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람 건강 칼럼] 정상 체중 지방간이 더 치명적인 이유
체중계는 '정상', 초음파는 '위험' 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에서는 정상 체중인데도 위험한 지방간에 대해서 휴람 의료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한나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지방간은 체중보다 허리둘레가 중요하다. 겉으로는 날씬해 보여도 허리둘레가 늘었거나, 팔다리는 가는 편인데 배만 나오는 체형이라면 내장지방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피하지방은 우리 몸에 남는 에너지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내장지방은 문맥을 통해 지방산과 염증 신호를 간으로 직접 보내 간에 지방을 축적하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정상 체중인데도 지방간이 생기는 이유
체중이 정상이라도 근육량이 적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간은 지방을 더 많이 만들고(신생지방합성 증가), 지방을 덜 태우며(산화 감소), 결과적으로 지방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대사가 기울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간에 중성지방이 쌓이면서 지방간이 진행한다.
지방간질환의 합병증 위험
지방간의 합병증 위험은 단순 지방증인지, 염증과 풍선변성(steatohepatitis)이 동반되는지, 섬유화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정상 체중에서 발생하는 지방간 역시 방치하면 진행할 수 있고, 일부 코호트 연구에서는 오히려 비만을 동반한 지방간보다 중증 간질환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 영국과 중국의 대규모 전향적 다기관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체중 지방간 환자는 비만을 동반한 지방간 환자에 비해 간 관련 사건, 간 관련 사망, 전체 사망, 심혈관 사망 위험 모두 유의하게 높았다. 간은 여러 대사 과정의 중추 장기라서, 간에 지방이 쌓이면 중성지방과 잔여지단백 증가, 염증반응, 혈관 내피 기능 저하, 응고 경향 악화가 나타나 전신 동맥경화 위험이 같이 올라간다. 따라서 지방간은 간 질환이면서 동시에 대표적인 심혈관 대사 합병증 위험도가 높다.
‘임상적 비만’이라는 새로운 관점
최근 유럽비만학회(EASO)는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체질량지수(BMI) 수치로 비만을 정의하던 과거의 한계를 넘어, 실제 건강 상태와 합병증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접근법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체중이 정상이라도 허리둘레 증가(내장지방), 대사적 합병증(당뇨병 전단계,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기계적 합병증(수면 무호흡증, 퇴행성 관절염, 거동 불편), 심리적 합병증(비만으로 인한 우울감, 삶의 질 저하)이 동반된 경우 임상적 비만 상태로 적극적인 치료의 대상이다.
결국 BMI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내장지방 증가, 이소성 지방 축적(간·근육 등에 쌓이는 지방),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과 같은 합병증이 있다면 임상적으로는 이미 비만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 새로운 관점은 겉보기에 날씬해도 간이나 혈관에 지방이 병적으로 쌓이는 정상 체중 지방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비만을 외형적인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 손상과 예후를 결정짓는 만성 대사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치료와 관리, 체중보다 ‘대사 개선’이 핵심
현재 정상 체중 지방간을 위한 단일 전문 치료제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체중과 무관하게 염증이나 섬유화를 동반한 지방간 치료제로 ‘레스메티롬(resmetirom)’이 사용되고 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같은 GLP-1 수용체 길항제의 경우 정상 체중에서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다만 홍콩 연구에서는 정상 체중이라도 약간의 체중 감소는 지방간질환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중요한 것은 체중 자체가 아니라, 내장지방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 근육량과 근력 개선, 섬유화 위험 감소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하고, 당뇨,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으면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지방간과 예후 향상에 도움이 된다.
정상 체중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정상 체중이라도 내장지방 증가, 이소성 지방 축적, 근감소가 동반되면 임상적으로는 비만과 같은 위험을 가진다. 따라서 허리둘레와 체성분(근육과 지방)을 함께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과 근력을 늘리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핵심적인 전략이다.
식사는 필수 영양소가 균형 잡힌 식단을 기본으로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간의 신생지방합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정상이라도 지방간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중성지방 상승, HDL 콜레스테롤 감소,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 경계 수치, 혈압 상승 같은 대사 신호가 있다면 지방간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숨어 있는 대사 질환을 적극적으로 찾아 치료해야 하고, 지방간 위험인자가 있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간섬유화 검사나 혈액검사로 중요한 예후인자인 간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권장된다.
도움글: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한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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