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송사리잡이

전문가 칼럼

[이성수칼럼] 송사리잡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물고기가 송사리이다. 크기가 3cm~5cm이다. 오죽 작아야 그물의 구멍에서 빠져나갈까?


송사리처럼 ‘사리’가 붙은 물고기는 작은 것, 혹은 물고기 새끼를 뜻한다. 자가사리, 바가사리, 전어사리 등이 있다.


송사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10~30마리씩 무리를 지어 산다.


연못이나 농수로, 둠벙이(웅덩이) 등에서 살고 있는 아주 작고 흔한 물고기이다. 생활력도 강해 물만 있으면 어느 곳에나 잘 서식한다.


송사리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 중의 하나가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이다. 모기는 우리 인간에게 해만 주는 곤충이다. 특히 뇌염모기에 한 번 물리기만 하면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이다.


내가 농촌에 살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항아리에 물을 받아 수련(睡蓮)을 심었다. 수련은 아름다운 꽃을 피는 건 좋은데 항아리의 물속에 장구벌레가 득실거렸다. 위생상 좋지 않아 항아리를 철거해야 하나 고민(苦悶)을 하던 중 내가 다니고 있는 농업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선생님은


“항아리에 송사리 5~6마리만 잡아다가 넣으면 송사리가 장구벌레를 죄다 잡아먹는다.”


라고 해서 바로 송사리를 잡아넣고 키웠다. 그랬더니 송사리가 장구벌레를 잡아먹어 씨도 없이 다 없어졌다.


그러고 보니 송사리는 해충을 잡아먹는 이(利)로운 물고기이다. 붕어나 잉어는 깊은 물속에 살기 때문에 얕은 물에 사는 장구벌레를 잡아먹을 수 없고 얕은 물속에 살고 있는 송사리만 잡아먹는다.


송사리는 얕은 물에서 놀기 때문에 사람과 밀접한 만남을 갖고 있다. 송사리 비늘 하나하나가 은색(銀色)으로 반짝인다. 송사리는 웅덩이에 떼지어 부지런히 지느러미를 하늘거리며 수영한다.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듣고 빠르게 도망쳐 수초(水草) 속에 숨었다가 금방 휙! 하고 몰려든다. 그 동작이 대단히 민첩하다. 송사리는 사람을 반기고 금방 친해진다.


한 번은 된장을 조금 가지고 웅덩이를 찾아갔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도망쳤던 송사리 떼가 다시 사람 곁으로 모여들었다. 된장을 조금 떼어 물속에 풀었더니 냄새를 맡고 금방 새카맣게 모여들었다.


발을 물속에 담갔다. 발을 담그자마자 그 많은 고기 떼는 몸을 피하였다가 잠시 후 다시 모여들었다. 된장 냄새를 맡고 모여든 송사리 떼는 먹을 것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발을 담근 채 자는 듯이 가만히 있었더니 놈들은 발과 종아리를 거쳐 염치도 없이 허벅지까지 살금살금 접근했다. 송사리 수는 점점 증가했다. 송사리는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데모하는 것 같았다. 그 수가 엄청 많이 늘어났다.


송사리들은 마침내 입으로 마구 내 몸에 키스까지 하였다. 빨리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것 같았다. 송사리가 물을 때마다 발과 종아리, 허벅지가 간질간질하였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戀人)의 애무(愛撫)처럼 기분이 야릇하였다.


사람 곁으로 가까이 와 몸에 키스하는 송사리가 귀여웠다. 붕어나 잉어를 보라. 사람이 무서워 곁에 얼씬도 않고 도망간다. 그러나 유독 송사리만 사람을 따른다. 마치 개나 고양이처럼 귀여워해 주고 사랑해 주는 애완동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수히 많은 송사리들이 내 발 근처에서 무엇인가 먹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을 보고 집에 가 찬밥을 가지고 왔다. 그때는 어려운 때라 꽁보리밥이었다.


다시 물속에 발을 담그고 모여든 송사리 떼를 향해 밥풀을 조금씩 떼어 물속으로 던졌다. 밥풀 하나를 서로 먹으려고 서너댓 송사리가 가라앉는 밥풀을 향해 안간힘을 다해 쟁탈전을 벌였다. 그 모습은 처절한 생존경쟁(生存競爭)을 하는 송사리 떼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물속에서의 광란(狂亂)은 계속되었다. 나는 송사리에게 밥풀을 주면서 귀중한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송사리는 먹을 것을 주면 오랫동안 굶주린 것같이 이성(?)을 잃고 오로지 먹을 것을 찾아 목숨을 돌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얻어낸 아이디어는 부엌에서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얼랭이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방법이었다. 얼랭이는 철사로 된 망(網)으로 체 비슷한데 굵은 가루를 치는 데 쓰이는 주방기구이다. 충청도 사투리로 얼랭이를 ‘얼갱이’라고 한다. 나는 어머니에게 얼랭이를 잠깐 쓰겠노라고 허락을 받고 동생을 데리고 된장 조금하고 보리찬밥 덩어리와 그릇을 가지고 그 웅덩이로 갔다.


송사리 떼는 아직도 흥분하고 있었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에 들어갔다. 우선 된장을 물에 풀었다. 도망갔던 고기 떼는 모두 된장 냄새를 맡고 일제히 모여들었다.


나는 얼랭이를 수직으로 물속에 넣었다. 얼랭이가 물속에 잠기는 높이를 20cm가량 되게 하였다. 도망친 고기 떼는 서서히 얼랭이 근처에 모여들었다. 얼랭이는 절대 움직이지 않고 얼랭이 위에서 밥풀을 조금씩 떨어뜨렸다. 그랬더니 송사리가 경쟁이나 하듯 우르르 밥알을 향해 돌진해 얼랭이 속으로 들어갔다. 이 얼랭이 속이 죽음의 덫인 줄 모르고 오로지 먹이만 먹겠다는 일념으로 앞다투어 모여들었다. 밥알을 계속 조금씩 떨어뜨리며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있던 얼랭이를 아주 조금씩 서서히 수직으로 들어 올리다가 나중에는 재빨리 떴다.


워낙 조금씩 움직였기 때문에 고기들은 감지를 못해 그대로 얼랭이 속에 갇힌 채 모두 잡혔다.


된장으로 유인하여 밥알로 미끼를 삼은 송사리잡이는 대성공이었다.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작은 구멍으로 물이 빠진 얼랭이 안은 은빛 찬란하게 팔딱거리는 송사리들로 가득 찼다. 서너 번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여 많은 양의 송사리를 잡았다.


어머니는 송사리 매운탕을 맛있게 끓여 주었다. 어른들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의 고기잡이 솜씨를 칭찬해 주었다.


얼랭이를 이용하여 힘 안 들이고 잡는 송사리잡이는 나의 노하우가 되어 가끔씩 잡아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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