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어느 날의 헤프닝
지금까지의 내 글들이 너무 신앙적인 이야기만 써서 신앙인이 아닌 사람들은 읽기가 싫고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글 쓰는 목적은 한 사람이라도 주님을 뜨겁게 만났으면 하는 데에 있고 또 사람들이 은혜받았다고 해주면 너무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고 기쁘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이니 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떤 사람은 교회로 찾아와서 만나 보기를 원하는 분도 계셔서 너무 감사했고 행여 실망하시지 않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오늘은 어느 날에 아들과 막내딸이 사는 뉴욕주의 작은 농촌 마을로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벌어진 헤프닝을 써보려고 한다. 학교 교사로 일하는 막내딸이 일주일간 아이들을 보살펴달라고 해서 가기로 했다.
대만에 출장 가서 7년 동안이나 살던 아들 가족이 미국 본사로 들어오게 되어 회사 근처에 집을 샀고 막내딸도 오빠 집 근처에 집을 사서 사는데 이번에 세 아이들만 집에 두고 학교에 가게 되어 돌보아주기로 한 것이다.
며느리가 의사로 일하면서 자기의 네 아이들을 돌보는데 집에서 자택근무를 많이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병원에 들러 잠깐씩 일한다고 한다.
아들이 자기 아이들도 방학이라 며느리에게 동생의 세 아이들을 돌보게 하자고 하는데 일하면서 7명의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수가 있는가 하고 내가 서부 끝에서 동부 끝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아들이 비행기표를 사서 카톡으로 보냈는데 새벽 5시 20분이라고 써 있어서 전날에 짐을 다 싸 놓고 아침에 떠나기만 하면 되게 해 놓고 잠이 들었다.
3시에 집을 떠나서 공항에 가서 비행기표를 갈아타는 것까지 두 장을 만들고 짐을 조사하고 가려면 늦어도 새벽 4시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요즘 코로나가 풀려선지 새벽에도 사람들이 참 많고 길게 줄을 서 있다. 남편은 일찍 자고 새벽 1시, 2시에 깨어서 기도하고 나도 새벽 일찍 잘 깨어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자만하고 알람도 안 하고 잤는데 “엄마”하고 딸이 소리쳐서 깜짝 놀라 보니 3시 50분이었다.
남편이 어제 “당신 비행기 놓치지 말고 잘 다녀와요.”라고 평소에 안 하던 말을 해서 싱겁다고 생각했는데 말대로 이렇게 되다니... 너무 급해서 양치만 하고 달려나가서 딸과 공항으로 마구 달렸고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를 간구했다. 만약에 놓친다면 내일 갈 수도 있겠다는 각오도 하면서 달려가면서 딸이 아들에게 전화로 사정 이야기를 한다.
아들이 전화로 공항 입구에서 비행기표를 끊지 않도록 집에서 다 끊어서 카톡으로 나의 스마트폰으로 비행기표를 보냈고 다행히 부치는 짐이 없으니 그냥 게이트로 들어가서 짐 조사를 하고 가라고 연락이 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나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너무 급한 상황이라 4시 20분에 공항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서 스마트폰에 있는 비행기표를 보여주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5시 비행기라고 미안하다고 우는소리를 하니 모두가 다 길을 열어주어서 짐을 조사하고 게이트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뉴욕의 뉴왁으로 가는 비행기가 5시 20분이라고 써있어서 타야 하겠다고 가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4시 57분이었다. 5시 20분에 비행기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탑승 시작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초스피드로 무사히 달려와서 게이트 앞에 앉아서 무사히 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곧 비행기 안에 들어와서 새벽기도를 못했으므로 뉴왁으로 가는 긴 시간 동안 기도를 드리다. 어제저녁에 준비해 놓은 떡과 잘라온 귤을 들면서 생수로 약도 영양제도 들고 여유가 생기다. 음료수를 두 번씩 주는데 사이다 캔을 달라고 해서 가방에 넣고 뉴왁에서 햄버거를 사서 마시기로 하다.
뉴왁 공항에 내리면서 다음 여행지 게이트를 물으니 가르쳐주면서 비행기표도 해준다. 할아버지 공항 사무원이 너무 친절하시고 사람들이 다 내 짐을 선반에 올려주고 모두 얼마나 친절한지 오늘 그 친절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나는 급해서 비행기 표를 안 끊고 들어왔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2시에 뉴왁에 와서 5시의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데 아들이 유나이티드 라운지 표를 카톡으로 보내주면서 들어가라고 한다.
‘못 들어가면 말고’라고 생각하며 스마트폰 속의 표를 보여주고 찍으니 들어가라고 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그 여자 사무원에게 땡큐를 연발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영양가가 좋은 야채와 닭고기 등과 금방 만든 샌드위치를 라떼 커피와 맛있게 들고 조개 죽과 브로커리 죽도 조금씩 먹어보다.
일기도 쓰고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4시가 조금 넘어 게이트로 오니 시간이 남아 느긋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보다가 5시경이 되어 사람들이 없어져서 게시판을 보니 게이트가 변경이 되어 서둘러 다른 게이트로 찾아가서 비행기를 타다. 방송을 했을 터인데 내가 스마트폰을 보느라고 못 들은 것이었고 영어가 잘 들리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이 비행기를 못 타면 오늘 못 가고 큰일 날 뻔하기도 했다. 나중에 보니 아들이 게이트가 변경이 됐다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도 했는데 나는 못 보았다. 집에 앉아서도 비행기표도 끊어주고 라운지도 들어가게 해주고 비행기가 바뀌었다고도 알려주고 집에서 지시를 다 해 주니 아들이 내 보호자인 것이 실감이 나고 든든하고 너무 감사하다.
이제 나이가 들고 영어가 서툴고 몸도 약하고 자녀들이 어린아이처럼 돌보아주어야만 한다. 저들이 어릴 때에는 내가 사랑으로 눈동자처럼 돌보아주었는데 자녀들은 그렇게까지는 아마 안 할 것이다. 부모의 지극정성의 사랑보다 부모에게 더 잘 해주는 자녀가 있을까?
때로 섭섭할 때도 있지만 내가 나의 친정어머니와 시부모님께 해드린 것이 너무 없어서 불효한 것을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내 자녀들은 너무 잘해 준다고 감사하게 된다. 십계명의 다섯째는 땅에 속한 계명의 첫째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가 땅에서 잘 되고 장수하리라.”라고 가르쳤고 “어릴 때에 가르치면 늙어서도 저가 떠나지 않고 부모에게 효도하리라.”를 가르친 덕을 톡톡히 본다.
내 육신의 부모님은 세상에 안 계시지만 나를 위해 물과 피를 다 흘리시고 나를 위해 죽기까지 하시고 대신 나를 살리신 전능하신 아버지가 계시니 그분을 위해 효도하리라 결심하지만 내가 효도하는 것보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자식들과 사람들을 통하여 모든 것을 풍성하게 베풀어주시니 너무 죄송하고 황송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