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한인로컬칼럼] 한국 4-H運動의 발자취(1) -동열모칼럼
4-H운동은 농촌 청소년에 대한 생활 현장교육이다. 한국이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굶주리던 시절에 농촌은 더욱 혹독한 가난을 겪었다. 그래서 농촌의 청소년들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어려웠던 시절에 4-H운동은 농촌 청소년들에게 유일한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4-H운동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20세기 초엽에 미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농촌청소년에 대한 하나의 사회교육사업으로서 그 교육적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 확산되었다. 우리 나라에도 8.15광복 당시 미군정의 경기도 군정관으로 있던 “앤더슨” 대령이 자신의 관할지역인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4-H운동을 도입했는데 6.25전쟁이 일어나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6.25전쟁이 휴전되고서 미국의 원조로 전후 복구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4-H운동이 비로소 국가사업으로 채택되어 한국의 농촌에서 활발히 전개되었다. 당시 한국에 대한 경제원조를 담당했던 OEC(경제 협조처)가 가난한 한국의 농촌을 부흥시키고자 미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농촌 지도사업(Agricultural Extension Program)을 한국에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이 사업을 담당할 기관으로 현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농사원(農事院)을 1957년에 농림부 산하기관으로 설치했다.
농사원은 지도사업에 착수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분야가 4-H운동이었다. 농사원이 발족되자 나는 바로 특채되어 30여 년 동안 근무했는데 다행스럽게도 4-H분야를 주로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기 때문에 그 당시의 4-H운동을 오늘에 와서 회고해 보면 진실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국이 배고프던 시절에 전개한 4-H운동이 우리 농촌에 새로운 희망과 활기를 불어 일으켰다. 마을마다 열성적인 자원지도자가 4-H구락부를 조직하고, 낮에는 밭에서 과제활동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밤에는 호롱불 밑에 모여 앉아 피로를 달래며 열심히 공부하던 당시의 모습이 지금에 와서도 아련하게 떠오른다. 농촌진흥청이 이렇게 육성한 4-H회원들이 70년대에 전개한 새마을운동의 현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4-H의 뜻은 영어 단어 Head(智), Heart(德), Hand(勞), Health(體)의 머리글자 “H” 네 개를 따서 4-H라고 표기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네 가지의 덕목을 智, 德, 勞, 體로 풀이해서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4-H운동의 교육적 지표는 “4-H서약”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래서 4-H 회원들은 구락부 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언제나 “4-H서약”부터 제창한다. “4-H서약”은 미국이 4-H운동을 창시할 때에 제정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서약을 번역해서 과제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반듯이 제창한다. 여기에 “4-H서약”의 원문과 우리나라에서 번역해 활용하고 있는 우리말 서약을 소개하고자 한다.
4-H Club Pledge
I Pledge, My Head to clearer thinking, My Heart to greater royalty, My Hand to larger service, and My Health to better living for my club, my community and my country.
4-H 서약
나는 나의 구락부와 사회와 우리나라를 위해 나의 머리는 더욱 명석하게 생각하고, 나의 마음은 더욱 크게 충성하며, 나의 손은 더욱 위대하게 봉사하고, 나의 건강은 더욱 좋은 생활을 하기로 맹세함
“4-H서약”은 이와 같이 명석한 머리와 충성스러운 마음으로 봉사하며 건강한 생활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와 나라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4-H운동의 이념이 함축된 이 “4-H서약”은 음미해 볼수록 교육적 가치가 새로워지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고, 사회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청소년에 대한 훌륭한 교육지침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4-H운동은 시작된 지 10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동서고금을 초월해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4-H운동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는 운동이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기는 수단이 바로 “4-H 과제활동”이며, “4-H 과제활동”이야말로 4-H운동의 생명인 것이다. 4-H회원은 누구나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알맞은 과제를 선택해서 이수해야 하는데 이 과제활동의 지침을 4-H Club Motto 라고 한다. 미국에서 4-H운동을 창시할 때에 제정한 4-H Motto는 크게 두 가지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