 어릴 적 늘 언니의 신발을 물려받으면서 그것이 좋지는 않았었는데 엄마가 하라니까 그대로 언니의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 불편함도 참고 엄마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 것이 본인이 원하는 일이 아니어서 마음 한켠에 늘 새 신발에 대한 욕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나는 테라피를 받으며 신발을 사고자 하는 생각이 천천히 없어지며 "그래! 괜찮아! 신발은 편하면 돼. 신발은 많이 있을 필요가 없어."라는 자기 암시를 하며 그 이후 7개월 후부터는 우리 집 거라지를 꽉 채우고 있는 신발들을 거의 모두 멕시코 선교를 가는 친구 부부에게 도네이션으로 가지고 가게 했다.


멕시코 엔세나다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친구 부부가 차로 가니 하나도 신지 않았던 70여 켤레의 신발을 가지고 가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든지 아니면 팔아서 선교기금에 사용하라고 주었다.

그때에 내가 고이 모셔 두었던 신발들을 보내며 마치 소중한 것들을 보내는 느낌으로 "아하! 내가 아끼던 신발들을 시집보내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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