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Shoes(신발) 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Shoes(신발) 2

<지난 호에 이어>

그 이후로 난 보통 이들과 같이 신발이 떨어지면 구입을 하는데 워낙에 많이 걸을 일이 없으니 운동화 말고는 신발이 닳아서 없어지지는 않는다.

나를 찾아오는 한국 여인이 있다.


다운타운 시애틀에서 맴도는 노숙자 여자인데, 이제 나이가 40대 말이다. 무슨 이유인지 한국 사람들이라면 진저리를 치면서 욕을 한다.

이 여자는 우리 사무실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담당 카운슬러가 없는데 아무리 우리 직원들이 달래고 설득을 해보아도 절대로 자기 신분을 얘기하지 않는데 가끔씩 배가 고프면 나를 찾아온다.


"아니, 내가 완전 조선 사람, 한국 사람인데, 나는 안 미워?"라고 물어보면 대답이 없이 그냥 말끄러미 쳐다보며 "레지나 씨, 나 배고파. 라면 좀 줘?"라고 한다.

내 차 안에는 라면들과 깨끗한 양말, 물병들이 늘 준비되어 있다.

내가 차에 있는 컵라면 두 개를 주면 여자는 그냥 사라진다.


여자가 떠나는 뒤에 대고 "우리 사무실 인테이크 스페셜리스트와 만나서 인테이크해요?"라고 부탁을 해보면 나를 멀뚱히 쳐다보다가 그냥 나가 버린다.

여자는 목욕은 2년 전 한 것이 마지막인 듯싶다.

신발도 2년 전 내가 겨우 설득을 해서 신게 했다.


이 한국 여인은 한겨울에도 발가락이 다 보이는 남자 샌들을 발에 걸치고 다녔는데 내가 그녀의 신발 사이즈를 알게 된 후 운동화를 사서 차에 싣고 다니다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 라면과 버스표를 달라고 하는데 그녀에게 우리 사무실 고객이 아니라 줄 수가 없으니 등록을 하자고 하니 그녀


는 화를 내고 그냥 나갔다가 십여 분 후에 다시 찾아들어와 소리소리 지르며 라면과 버스표를 달라고 소동을 부리는데 중무장한 우리 사무실 가드들이 여자를 강제로 내보내려는 것을 내가 책임을 지겠다며 그 여자를 달래서 내 사무실 방으로 데려와 "00씨, 내가 라면도 주고 버스표도 줄 텐데 우리 사무실에서는 00씨가 고객이 아니니 줄 수 없으니 내가 내 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줄게요. 그런데 조건은 목욕을 해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해요."


우리 사무실에 있는(하버뷰 병원하고 함께 사용하는 건물인데 훌륭한 목욕시설이 되어 있었다.)

그때에 나는 내 고객이 아니니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리고 내 할 일이 아니었기에 여자를 씻기려면 여자를 목욕실로 데려가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데 옷이 얼마나 때 묻고 빗물에 젖었고 또 여자들의 생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여자의 옷은 가죽처럼 반질반질하고 냄새는 또한 어찌 나는지….


이날부터 며칠 동안은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절대로 살이 찔 수가 없는 이유다.

여자의 몸은 씻기고 또 씻겨도 때 물에 또한 때까지 이때다 하고 나오는데 와우!

정말 두 시간도 넘게 씻기고 나니 내 허리도 휘청휘청, 다리도 후들후들.


머리카락은 얼마나 감지 않았는지 엉켜 버려서 목욕을 하면서 샴푸로 감아도 엉켜진 머리카락이 제대로 떼어지지가 않아서 샴푸를 마친 후에 올리브유를 부어 머리카락들을 떼어낸 후 또다시 샴푸하고 온몸을 씻겨 낸 후 내가 미리 준비해 둔 옷과 새로운 신발로 여자를 단장시켰었는데 지금까지 2년 동안 지내오면서 그 이후로는 절대로 목욕을 안 하고 "좀 씻자."라고 물어보면 저만치 도망을 가니….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오늘도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레지나 씨,

신라면 있어?"


"00씨, 신라면도 주고 버스표도 줄게. 그런데 우리 목욕실에 가서 씻을까요?"

여자는 질색을 하며 저만치 도망을 가 버린다.

잠시 내 사무실로 가서 일을 보는데 아래층 로비에서 직원이 연락이 왔다.


"레지나, 그 여자 또 왔는데 어떻게 할까?"

"응, 그래. 내가 내려갈게!"

"00씨, 웬일이야? 목욕할까?"


"레지나 씨, 나 발 아파."

"아하, 그래. 신발이 너무 꽉 조인다.

잠깐만 기다려 봐!"


여자를 로비에 앉아 있게 한 후 2층 내 사무실로 올라가 지난번 여자에게 주려고 사두었던 운동화를 가지고 내려와 "00씨, 내가 우리 사무실 의사에게 물어보니 신발을 바꾸어 신어야 발이 안 아프다는데…."


여자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정말 의사가 그랬어?"라고 묻는다.

"그래! 의사가 그랬어요!"(필요한 거짓말)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밑창이 너무나 낡아서 발바닥이 아픈 거라네요."

여자는 맨바닥에 주저앉더니 발을 내민다.


나는 여자의 마음이 변할까 봐 고무장갑도 끼지 못하고 급하게 여자의 발에 꼭 붙어 버린 신발을 빼내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신발을 벗지 않았는지 신발이 발에 꼭 끼어서 벗겨 내느라 엄청 힘이 들었다.


양말이라고 신고 있었는데 양말이 얼마나 오래전에 신었는지 냄새는 기가 막히고 양말도 발에 붙어서 떼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참!


내가 사둔 양말이 없어서….

신발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떼어 내고 나니 여자의 발이 퉁퉁 부어 있다.

여자의 발을 만지려니 소리소리 지른다.

아프다고….


병원 치료도 받아야 할 듯한데 어떻게 설득하지?

신고 있던 아주 더러운 양말에 새 운동화를 신겼다.

여자는 새 신발이 조금은 편한 듯 다 됐다면서 라면 달란다.

그래서 다시 한번 딜을 해본다.


"00씨, 김치 먹고 싶어요?"

"아니, 김치 필요 없어!"

"목욕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나하고 한국 음식 먹으러 갈래요?"

여자는 한국 음식만 먹는단다.


목욕은 안 하고….

그래서 나도 목욕 안 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다 하니 여자는 버럭 화를 내고 그냥 가 버렸다.

어이구!

어떻게 목욕을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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