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티아 레지나!(1)
고모스타스!
당연히 므이비엔이라고 대답이 나올 줄 알고 기다리는데 아이들 그룹은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뭐라고 대답을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곳에 오기전 캘리포니아 세리토스에 잘 아는 권사님 미용실에 가서 머리염색을 했는데 요즘 너무나 하얗게 변하여가는 하얀 머리가 싫어서 보라색으로 살짝 염색을 하고 미용실 사장님은 내가 화장도 할 줄 모른다며 화장붓을 들고는 내 얼굴 전체를 이것저것 발라주고 부분화장도 필요하다며 색깔을 마음대로 골라서 얼굴 구석구석을 칠을 해주셨는데 워낙에 세수만 하고 입술연지만 바르고 다니는 편이라 원장님이 해준 얼굴이 낯설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짙은 화장으로 변장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예전의 화장기 없던 내 얼굴 모습이 아닌 색조화장에 볼따귀가 빨갛고 입술도 강조해야 한다며 발라준 빨간 립스틱에 눈에는 진한 마스카라를 칠해놓은 내 얼굴에 이 사람이 누구지!라고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하기야 나도 못 알아볼 판인데 아이들이 어떻게 알아보겠나! 생각이 들었다.
지난겨울 칙칙한 날씨가 싫어서 입술만이라도 생기 있게 보이려 짙은 립스틱을 바르고 나가니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 이게 누구야! 아주 딴사람이네! 라면서 감탄을 하였다.
나는 화장을 할 줄 모른다.
세수하고 로션을 바른 후 립스틱 바르면 끝이다.
기초화장이 뭔지 화운데이션을 사용해 본지는 가물가물하다.
어쩌면 늘 화장을 안 해서인지 내 피부는 아직 그다지 나쁘지 않다.
관리를 안 해주어도 관리를 한 사람과 비슷하다.
아이들은 내가 색조화장에 짙은 눈썹을 칠하고 입술까지 빨간색이니 조금 놀란 듯 아예 내 가까이 오려고들 하지 않고 곁눈으로 내 눈치만 슬금슬금 살필 뿐이다.
그래도 형님 되는 8살 아이가 내 목소리는 귀에 익은듯 나에게로 가까이 와서는 나를 만져보다가 내가 평소처럼 꼭 안아주자 그제야 아하! 티아 레지나! 라며 알아보더니 내 품에 꼬옥 안긴다.
8살 형님이 나에게 안기니까 동생들 5살짜리 3살짜리 그리고 2살짜리 동생들도 와르르 내게 쏟아지듯이 안겨온다.
별안간 네 아이가 달려드니 나는 힘이 부쳐 절절맨다.
이곳의 주위를 둘러보니 팬데믹 이전에 우리 그룹이 왔을 때 이곳에 설치해주었던 펌프 우물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들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 모아놓으니 이 아이들은 언제 씼었는지 아이들의 얼굴은 땟국물이 절절 흐르고 누런 콧물은 코에서 들락날락하는데 그 누런 콧물을 고개를 젖혀서 훌쩍 들이마시는 애, 머리카락이 엉겨 붙어서 떡이 되어 빗으로 빗으려 해도 빗이 머리카락에 들어가지도 않는 아이들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를 다시 만난 것이 즐겁다며 이를 안 닦아서 누런 이들을 드러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는 서너 살 되어 보이는 애기, 까만 얼굴에 버짐이 피어서 얼굴이 마른 북어같은 피부로 되어있는 아이 등등…
아이들의 옷은 다 해지고 지저분한 옷차림인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이제 조금 친숙해지며 예전의 그 아줌마가 맞다며 서로들 신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야말로 난리굿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은 지저분하였지만 아이들의 까만 얼굴에 반짝이는 눈들은 보석과도 같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그룹 중에서 스페니시가 편한 엔젤라가 아이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선물을 줄 것인데 선물을 받고 싶은 아이들은 저쪽 펌프물에 가면 티아 레지나(레지나 아줌마) 하고 티아 린다가 너희들을 씻어줄테니 빨리 가서 씻고 오는 사람 순서대로 선물 가방을 준다고 하니 30여 명의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한꺼번에 펌프 우물가로 달려들었다.
한꺼번에 달려드는 아이들을 한 아이씩 줄을 세워서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기는데 물이 센물이라 비누칠을 하여도 미끈미끈 마치 비누가 그대로 몸에 있는듯하다.
여기 아이들은 비누를 사용 못 하니 비누 냄새가 좋은지 서로들 냄새를 맡겠다고 코를 킁킁대며 비누 거품에 코를 박기도 한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이제 2살짜리 아가는 겨우 비척대며 걸어와서는 자기도 무엇인가를 받겠다며 맨 뒤에 줄을 선다. 아이구 귀여워라!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간 질 좋은 비누와 샴푸를 사용하여 아이들을 정성스럽게 한 아이씩 씻겨낸 후에 우리가 미국에 사는 친구들에게서 도네이션 받아가지고 온 옷들을 아이들에게 사이즈를 맞추어가며 입히기를 시작하니 깨끗이 씻겨놓은 아이들이 가져간 옷에 맞추어 구색을 맞우어 입혀놓으니 아주 깔끔하고 예뻤다.
아이들의 옷은 몸에 좀 크기도 하고 너무 커서 헐렁거리기도 하였는데도 아이들은 옷을 만지며 너무나 좋아서 입이 벌렁거리며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이들에게 입힌 옷들이 너무 커서 바지가 헐렁거려도 손목이 훨씬 더 내려와도 아이들은 행복해서 좋아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먼저 다 씻은 조금 큰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준비해간 옷들 중에서도 색깔과 짝을 맞추어 입히고 신발 역시 발에 맞추어 신기고는 작은아이들을 씻길 때 우리를 도와서 함께 씻기라고 했더니 이제 8살 7살 형님 누나들은 작은 동생들을 늘 돌보아 왔는지 곧잘 아이들을 건사하고 있었다.
30여 명의 아이들을 다 씻기고 나니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면서 아이구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 씻긴 후의 아이들은 모습이 그야말로 신수가 훤해졌다.
마침 이곳에 오기 전 오래전부터 옷을 모으고 필요한 것들을 친구들이나 아는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었는데 아이들 옷과 양말 등이 꽤나 넉넉히 준비가 되어 있었고 또한 백화점 세일기간 중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신발들도 많이 사두었던 터라 여기에 있는 아이들 모두에게 다 신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우리들은 다 씻긴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후에 무조건 3살 이상 한 아이당 백팩 하나 24컬러 색연필과 크레용하고 공책 4권씩 그리고 한 가방 안에 연필 5개씩하고 연필깍기 등과 과자 등을 넣어주었는데 몇 년 전에 올 때 백팩 하나가 모자라서 백팩을 못 받은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것을 보고는 다음날 새벽에 이곳에서도 2시간이나 떨어진 엔시나다 노천마켓으로 달려가서 가방을 구입해 와 백팩을 못받고 실망에 처져있던 아이에게 들려주었던 일이 있었다.
다음날 우리가 백팩을 주자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제일로 행복한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하였다.
아이가 행복해해서 우리도 너무나 행복했었다.
우리 일행은 이들 캄포(멕시코 원주민)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40분 정도 내려와야 이곳에서 사역을 하는 선교사님의 숙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