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9 (패전)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9 (패전)

러시아 용병대장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온 세상이 그 사람의 이야기로 무성하다. 그 용병대장은 전투에서 무능하여 휘하 장병의 대부분을 잃었고, 비열한 행보로써 패전의 책임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다. 추악한 패전의 한 단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엔총회는 여러 번 러시아의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했는데, 그때마다 중국과 인도와 이란은 기권 또는 반대했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란은 러시아와 군사적 연대를 강화했다. 만일 이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굳어졌다면, 러시아-중국-이란은 하나의 강력한 진영을 형성하고 인도는 중립성을 유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2023년 6월 러시아의 패색이 짙어지자, 돌연히 이란과 인도는 각각 하나의 카드를 쥐고 미국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인도는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여 인공지능 시대의 동반자임을 과시했다. 전쟁 중 인도가 러시아의 자원을 구매하여 미국의 눈총을 샀지만,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가 절실히 필요하므로 이것저것 따질 형편이 아니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시찰을 허용하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자세를 취했다. 2003년 사담 후세인이 죽음을 맞이한 것은 핵 시찰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아는 것 같다. 


이란이 핵 시찰을 허용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완전한 패전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을 길이 없게 되어 있었다. 이란은 벼랑 끝에 도착하기 전에 현명한 패배를 택한 것이다. 

손자병법에 최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했다. 패배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중국으로서는 싸우지 않고 패배하는 것이 최선의 패배다. 미국은 이미 중국이 체면을 살리는 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즉, 북핵 제재에 중국이 서명한 대로 이행하라는 메시지다. 미국이 중국의 이러한 화해 카드를 언급하는 것은 (지금은) 중국과 싸우기 싫다는 뜻이다. 만일 중국이 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거나 어리벙벙한 상태로 시간을 끈다면, 후일에는 패배의 충격을 크게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북핵은 한국과 일본의 핵 개발 의지를 키워주고 있다. 미국에 다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과 일본에 군사 원조를 중지하고 그 양국의 핵 개발을 방치할 수도 있다. 그것은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군사 원조를 계속하고 그 양국의 핵무장을 방지하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러시아의 정권이 바뀌는 즉시 러시아와 미국은 합세하여 북핵을 없애려고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압박에 밀리지 않을 수 없고, 그리되면 중국은 체면을 잃는다.


중국이 앞 문단의 그 두 가지 결과를 모두 피하는 길은 푸틴이 그 자리에 계속 있어 주는 것밖에 없지만, 그것은 불가능이다. 지금까지는 용병대장의 어설픈 반란만 나타났지만, 앞으로 몇 건의 반란이 일어날지 모른다. 모든 반란의 종점은 자유러시아군단의 정권 장악이다. 자유러시아군단이 푸틴에 맞서고 있는 것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명분이 없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엔 회원국이며, 모든 명분은 유엔에서 나온다. 


이러한 명분의 문제가 아직도 러시아에서 흐릿한 것은 독재정권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왔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패전으로 인하여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사정은 지속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명분이 유엔에서 나온다는 점에서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유엔헌장에 의하면, 본토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명분도 침공할 수 있다고 협박할 명분도 없다. 


본토 중국의 지도층이 대만 협박의 명분으로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만은 오랫동안 저러한 상태로 있었고, 오랫동안 본토 중국과 성실하게 경제협력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상태를 무력으로 변경할 명분을 유엔 체제 속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이다. 중국인이 이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독재정권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왔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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