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방학 중 자녀와의 관계: ‘장자’의 빈 배를 생각하자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방학 중 자녀와의 관계: ‘장자’의 빈 배를 생각하자

미국에서 여름방학은 정말 길다. 적게 잡아도 10주나 되는 긴긴 여름방학은 우리 자녀들이 학기 중에 공부와 과외 활동 등으로 지쳤던 몸과 마음에 쉼을 주며 회복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이 이런 원래의 의도된 목표로 잘 활용된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많은 경우에는 다소간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부모님들의 원성을 산다.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고교 상급반 아이들이 그럴 리는 없지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의 아래 학년의 자녀들이 이 기간 동안 아침 늦게까지 슬립인을 하고 천천히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마치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 열심히 뭔가에 집중한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제는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버젓이 하던 게임에 열중한다. 방학이니 게임에 좀 열심인 것이 뭐 대수이랴 하는 태도처럼 보인다.


처음 몇 번은 ‘그래, 학기 중에 열심히 살았으니(?), 좀 쉬엄쉬엄 지내거라’라며 덮어 주었던 것이 이제는 버릇이 되고 알통이 백여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진다. 7월이 거의 다 지나가는 이때쯤이 되면 슬슬 방학이 곧 끝난다는 마음에 부모님들의 마음은 초조해지고 언성이 높아지시기 시작한다. “아니, 이제 좀 공부도 좀 하고 밖에 나가서 운동도 좀 하면 좋잖아. 왜 맨날 전화기와 씨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니?” 정말 많이 참으셨던 진심이 표출된다. 


“옆집 개똥이는 축구 캠프에 갔다가, 유덥 여름 캠프, 월수금에는 영어 수학 학원으로 열심히 방학을 보낸다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니?” 쏘아붙이신다.

우리 모두가 잘 알지만 생활 속에서 잘 억제하지 못하는 이런 류의 비교는 아이의 마음을 산산조각으로 부스러뜨리고, 마음속에 깊은 고통을 느끼게 하며 오래 남을 생채기를 새긴다.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한국의 주식 중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박종석 원장에 의하면 지인이 주식으로 수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 그렇지 못한 투자자의 뇌는 전치 4주 수준의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주위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주식 투자와 그로 인한 대박의 성과들은 그것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칼에 찔리거나 불에 덴 것 같은 전치 4주 정도의 통증을 느끼는 뇌 부위의 손상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포모(FOMO·소외 공포) 증후군을 느끼는 뇌 부위로 배측 전대상피질(dACC)을 언급하며 ‘포모는 인간의 본능’”이며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뇌에서 실제 통증과 똑같은 충격을 느끼는 것”이고 “(흔히) 그래서 ‘사회적 통증’이라고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게으름과 결단력 없음을 남과 비교하는 말을 들을 때도, 이와 비슷한 통증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아이는 부모님께서 자신을 위한 염려와 기대에서 조언을 한 것이라고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을 미워해서 악의로 한 지적질이라고 받아들이거나, 또는 자신의 게으름을 알기에 미안함을 가장된 신경질로 표현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생각하면 도움이 되는 장자의 예화가 생각나 나눈다. 중국의 철학자인 장자의 외편 20편인 산목편에 나온 자신을 비우는(또는 바로 보는) 노력이 모든 걱정과 다툼을 물리친다는 이야기이다.


“두 척의 배를 나란히 띄워 하수를 건너갈 때 빈 배가 와서 부딪치면 비록 속 좁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지만 그 위에 사람이 있으면 고성으로 배를 밀어라, 당겨라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고 두 번 소리쳐도 듣지 못하여 결국에 세 번 소리 지르게 되면 반드시 욕설이 따르게 될 것이니 지난번에는 노여워하지 않았다가 이번에는 노여워하는 까닭은 지난번에는 빈 배였고 이번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이 자신을 비워서 세상에 노닐면 누가 해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관계이다. 가령, 복잡한 고속도로에서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어떤 사람이 갑자기 끼어들면, 보통은 화가 치밀어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이며 경적을 울리는 등 겉으로 내색은 안 하더라도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당연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 끼어든 사람이 어떤 나쁜 의도가 없이 아주 바쁜 경우이고 손이라도 한 번 흔들어 미안함을 표했다면 조금 전의 치밀었던 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평정심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방학 동안 자녀와의 관계에서 조금 더 무심해지고 조금 덜 신경을 곤두세워 보시라. 나의 마음과 의도를 점잖은 목소리와 안색으로 자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전해 보시라. 자녀와의 관계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되지 않겠는가? (www.ewaybellevue.com)



0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